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의 결정적 패착은… “이스라엘 과소평가, 이란 과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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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나약하고, 이란은 강력하다고 잘못 판단했다."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초토화된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지도부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내린 평가다.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때 레바논 총리였던 포우나드 시니오라는 "이란은 마지막 레바논인이 죽을 때까지 '싸울 준비만' 돼 있다"는 뼈 있는 농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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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보역량 간과·이란엔 너무 기대
"새 수장은 하심 사피에딘"... 조직 재정비
"이스라엘은 나약하고, 이란은 강력하다고 잘못 판단했다."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초토화된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지도부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내린 평가다. 32년간 조직을 이끈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암살로 정점을 찍은 일련의 사태는 적과 아군, 양쪽 모두에 대한 치명적 오판의 대가라는 뜻이다.
적 얕잡아 봤는데… "오만의 제물"
WSJ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1차 오판은 '이스라엘 과소평가'다. 나스랄라는 지난달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 지하 벙커에서 지도부 회의를 하던 중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했다. 회의 시간과 장소, 참석자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대(對)헤즈볼라 첩보전 역량은 "(스파이) 침투가 아닌 침식 수준"(베이루트아메리칸대학 헤즈볼라 전문가 힐랄 카샨)이라는 진단이 나온 이유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전쟁 의지와 이스라엘 정보부의 침투 정도를 과소평가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보호'를 기대한 것은 두 번째 오판이다. 이란은 동맹 세력이 타격을 입어도 미온적 대응을 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직접 충돌 대신 '대리 세력 물밑 지원'이 이란이 선호하는 방식인데, 이는 참전으로 전쟁 규모를 키워 미국과 맞붙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경제난 극복이 최우선 과제인 이란으로선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결국 동맹은 이란을 위해 피를 흘리지만, 이란은 보답하지 않는 '불균형'이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때 레바논 총리였던 포우나드 시니오라는 "이란은 마지막 레바논인이 죽을 때까지 '싸울 준비만' 돼 있다"는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정면충돌의 상반된 결과는 이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지도부를 줄줄이 잃었다. 레바논 측 인명 피해도 이스라엘과는 비교 불가한 수준이다. WSJ는 "9월 16일 이후 레바논에서 1,000명 이상이 사망한 반면, 9월 19일 이후 헤즈볼라의 공습으로 숨진 이스라엘인은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적을 얕잡고, 동맹을 과신한) 오만의 제물"이 됐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헤즈볼라, 타격 딛고 재정비
다만 헤즈볼라 조직 자체가 붕괴됐다고 보는 건 무리다. 미국 CNN방송은 "나스랄라 암살은 이스라엘에 중요한 성과지만, 헤즈볼라를 무시하는 건 성급하다"고 짚었다. 헤즈볼라 전문가인 아말 사드 영국 카디프대 교수는 "헤즈볼라는 '주요 간부 암살'이라는 충격을 견디도록 설계된 조직이고, 강한 회복력을 가졌다"고 CNN에 말했다.
헤즈볼라의 재정비 움직임도 시작됐다. 이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30일 사우디아라비아 알아라비야방송을 인용해 "헤즈볼라 집행위원회가 나스랄라의 후임 수장으로 하셈 사피에딘을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나스랄라의 사촌인 사피에딘은 헤즈볼라 집행위원장 겸 군사작전 기획 조직인 지하드 평의회 의장이다. 이란 지도부와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사피에딘을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해 자산 동결 등 제재를 가해 왔다. 하지만 헤즈볼라는 이날 "일부 언론 보도는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며 "내부 절차에 기반해 새 수장을 최대한 빨리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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