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증 교사' 30분 녹취록 살펴보니...검찰·李측 누구 말이 맞나

이 대표, 통화 녹취록 원본 자신의 SNS에 공유...채널A "판사 다 들어, 일부 발언만으로 판단 안 할 것"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사건 1심 결심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 징역 3년을 구형한 가운데 이 대표가 핵심 증거물인 통화 녹취록 원본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다 들어보고 직접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이 녹취록 원본에는 기억이 잘 안난다는 다른 위증혐의자(김병량 전 성남시장 비서인 김진성씨)에게 이 대표가 '변론요지서를 보내드릴께'라면서 KBS와 성남시가 자신을 타깃으로 삼은 정치적 사건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해주면 도움이 되겠다는 내용과 이 대표가 '기억을 되살려달라' '있는 대로 얘기해달라'고 언급한 것이 다 들어있다. 검사측은 이 대목이 위증교사라는 입장이고, 이 대표측은 '있는 그대로' 얘기해달라는 것인데, 검찰이 이 부분을 빼고 짜깁기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오후 페이스북에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이 대표와 김씨의 녹취록 전체 영상의 링크를 공유했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2002년 최철호 당시 KBS PD와 함께 검사를 사칭해 성남시장에 전화를 걸었다가 벌금 150만원형을 선고받았는데, 경기도지사 선거때인 2018년 '사칭한 적 없다,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 재판에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 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검사 사칭 사건 수사 당시 김병량 전 성남시장과 KBS 간에 최철호 PD에 고소를 취소하고 이재명만 주범으로 몰자는 협의가 있었는지'를 놓고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 징역 3년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오는 11월25일 선고를 예고했다.

핵심 증거인 이 대표와 김씨의 통화 녹취록 영상은 모두 네건의 통화내용 총 30분 분량이 합쳐져 있다. 2018년 12월22일 12분46초 통화 녹취에서 이 대표는 “당시에는 정치적으로 비서관이 어쨌든 뭐 수행 비서고 사실 핵심이었으니까. 그냥 있는 대로 진짜 뭐 세월도 지나버렸고…KBS 측하고 시하고 얘기하고 해서 그때 내가 시킨 걸로…내가 주범인 걸로 해주면 고소를 취소해 주기로 합의했던 걸로 내가 그때 기억하거든요? 근데 뭘 증명은 안 됐지만…검찰하고도 매우 협조적인 관계였던 거고. 그런 정황에 관한 것들, 그냥 다른 거 말고. 내가 타겟이었던 거 이게 매우 정치적인 배경이 있던 사건이었다는 점들을 좀 얘기를 해 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애”라고 말한다. 김씨는 “뭐 크게 저기한 기억도 잘 안납니다 사실은. 안 나는데 아무튼 그 필요하신 부분 저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사건이 매우 정치적인 거래가 있는 그러니까 뭐 예 그런 사건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정도”, “한번 생각을 해 보면. 어쨌든 KBS하고 우리 시장님하고는 실제로 얘기가 좀 됐던 건 맞아요”라고 강조했다. 이어 “KBS 측하고 시청측이 일종에 협의를 한 거…그 부분을 좀 기억을 해 주면 도움이 좀 될 것 같애”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또 “(시와 KBS PD 등) 전부다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나한테 덮어씌우면 도움이 되는 사건이었던 것”이라고 하자 김씨는 “예 예 예, 그때 분위기는 사실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요”라고 맞장구를 치는 대목도 나온다. 그러자 이 대표는 “그래서 그런 얘기들을 좀 기억을 좀 되살려서 혹시 기회되면”이라며 “이렇게 좀 전체적으로. 한번 얘기를 해 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한번 생각을 한번 되살려 봐 주시고”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 성님시장 비서 김진성씨가 지난 2018년 12월22일 통화 녹취록 일부를 지난 7월25일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하고 있다. 일부 강조표시. 사진=박균택TV 영상 갈무리

이에 김씨가 “또 어떤 취지로 그 저기를 해야 될지를 한번”이라고 묻자 이 대표는 “내가 변론요지서 하나 보내 드릴게요”라고 제안했다. 김씨가 “그래도 되고요”라고 응답하자 이 대표는 “우리 주장이었으니까, 한번 기억도 되살려 보시고”, “판결문하고 그걸 보내 드릴게요. 우리가 했던 주장, 재판(에서) 주장했던 거”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걸 보면 제가 더 기억을 하겠습니다”라고 했고, 이 대표는 텔레그램을 통해 보내겠다고 했다.

