中 가을철 별미 털게, 가격 뚝… 국경절에도 지갑 안 열리네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10. 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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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털게, 가을 음식이자 국경절 선물
공급 감소에도 가격 하락해 우려 확산
영화관 매출, 고급 과일 가격도 부진
中 정부, 각종 내수 진작책 내놨지만
소비 부진 골 깊어 정책 효과 시일 필요

중국이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국경절 황금연휴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가을 제철 음식이자 국경절 주요 선물 품목인 민물 털게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중국인의 소비 심리가 크게 얼어붙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 부진의 골이 깊은 만큼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일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중국 내 털게 공급량은 고온과 태풍으로 인해 전년 대비 약 10% 감소했다. 하지만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중국 온라인 신선식품 플랫폼 프레시포(중국명 허마셴성)에서 양청호 털게 상품권은 당초 2688위안(8마리 기준·약 51만원)에 사전 판매됐지만, 최근 1488위안(약 28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중국 장쑤성 쿤산 양청호에 나는 털게는 중국 내에서도 최고급으로 꼽힌다. 저장성 털게 역시 도매시장에서 1kg당 60~100위안(약 1만1000~1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달 중순 대비 약 20% 떨어진 것이다.

중국 가을철 별미이자 중추절, 국경절 대표 선물 품목인 민물 털게./바이두 캡처

중국에서 ‘다자셰(大閘蟹)’라고 불리는 민물 털게는 중국인의 가을철 별미다. ‘가을 바람이 불면 털게의 살이 오른다(秋風起,蟹膏肥)’는 말이 있을 정도다.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이지만, 가격은 비싸 고급 음식으로 분류된다. 중국인들은 봄부터 유명 털게 브랜드의 상품권이나 선불카드를 구매해 가을에 털게를 최대한 많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특히 중추절(추석), 국경절이 최대 소비 대목이다.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것은 물론, 선물로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경절에도 털게 가격이 떨어지면서 중국인의 소비 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CMP는 “국경절에 가장 인기 있는 선물 중 하나인 털게 가격이 소비자 지출의 지속적 약세로 인해 하락했다”라며 “7일간의 국경절 연휴는 중국의 국내 수요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데, (털게) 가격 하락으로 인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했다.

중국인들이 명절에도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곳에서도 엿볼 수 있다. 중국 영화 정보 플랫폼 덩타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영화표 예약액은 연휴 3일차인 지난 3일 10억위안(약 19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국경절 연휴에는 2일차에 10억위안을 넘어선 바 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이번 국경절 연휴 극장가 총수입이 20억~27억위안(약 3780억~5100억원)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27억3000만위안)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 외에 샤인머스캣 등 고급 과일의 가격도 최대 절반가량 떨어졌다고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전했다.

중국 정부가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관련 지표는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은 8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2.5%)를 밑돌았다. 소비 지출은 올해 중국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이 60.5%에 달할 만큼 최대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즉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 ‘5% 안팎’ 달성이 흔들릴 수 있다.

소비 부진의 골이 깊은 만큼, 관련 정책들이 효과를 낼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산업 장비와 가전 등을 새 제품으로 교환할 때 보조금을 주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정책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을 인하해 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했다. SCMP는 “경기 부양책으로 주식 시장이 급등할 수는 있겠지만, 소비자 신뢰도 자체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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