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9주 보유 소액주주에 패소…74조원 보상 패키지 잃을 위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대 560억달러(약 74조원) 규모의 주식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법원이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의 통제 하에 부적절한 보상 패키지를 승인했다고 판단하면서다. 이번 판결에 따라 ‘머스크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테슬라 주가는 2% 넘게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테슬라 트위터)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2.24% 하락한 187.29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가 공정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으며 이와 관련해 머스크와 협상했다는 증거조차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머스크의 보상안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테슬라 주식 9주를 보유한 리처드 토네타가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것이다. 토네타는 머스크가 자신의 지배력을 남용해 지난 2018년에 과도한 보상 패키지를 받았다며 테슬라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토네타가 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지난 2022년 10월로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팔아 트위터(현 X)를 인수했던 시기와 겹치며 더욱 주목받았다.

테슬라 이사회는 지난 2018년 머스크가 10년 동안 테슬라 실적과 시가총액 6500억달러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총 12차례의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CEO 보상 패키지를 승인했다. 테슬라는 지난 2022년 이 목표들을 모두 달성했고 머스크는 약 560억달러 상당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이번 소송 재판에서 원고 측은 테슬라가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러한 보상안을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와 이사회는 이를 반박했다.

캐설린 매코믹 델라웨어주 법원 판사는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가 상장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며 이를 승인하는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매코믹 판사는 “머스크는 회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직책을 맡고 테슬라를 대표해 협상을 해야 하는 이사들과 두터운 유대관계를 갖고 있으며 자신의 보상 패키지가 이사회의 승인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지배한 전형적인 슈퍼스타 CEO였다”고 전했다. 테슬라 이사회에 머스크의 친동생인 킴벌 머스크와 머스크와 절친한 제임스 머독 등 그의 측근이 포함돼있어서 이전부터 독립성 논란에 휩싸여 왔다.

머스크는 판결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X 계정을 통해 “델라웨어주에서 절대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면서 반발했다. 또 테슬라가 법인 소재지를 본사가 위치한 텍사스주로 변경할지를 묻는 설문 조사를 게시했다. 이 설문조사에 100만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87%가 찬성표를 던졌다. 머스크가 항소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델라웨어대학교의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찰스 엘슨 교수는 “델라웨어 법원이 보상 패키지 합의를 파기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내 기억으로는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판결이 뒤집히지 않으면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 엘슨 교수는 새로운 보상안을 마련할 경우 “그 과정에 관여하는 이사진이 면밀히 조사받을 것이며 머스크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자산 대부분이 테슬라 주식인 머스크는 보상 패키지 덕분에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명으로 등극했다. 또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 지분 13%를 보유 중인데 스톡옵션까지 포함하면 지분율이 20.6%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보상안이 제공될 경우 보유 자산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를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분야의 선두주자로 이끌기 위해 지분을 25%로 늘리겠다는 머스크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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