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피격 땐 "통합" 외치더니... 트럼프, "해리스 때문에 죽을 뻔" 180도 돌변

"암살 시도, 바이든·해리스 언사 탓"
1차 피격 때 "통합" 강조와는 딴판
지지율 밀리니 "분위기 전환 시도"
58세 용의자는 '우크라 지원론자'
과거 "김정은·푸틴도 죽인다" 발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7일 대선 경합주(州) 중 한 곳인 미시간주 플린트의 도트파이낸셜센터에서 열린 타운홀(유권자들과의 만남) 행사에 참석해 있다. 이날 그는 지난 15일 자신을 겨냥한 암살 시도 이후 첫 대중 연설을 했다. 플린트=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2차 암살 시도'에 대한 화살을 상대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돌리며 '비방 본색'을 드러냈다. 지난 7월 유세 도중 피격됐을 당시 통합과 화합을 외쳤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최근 TV 토론 이후 해리스가 지지율 격차를 더 벌리자,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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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시도범, 해리스 레토릭 믿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보수 매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5일 자신을 죽이려 했던 암살 시도범에 대해 "그는 바이든과 해리스의 레토릭(언사)을 믿었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를 향해 '범죄자'나 '민주주의 파괴자' 등 발언을 쏟아내 암살 시도를 부추긴 해리스 측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트럼프는 17일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공산주의 좌파 언사 탓에 총알이 날아다닌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썼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도 "(우파가 혐오 발언을 자제한 결과) 아무도 해리스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를 거들었다.

트럼프의 이런 반응은 1차 암살 사건 때와는 상반된다.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 당시 발생한 총격 사건 닷새 후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그는 "우리 사회의 불화와 분열을 치유하자"고 했다. 상대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지지자들의 분노 정서를 자극했던 평소 행보와는 어울리지 않는 '자제력'을 보였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1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TV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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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두 달 만에 태세 전환

트럼프의 태세 전환은 두 달 전과는 달리, 대선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1차 암살 시도 당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바이든이 TV 토론에서 참패해 민주당 안팎의 사퇴 압박을 받던 시기다. 경쟁자의 몰락을 지켜보며 '대세론'을 탔던 트럼프는 총격에 귀를 다치는 아찔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불사조' 이미지까지 얻었다. 여유만만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해리스 등판 후 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해리스와의 TV 토론 이후 지지율에서 더 밀리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정치적 상황이 2개월 전과 완전히 달라지자 트럼프는 자신에게 익숙한 공격 라인으로 재빠르게 자리를 옮겼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번 암살 사건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17일 경합주인 미시간주 플린트에서도 첫 대중 연설인 타운홀 행사에 나선 그는 "오로지 중요한(consequential) 대통령들만 총에 맞는다"며 "대통령직은 위험한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대 정치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대선을 거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극적인 분위기 전환을 노린다"고 짚었다.

2022년 4월 2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미국인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라우스는 현재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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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미수범 "김정은 죽인다" 발언도

암살 시도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의 과거 행적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라우스와 우크라이나에서 만난 적이 있다는 미국인 간호사를 인용해 "라우스가 (우크라이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죽이겠다는 말도 했었다"고 17일 보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으로 하와이에서 살았던 라우스는 노숙인들을 위한 간이 주택을 짓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으나, 우크라이나 정책에 실망해 등을 돌렸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열렬한 '우크라이나 지원론자'가 됐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자가 출판한 자서전에서 트럼프 암살 계획을 직접 언급한 적도 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