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된 해리스의 연락을 ‘읽씹’한 이 사람[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한 마디도 못해 창피 당한 VP는 누구
대통령-부통령 케미 알아보니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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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Tim. It’s Kamala. I really want to talk to you.” (팀, 카멀라예요. 꼭 통화하고 싶어요) |
여기서 현대인의 중요한 전화 습관을 알 수 있습니다. 모르는 번호가 뜨면 받지 않습니다. 귀찮은 전화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즈 후보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해리스 부통령은 박장대소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Nothing is more relatable as not answering the phone because you don’t recognize the caller”(전화 건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 받지 않는 것만큼 공감 가는 일은 없다). ‘relate’의 형용사인 ‘relatable’(릴레이더블)은 공감한다는 뜻입니다. ‘nothing is more as’는 ‘as’ 다음에 나오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것이 진리라는 뜻입니다.
월즈 후보의 시골 아재(Midwestern Dad) 감성이 드러나는 에피소드입니다. 체면 불문하고 막춤을 추고, 새끼 돼지를 품에 안고 기뻐하고, 아이들에 둘러쌓인 월즈 후보는 유세 분위기를 띄우는 일등공신입니다. 똑똑하지만 인간미 부족해 보이는 해리스 부통령과 분위기를 잘 띄우지만 정작 중요한 전화는 놓치는 허당끼 넘치는 월즈 후보는 서로 케미가 맞는 ‘티켓’입니다. 티켓은 대통령-부통령 후보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월즈 후보는 성공적인 부통령 후보라는 평가를 받지만, 미국 대선 역사를 보면 실패한 부통령도 많습니다.
Um, all of ’em, any of ’em that, um, have, have been in front of me over all these years.” (음, 모든 신문들, 음 오랫동안 내 앞에 있었던 모든 신문들) |
러닝메이트를 공식 발표해야 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알래스카 주지사였던 페일린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이었습니다. 매케인 후보는 페일린 주지사를 한번 만나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부통령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페일린 후보의 전당대회 연설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72세 고령인 매케인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매력적인 44세의 여성 부통령 후보로 보였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자질 부족을 드러냈습니다. 준비된 원고를 읽는 연설과 달리 인터뷰는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대(對)러시아 정책을 묻는 질문에 “알래스카에서 러시아가 잘 보인다”라는 답변으로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특히 CBS 뉴스 앵커 케이티 쿠릭과의 인터뷰는 유명합니다. “정기적으로 읽는 신문을 말해달라”라는 쿠릭의 질문에 답한 내용입니다. 대통령과 함께 국내외 정세를 꿰뚫고 있어야 하는 부통령 후보가 단 한 개의 신문도 떠올리지 못한 것입니다. 쿠릭 인터뷰가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쿠릭이라는 농담까지 생겼습니다. 결국, 매케인 선거본부는 페일린에게 언론 접촉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대선 패배 후 매케인은 페일린과 말도 안 섞는 사이가 됐습니다. 페일린은 나중에 매케인 장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With Agnew as Vice President no assassin in his right mind would kill me.” (애그뉴가 부통령인데 제대로 정신이 박힌 암살범이라면 나를 죽이겠는가) |
애초에 닉슨이 메릴랜드 주지사였던 애그뉴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은 남부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애그뉴는 독설가로 유명했습니다. 배짱 있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남부 백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흑인을 ‘Negro’, 일본인을 ‘Jap’, 폴란드 출신을 ‘Polack’이라고 부르는 것이 예사였습니다.
닉슨은 애그뉴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정책 파트너로 대접하지 않았습니다. 충격 발언이 필요할 때나 찾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소외시켰습니다. 한번은 주변에서 “애그뉴를 무시할 거면 왜 부통령으로 선택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닉슨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암살 표적으로 유용하다는 농담입니다.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닉슨 대통령의 배타적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in right mind’는 ‘제정신’이라는 뜻입니다. 앞에 ‘no one’과 함께 써서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그럴 리 없다’라는 뜻이 됩니다.
