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꿈의 상온 초전도체, 아직 멀었다” 네이처지 논문 철회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2. 9. 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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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영상 15도서 초전도 구현 발표한 논문, 철회 결정
미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다이아몬드 사이에 황과 수소, 탄소로 이뤄진 물질을 두고 초고압을 걸어주면 영상 15도에서 초전도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미 로체스터대

100년 만에 ‘상온 초전도(超傳導)’ 현상을 구현했다고 밝힌 연구 논문이 국제 학술지로부터 게재 철회 결정을 받았다. 실험 자료를 임의로 수정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네이처지는 “미국 로체스터대의 랑가 디아스 교수가 지난 2020년 발표한 상온 초전도 논문의 게재를 철회한다”라고 지난 26일(현지 시각) 밝혔다. 디아스 교수는 당시 섭씨 15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확인했다고 발표해 그해 사이언스지의 10대 과학 성과에도 선정됐다.

초전도 현상은 전류가 아무런 저항 없이 흐르는 것이다. 1911년 영하 270도에서 처음으로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이래 과학자들은 더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 경쟁했다. 상온 초전도가 구현되면 무손실 전력 전송을 구현할 꿈의 기술이 되기 때문이다.

“저항 자료는 넣고 자기장은 누락” 의혹

이번 결정은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의 조지 허쉬 교수와 캐나다 앨버타대의 프랭크 마시글리오 교수 연구진이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디아스 교수의 실험 데이터에 의문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디아스 교수가 발표한 초전도체는 탄소와 수소, 황을 섞은 물질이다. 이를 다이아몬드 모루 사이에 두고 대기압의 260만 배로 압축하면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네이처는 “디아스 교수 연구진이 논문의 표 두 개에 나온 실험 데이터에서 비정상 신호(noise)를 빼면서 표준적이지 않고 자신들이 임의로 규정한 절차를 사용했다”라며 논문 게재를 철회했다. 결론에 맞추기 위해 실험 데이터를 손 봤다는 의미다.

초전도는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과 함께 외부 자기장과 반대 방향으로 같은 세기의 자기장이 생기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다른 과학자들은 디아스 교수 연구진은 전기저항에 대한 데이터는 밝혔지만 자기장 관련 자료는 누락시켰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이어스 교수는 네이처 결정에 반발하며 곧 원래 데이터를 그대로 넣은 논문을 새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디아스 교수는 발표문에서 “논문 철회 요청은 탄소-황-수소 물질의 물리적 초전도 상태를 관측한 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지난 2021년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세 연구진이 각각 자신들의 실험 결과를 재현했다고 발표했다.

영하의 초전도체 위에서 자석이 떠 있는 모습. 상온 초전도가 구현되면 자기부상열차를 쉽게 만들 수 있다./DOE

무손실 전력 전송 구현할 꿈의 기술

상온 초전도에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초전도 현상이 상온에서 구현되면 에너지 산업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가정에 오기까지 4% 이상이 사라진다. 구리 전선의 전기저항으로 전기가 열로 바뀐다. 미국에서만 한 해 22조원이 송전 과정의 전력 손실로 사라진다.

초전도 현상이 상온에서 구현되면 바다 건너까지 무손실 전력 전송이 실현된다. 자석을 초전도체 위에 두면 공중 부양한다. 상온에서 손쉽게 초전도를 구현하면 모든 열차를 자기부상열차로 만들 수 있다. 극저온 초전도체를 쓰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나 핵융합 발전도 획기적으로 저렴해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상온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 연구 경쟁을 벌였다. 수소는 지구 내핵보다 높은 압력으로 압축하면 초전도 금속처럼 작동한다. 지구 내핵의 압력은 대기압의 345만배나 된다. 과학자들은 수소에 다른 물질을 추가해 일종의 화학적 압력을 만들었다. 그러면 외부 압력을 이전보다 적게 줘도 된다.

2015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미하일 에르메츠 박사 연구진은 대기압보다 150만 배 강한 압력으로 황화수소를 압축해 영하 70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 당시 미 해군 연구소의 이고르 마진 박사는 네이처에 실린 논평에서 독일 연구진의 발견에 대해 “초전도체의 ‘성배(聖杯)’를 찾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온도가 영하 23도, 영하 13도에 이어 영상 7도까지 발전했다. 그러던 중 2020년 다이어스 교수가 수소, 황에 탄소를 추가해 지구 내부의 75% 정도 압력에서 초전도 온도를 영상 15도로 급상승시켜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디아스 교수의 논문이 철회되면서 과학계는 다시 영상을 갓 넘은 온도에서 초전도 연구를 하게 됐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에르메츠 박사는 27일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논문 철회는 극적이지만 올바른 결정”이라며 “이제 이 분야는 지난 2년 간 논란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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