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기 이용한 증여세 탈루 시도 기승
부동산 시장이 소강 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이때를 기회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자녀에게 증여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증여 거래 동향에 대해 알아봤다.
◇헬리오시티 가격 급락의 이유

최근 한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는 서울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인 헬리오시티의 한 거래 사례로 떠들썩했다.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13억8000만원에 직거래된 것이다. 작년10월 기록한 최고가 23억8000만원보다 정확하게 10억원 낮고, 한 달 전 있었던 최근 실거래가(22억원)보다도 8억원 가량 낮은 가격이다. 여기에 최근 몇 달 간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19억원)와 비교해도 5억원 이상 낮았다.
이 가격을 놓고 일각에선 부동산 폭락의 신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주된 분석은 특수관계인 간 증여성 거래라는 데 모아졌다.
◇직거래 크게 늘어

자녀에게 주택을 물려줄 계획이 있는 부모라면 집값이 낮을 때 넘기는 게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세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 가격이 낮을 때 집을 넘겨 세금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이런 특수관계인 간 거래는 아는 사람끼리 이뤄지기 때문에 중개사의 도움이 필요 없다. 결국 대부분 직거래로 이뤄진다.
통계를 보면 최근 직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거래에서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17.8%에 달했다. 1년 전(8.4%)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직거래 매매 내역을 보면 대부분 시가보다 낮다. 8월 진행된 9억원 초과 아파트 직거래 21건 가운데 절반 넘는 11건이 직전 최고가보다 3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예를 들어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84㎡)는 15억원에 거래됐는데, 작년 12월 체결된 직전 거래가(24억원)보다 9억원이나 낮다. 또 강남구 도곡동 대림아크로빌(130㎡)도 직전 거래가(27억7000만원)보다 6억원 이상 낮은 21억6597만원에 직거래됐다.
직거래 가운데는 굳이 자녀에게 넘길 계획이 없다가 시장 상황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차피 집을 팔아야 할 사정이 있는 상황에서 초급매로 집을 파느니, 자녀에게 넘기는 것이다.
◇증여보다 매매가 유리

자녀에게 아파트를 넘길 때 증여와 매매를 비교하면, 매매가 여러모로 유리하다. 20억원의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면, 자녀가 약 6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반면 20억원의 아파트를 14억원 정도에 자녀에게 팔면 부모가 양도세만 내면 된다. 만약 부모가 1주택자라면 각종 공제 혜택을 통해 양도세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고,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내년 5월까지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므로 증여보다 훨씬 유리하다.
다만 매매를 하려면 자녀에게 어느 정도 현금이 있어야 한다. 또 국세청이 그리 순진하지는 않다. 세무 당국은 과도한 저가 양도를 방지하기 위해 주택이 시가보다 3억원(또는 시가의 30%)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 시가에 거래된 것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한다. 시가보다 싸게 산 만큼 증여받았다고 보고 증여세를 물리는 것이다.
◇탈법 시도 기승

그래도 끊임 없이 탈법 시도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시세보다 현저히 낮거나 비싸게 이뤄진 아파트 직거래에 대해 전국 단위 고강도 기획조사를 벌이고 있다. 편법증여나 명의신탁 등이 의심되는 불법 거래 행위를 집중적으로 찾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또는 법인과 대표 등 특수관계인 사이에서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아파트를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직거래하는 사례들이다. 가격 하락기를 이용한 탈세 시도다.
국토부가 공개한 증여세 및 양도세 탈루 의심 사례를 보면, A씨는 시세 31억원 아파트를 아들에게 22억원에 직거래로 매도하면서 선금으로 1억원을 받았다. 이후 아들과 21억원의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선금 1억원도 다시 돌려줬다. 살던 집에 그대로 살면서, 아들에게 본인 부담 없이 집을 넘겨 준 것이다.
또 법인 대표가 시세24억원짜리 아파트를 법인으로부터 시세보다 8억원 낮은 16억원에 직거래로 매수해 소득세 탈루가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했을지라도, 매매 대상이 된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에 있지 않은 중개사사무소를 통해 과도한 고·저가 계약을 했다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위법 의심 행위에 대해 국세청·경찰청·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고소득층들은 시장 상황 변화가 있을 때마다 그에 맞는 전략을 새로 짠다”며 “그에 대응하는 과세 당국의 확실한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 증여 과정에서 각종 불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보다 면밀한 조사를 해서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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