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무브 격변기]② 신한, 110조 생산적금융 빌드업…첨병은 신한증권

서울 중구 신한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 제공=신한금융

'머니무브'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금융소비자는 더 이상 소유 자본을 은행에 묵히지 않고, 직접 설계 및 투자하는 구조가 다져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은행 중심의 여신 모델을 재편하고 신한투자증권을 앞세워 생산적 금융 전략의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생산적 금융이 주요 금융그룹의 핵심 목표로 설정됨에 따라 신한금융 전략의 초점도 달라졌다. 단순히 금융 지원 목표 금액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증권사를 활용해 자본을 어디에 어떤 구조로 배치할지를 설계하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전략 산업 투자와 모험자본 공급을 증권 중심으로 재편하며 조달과 배치를 동시에 맡기는 구조를 본격화했다. 2030년까지 110조원 규모의 생산·포용 금융 계획도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는 이를 실행 단계로 끌어올렸다. 연간 20조원 로드맵을 가동하고 국민성장펀드 2조원, 그룹 자체 투자 2조원, 여신 지원 13조원, 포용 금융 3조원을 배정했다. 집행 실적은 그룹 KPI와 경영진 평가에 반영한다.

이 로드맵 집행의 전면에 신한증권이 섰다. 신한금융은 110조원 계획 가운데 국민성장펀드 10조원 출자,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10~15조원 등 투자금융 비중을 크게 늘렸다. 은행이 담보 위주 여신을 공급하고 증권이 채권 발행을 주선하던 분업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판단이다. 증권이 먼저 자본을 확보하고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에 무게를 둔다는 뜻이다.

자금 흐름은 이미 달라졌다. 신한금융은 1월 데이터센터·에너지·국가 인프라를 묶은 3대 전략 펀드 3500억원을 조성했다. 신한데이터센터개발펀드 2호 1250억원, 신한탄소중립태양광펀드 1700억원, 신한인프라개발펀드 3호 540억원이다.

이는 인공지능(AI) 고속도로 구축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겨냥한 자본이다.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대한 금융 주선과 전략 펀드를 합쳐 올해에만 4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은행 여신이 아니라 증권 주도의 펀드와 금융 주선, 자기자본투자(PI)가 결합한 구조다.

신한투자증권의 최근 5년간 지배주주순이익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조달 축도 증권으로 이동한다. 신한증권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뒤 올해 2월 첫 발행어음 상품 '신한 프리미어 발행어음'을 출시했다. 만기 1년 이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2030세대를 겨냥한 연 4.0% 특판으로 출발했다.

신한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35%를 벤처와 중소기업 등 모험자본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의무비율인 10%를 크게 웃돈다. 첫 발행 규모는 500억원이었지만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보면 이론상 11조2622억원까지 발행이 가능하다. 단기 판매 성과뿐 아니라 조달 여력 역시 충분하다는 평가다.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금리 하락 국면에서 이자이익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은 비이자 부문을 키우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AI 인프라 펀드와 데이터센터 금융 주선, 발행어음 기반 모험자본 투자는 단기 수수료가 아니라 중장기 자본 차익과 배당, 운용 보수를 겨냥한다. 위험을 더 부담하되 성장 산업의 과실을 공유하겠다는 선택이다.

리테일과의 연결 고리는 통합 자산관리(WM) 체계 'One WM'이다. 신한금융은 은행·증권·자산운용을 연계해 고액자산가와 시니어 고객을 공동 관리한다. 예금과 대출 상담을 넘어 기업 투자 기회와 대체투자 상품까지 제안한다.

신한금융은 생산적 금융으로 발굴한 인프라·에너지·데이터센터 자산을 WM 채널로 연결해 고객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 경제력을 갖춘 고령자 세대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해 채권과 배당주에 더해 인프라 펀드와 리츠 등 실물 기반 자산을 제시하는 전략도 강화한다.

인공지능 전환(AX)도 병행한다. 진 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미래 금융을 위한 대담한 실행을 강조하며 AX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신한증권은 기업금융(IB)과 리서치에 AI 기반 기업·산업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공시와 산업 데이터, 시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구조화한다.

신한증권은 리스크관리 모델에도 AI 머신러닝을 접목한다. 이는 비용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PI와 모험자본 투자 판단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강화될수록 고위험 영역에서도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은 단순한 자금 집행 목표가 아니라 그룹 자본 배치 방식을 바꾸는 작업"이라며 "은행이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증권이 구조를 설계해 직접 투자하는 체계를 구축해 AI·에너지·인프라 등 첨단 전략산업에 자본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