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증권, 자사주 소각 전 배당성향 '껑충'…상속 재원 마련 의혹

김병탁 기자 2026. 3. 3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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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성향 급등으로 대주주 일가 배당 수령액 53억→85억원 늘어
/사진=뉴스1
자사주 소각·처분을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부국증권이 자기주식 소각 계획을 공시했다. 소각 발표와 동시에 배당성향도 자체 목표치 상단을 훌쩍 넘기면서 73세 최대주주의 경영 승계를 앞두고 상속 포석을 깔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부국증권은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달부터 내년 7월까지 보통주 373만764주와 우선주 3만6340주를 단계적으로 소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발행주식 총수 대비 보통주 35.98%, 우선주 1.21%에 달하는 소각 규모다. 부국증권이 1994년부터 자기주식을 매입해온 지 30여년 만의 첫 소각 공시다.

이와 함께 보통주 1주당 2400원, 우선주 1주당 2450원을 배당하기로 결의했다. 배당 결의 총액은 약 215억원으로 전기(약 135억원)보다 59% 늘었다.

이번 소각 결정 배경에는 3차 상법 개정이 있다. 국내 기업들이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장기 보유하는 관행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자기주식은 소각하지 않으면 유통주식 수가 줄지 않아 주당 가치가 오르지 않는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자기주식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배당 수혜를 입는 구조가 가능하다. 자기주식은 배당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배당 대상 주식 수가 줄어드는 구조여서 결과적으로 자사주 비중이 높을수록 같은 배당 총액에서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진다.

이 같은 관행을 끊기 위해 지난달 25일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공포(3월6일)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부국증권도 해당 개정안에 맞춰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배당성향을 크게 끌어올린 점에 대해선 업계 의문이 제기된다. 연결 기준 지난해 배당성향은 47.14%로 전기(43.62%)보다 3.52%포인트 상승했다. 2년 전(23.56%) 대비 23.58%나 웃도는 수준이다. 연결 기준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56억원으로 전기(310억원)보다 47.1% 늘어났으나, 2년 전(573억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20.4% 줄었다. 당기순이익이 줄었음에도 2년 새 배당성향을 급격히 상향한 것은 이례적이다.

관련업계에선 상속을 앞둔 터라 자사주 소각 전 배당을 크게 늘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중건 회장은 1952년생으로 올해 74세다.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약 31%이며 장남 김상윤 씨의 부국증권 지분은 현재 1.85%다. 소각 전 배당성향을 끌어올려 현금을 확보하고, 주가가 오르기 전 승계 준비를 마칠 시간을 버는 구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상속·증여세는 상장주식을 시가 기준으로 산정한다. 자사주 소각이 실행되면 유통주식 수가 줄면서 주가가 오르고 대주주의 상속세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반면 배당은 주가를 직접 끌어올리는 방식은 아니지만 주주에게 현금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대주주 역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배당으로 최대주주 김중건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수령하는 금액은 약 85억원으로 추산된다. 전기(약 53억원)보다 60% 늘어난 규모다. 발행주식의 42.73%가 자사주로 묶여 있어 배당 수혜는 자연히 대주주 측에 집중된다.

소각 일정도 유예 기간 끝자락으로 잡혔다. 3차 상법은 기존 보유 자사주에 대해 시행일로부터 최대 1년6개월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한다. 부국증권이 제시한 2027년 7월이 이 기간의 마지막에 해당한다. 전기 자기주식보고서에는 "소각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계속 보유 중"이라고 적혀 있다. 부국증권은 지난 30년간 소각 실적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자사주 소각 캠페인을 벌이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우리 주식시장이 지배주주 위주로 흘러왔다고 지적해왔다. 지금도 한투연은 주주 평등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 지배주주에게 쏠린 과도한 특혜를 빠르게 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본지는 부국증권의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김병탁 기자 kbt4@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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