김씨는 같은 날 다른 1분48초짜리 녹취에서 “그렇게 해서 제가 보고 인지한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는 걸 보내주시고”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그러시죠 예 제가 얘기해 놓은 내용들 있으니까 그거 한번 보십시오 한번 보시고”라고 답했다. 이어 김씨가 “제가 거기에 맞춰서 뭐 해야죠”라고 묻자 이 대표는 “그날 뭐 통화할 때에 우리 김비서관(김진성)이 안 본 거 뭐 그런 얘기 할 필요는 없는 거고, 그쪽 시장님 쪽 이게 어떤 입장이었는지. 뭐 그런 거나 좀 한번 상기해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틀 뒤인 그해 12월24일 12분16초 분량의 녹취를 보면, 이 대표가 “최철호 PD한테는 고소 취하해 준다고 약속을 미리 했었다는 거고. 그 그 기억하세요 혹시?”라고 물었을 때 김씨는 “그 내용은 모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실제로 KBS하고 전화한 사람이 누구냐'는 이 대표의 질문에도 김씨는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고요”라고 거듭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 대표는 “어쨌든 핵심은 김 비서관이 좀 도와줬으면 하는 거는 KBS하고 시장님 측이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이 상의했고 가능하면.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면 딱 제일 좋죠. 실제로 뭐 그때 비서였으니까. 알 수 있는 상황이었잖아요”라고 요청했으나 김씨는 “그때는 이제 애매한 게 그때는 제가 밖에 먼저 나와서. 선거를 위해 먼저 나왔다. 내부에서 사실 이제 누가 KBS랑 연결됐을지는 모르는데”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에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이어 “어쨌든 그때 전체 캠프의 분위기나 전해들은 이야기. 직접은 아니지만 그런 상황이었다는 것만 얘기를 해줘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며 “왜냐하면 이게 이제 그때 당시 사건을 다시 재구성하지는 건 아니고. 나는 실제로 좀 억울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사실이 아닌 거니까”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듬해인 2019년 1월18일 3분49초 분량의 녹취에선 김씨가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게 좋을 건지”라고 묻자 이 대표는 “그 생각 한번 해 보시고 또 기억들 살려 보시고”라고 답변하는 대목이 나온다.

채널A는 1일 '뉴스A' <'선거법 위반' 열흘 뒤 '위증교사' 선고> 리포트에서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이 대표가 처벌을 피하려고 거짓 증언을 요구했는지, 전 성남시장 비서 김모 씨와의 전화통화 맥락 등을 파악하는게 핵심”이라고 봤다. 유주은 채널A 기자는 이날 '뉴스A' 스튜디오에 출연해 위증교사가 맞다는 근거로 이 대표가 '변론 요지서를 보내드리겠다', '우리 주장이었으니 기억도 되살려보시고'라고 언급한 대목을 들어 “검찰은 어제 재판에서 이 행동이 증인 김 씨에게 '인지하라, 학습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며 “변론 요지서는 법정에서 이 대표 측이 증인에게 뭘 질문할 지가 담겨있는데, 검찰은 이게 '수험생에게 답안지를 준 것과 같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 기자는 반대로 이 대표 측의 경우 이 문장의 뒷부분인 '기억을 되살려 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 변호인도 “변론요지서를 그대로 읽으란 얘기가 아니라, 기억나는대로 얘기해달라는 취지”였으며 “입장에 맞춰 증언해달라는 말이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다고 유 기자는 전했다. 유 기자는 “검찰이 통화 내용 중 일부만 공소장에 선택적으로 담았다는 건데, 실제 통화 녹취 내용과 공소장을 비교해보면, 이 대표의 발언 중에서 '안 본 걸 얘기할 필요는 없다', '사건을 재구성하자는 건 아니다' 이런 문장이 공소장에 안보이는 건 맞는다”고 설명했다.

유 기자는 “재판부가 이미 법정에서 30분 길이의 통화 녹취를 끊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들었다”며 “재판부가 내용 전체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이 대표 우려처럼 일부 발언 내용만 가지고 유무죄를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주은 채널A 기자가 지난 1일 뉴스A 스튜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핵심 증거인 김진성씨와 통화 녹취록 내용을 두고 검찰과 이재명 대표가 정반대 해석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