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호크(Black Hawk)’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UH-60’은 가장 강력한 육군 헬기다.
미국 시코르스키사에서 개발한 이 헬기는 군용 다목적 헬기로, 병력 수송, 의무 후송, 화물 운반, 공중강습, 특수전 등 여러 임무를 수행 가능하다.
때문에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4,000대 이상의 블랙호크 헬기가 운용 중이다.
우리 육군 역시 블랙호크 헬기를 운용 중인 주요 국가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지난 1991년부터 블랙호크 UH-60모델을 도입, 총 131기를 운용 중이다.
또한 2008년엔 최상위급 비행훈련 장비인 ‘UH-60 시뮬레이터’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데도 성공했다.
더 나아가 방위사업청은 올해 ‘UH-60 성능개량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노후화된 블랙호크의 기체 구조 개량, 항공시스템의 디지털화 등 차세대 전투능력 확보를 위해서다.
약 1조원 규모에 달하는 이번 사업에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맞붙게 되면서 방산·항공업계의 시선도 집중되고 있다.

◇ 대한항공 관전포인트 : “이 헬기를 만들어 봤어요!”
22일 항공·방산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의 ‘UH/HH-60헬기 성능개량사업’에 대한항공과 KAI 양사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이달 말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를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은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12월 30일 공고한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 업체선정 입찰’에 따른 것이다.
2032년까지 UH-60 블랙호크와 개량형 모델인 HH-60의 성능을 개량하는 것이 주요 사업 골자다. 사업예산은 9,613억원3,800만원이다.
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84개월이다. 일반 공개 경쟁으로 진행되며 선정된 업체는 양산 및 연구 개발을 맡는다.
업계에선 사실상 이번 입찰 경쟁은 대한항공과 KAI 양자 간 대결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대표적인 항공산업체들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양사 모두 헬기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풍부하다.

먼저 대한항공의 경우 UH-60헬기에 대한 이해도와 축적된 노하우를 보유한 것이 장점이다.
대한항공은 1991년 시코르스키사로부터 생산기술을 이전받아 블랙호크를 제작했다. 이를 통해 현재 총 138대의 UH-60헬기를 군에 공급했다.
이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UH-60 전용 시설 구축, 기술자료·장비·인력·치공구 보유로 즉시 사업 수행 및 성능개량과 창정비 병행 작업 최적화가 가능하다는 게 대한항공 측 주장이다.
또한 과거 군헬기 입찰 경쟁에서 승리했던 경험도 대한항공에겐 유리한 측면이 있다.
1987년 국방부는 중형 기동 헬기의 국내 생산 사업을 공모한 바 있다. 해당 사업에서 대한항공은 삼성항공과 경쟁이 붙었다.
이때 삼성항공은 BELL사의 ‘BELL-214ST/412SP’ 헬기를, 대한항공은 UH-60 헬기를 각각 생산 모델로 사업에 참가했다. 그 결과, 1990년 대한항공에 주 계약업체로 선정됐다.

◇ KAI 관전포인트 : “우린 헬기 국산화 성공했습니다!”
이에 맞서는 KAI도 만만찮은 상대다. 특히 군용 헬기 사업 측면에선 대한항공보다 앞선다는 평가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나온다.
지난해 한국형 육군 기동헬기 ‘수리온(KUH-1)’ 양산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수리온은 기동헬기(KUH) 부문에 속하는 2만파운드급(약 10톤) 중형헬기다. 지난 2005년 정부의 ‘한국형헬기개발사업(KHP)’으로 개발된 처음 개발됐다. 해당 사업은 방위사업청(DAPA) 주관 하에 KAI가 주도했다.
이를 통해 KAI는 군용헬기에 필수적인 ‘회전익 복합체계’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이 회전익 체계 개발 및 인증 경험이 없는 것과는 차별화된 장점이다.
회전익이란 헬기가 비행할 때 사용하는 프로펠러 형태의 날개다. KAI는 고정익 및 회전익 항공기 분야에서 국내 최다 감항인증 실적을 보유했다. 특히 회전익은 12개 형식인증서 및 280여개 감항인증서를 획득했다.
전문가들이 KAI의 회전익 체계 개발 경험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블랙호크 성능개량사업이 단순 ‘개량’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이 이번 사업을 통해 개량하는 블랙호크 모델은 ‘노후화’된 것들이다. 개량 대상 기체 대부분은 운용 시간이 5,000~7,500시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번 개량사업의 핵심은 운용 중인 블랙호크 헬기의 수명 연장이라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단순 개량이 아닌 생존장비 적용 등 기본 골격만 그대로 둔 채 헬기 전체를 최신화 하는 작업이다. 항공기 재설계에 가까운 기술이 요구된다.
따라서 수리온을 통해 회전익 체계부터 헬기 항공시스템 개발 전반의 경험을 쌓은 KAI 측이 유리할 수 있다.
국내외 협력 컨소시엄 측면에서도 KAI가 갖는 강점이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번 사업을 위해 미국의 ‘콜린스’, 국내선 ‘LIG 넥스원’ 등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꾸렸다.
KAI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빗시스템즈’, 국내 기업은 ‘한화시스템’과 한팀을 맺었다. 모두 방산 분야에 특화된 기업이다. 한화시스템의 경우 KAI와 함께 KF-21을 개발한 이력이 있다.
특히 블랙호크 원제작사인 ‘시코르스키’도 KAI의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즉, 블랙호크 개발사와 손을 잡은 만큼 KAI 측이 이번 입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항공업계 및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의 정보와 평가를 종합하면 확신하긴 어렵지만 KAI가 이번 UH/HH-60 성능개량 사업의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명 연장과 감항인증 등 핵심 요소에서의 강점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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