메릴랜드 주지사 시절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법무부 조사를 받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닉슨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조사를 받는 혼돈의 정국이었습니다. 뇌물 수수가 훨씬 중대한 범죄지만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묻혀 부통령 자진 사퇴로 조용히 해결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최대 수혜자는 애그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You people who are married to Italian men, you know what it’s like.”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한 사람은 어떤지 알잖아요) |
재산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대형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이 소득신고서 제출을 거부한 것입니다. 배우자 소득신고서 제출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제출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페라로 후보의 변명입니다. 다혈질인 이탈리아 남자들은 이런 문제에 둔감하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동의를 구할 때 쓰는 말입니다. “You know what it’s like.” 이탈리아 커뮤니티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배우자 소득신고 미제출에 인종 비하 발언까지 페라로 후보는 단번에 사랑받는 후보에서 문제 많은 후보로 전락했습니다.
마지못해 남편이 소득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부부 합산 재산이 400만 달러에 달하고, 요트, 별장 2채, 입주 가사도우미까지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들여 쌓아 올린 서민 이미지가 깨졌습니다. 재산 문제는 먼데일-페라로 티켓을 침몰시켰습니다. 상대 후보였던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부통령의 부인 바바라 여사는 이렇게 놀렸습니다. “Ferraro is $4 million - I can‘t say it - but it rhymes with rich.”(페라로는 재산이 400만 달러나 된다. 대놓고 말은 안 하겠는데 부자라는 단어와 운율이 맞네)
명언의 품격
1992년 대선에서 이런 전통이 깨졌습니다.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자신과 매우 비슷한 앨 고어 부통령 후보를 택했습니다. 우선 나이가 클린턴 45세, 고어 44세로 비슷했습니다. 미 대선 역사상 가장 젊은 티켓입니다. 출신 지역도 둘 다 남부였습니다. 클린턴은 아칸소, 고어는 테네시 출신입니다. 가장 중요한 이념은 민주당 내에서 둘 다 온건파로 분류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학벌조차 둘 다 아이비리그 출신(클린턴-예일대, 고어-하버드대)으로 비슷했습니다. 쌍둥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왜 쌍둥이를 뽑았냐”라는 질문에 클린턴 후보의 대답입니다.
We are going to reinforce the ticket rather than balance it.” (티켓의 균형을 맞추기보다 강화할 것이다) |
고어 부통령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후부터 대통령-부통령 관계를 규정할 때 ‘balance’(균형)보다 ‘partnership’(협력)이 더 적절한 단어가 됐습니다. 대통령은 설사 위협이 될지라도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부통령을 택해 2인자로 키우며 상당한 권력을 나눠줍니다. 자신이 권좌에서 내려올 때 대비해 후계자로 키웁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후보 사퇴의 공백을 메우며 곧바로 대선전에 뛰어들 수 있는 것도 평소 바이든-해리스 부통령 관계가 파트너십에 기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전 보케 360
I’m a knucklehead at times.” (나는 때로 멍청한 짓을 한다) |
너클헤드가 멍청이라는 의미가 된 것은 만화에서 유래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 당국은 군인들이 훈련 중에 해서는 안 되는 멍청한 행동을 만화로 그려 설명하면서 주인공 캐릭터 이름을 ‘Knucklehead’라고 지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월즈 후보가 자신을 멍청이라고 부른 것은 홍콩 방문 시기를 혼동했다는 변명을 하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홍콩에 간 것은 톈안먼 사태가 종료된 1989년 8월이지만 극적인 효과를 위해 “톈안먼 사태 때 홍콩에 있었다”라고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거짓말은 들통이 나게 돼 있고, 창피를 감수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월 18일 소개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관한 내용입니다. 재임 중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부통령을 꼽으라면 아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일 것입니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추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 관계가 됐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의회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대선 승자로 공식 인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폭도들이 의사당으로 몰려간 사건입니다.
▶2021년 1월 18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118/104963197/1
Trump and Pence have chosen to bury the hatchet after a week of silence, anger and finger-pointing.” (트럼프와 펜스는 침묵하고 화를 내고 남 탓을 하며 일주일을 보내다가 화해하기로 했다) |
He is a manila envelope taped to a beige wall.” (존재감 없네) |
I was running the dishwasher, putting my clothes in the laundry. We’re still waiting for him to return the call.” (식기세척기도 돌리고 세탁기에 빨래도 넣었다. 나 아직 답신 콜 기다리거든요)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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