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계에는 우연처럼 시작된 드라마 같은 데뷔 스토리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김혜선의 이야기는 더욱 특별하죠. 중학생 시절, 명동 거리에서 과자를 팔던 그녀에게 한 감독이 다가왔고, 단번에 광고 모델로 데뷔하게 됩니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엄마에게 “볼 좀 꼬집어줘!”라고 했다는 에피소드는 지금도 회자됩니다.

김혜선은 어린 시절부터 단연 돋보이는 미모로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 금상을 수상했고, 그렇게 80~90년대 하이틴 스타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청순한 이미지로 각종 광고를 섭렵하던 그녀는 동시에 두 방송국 드라마를 소화하며, 이상아·하희라와 함께 ‘책받침 여신’으로 불렸습니다. 그만큼 방송사들 사이에 쟁탈전도 벌어졌고, 일주일간 잠 한숨 못 잘 만큼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김혜선은 단지 ‘예쁜 얼굴’만으로 주목받은 배우가 아닙니다. 드라마 <왕꽃 선녀님>의 부용화, <동이>의 정 상궁, <조강지처 클럽>의 한복수, <소문난 칠공주>의 덕칠까지. 선한 이미지부터 내면의 상처를 견디는 여성상까지, 다양한 배역을 맡아 제 몫을 해낸 연기파 배우입니다.

최근작 <미녀와 순정남>에서는 고단한 현실을 묵묵히 버텨낸 ‘정금자’ 역으로 다시 한 번 대중과 만났습니다.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도 있었지만, 발성과 눈빛에서 베테랑의 저력을 보여주며 ‘역시 김혜선’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누군가는 우연히 시작한 그 길을 운명처럼 만들어냅니다. 김혜선이 그 주인공이죠. 지금도 꾸밈없는 담백한 모습으로, 여전히 우아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녀. 책받침 속 그 미소는 변했지만, 화면 속 존재감은 여전히 단단합니다. 앞으로도 그녀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