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 스마트데포, 10월부터 매출 반영…5년 적자구조 전환 신호탄

펩트론이 장기지속형 약물 플랫폼 '스마트데포'의 상업 매출을 시작한다.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펩트론이 장기지속형 약물 플랫폼 '스마트데포(SmartDepot)'의 상업 매출을 시작한다. 이달부터 LG화학에 공급하는 1개월 지속형 전립선암·성조숙증 치료제 '루프원주'가 출하되면서 4분기 실적에 첫 제품 매출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5년 넘게 연구개발(R&D) 비용이 매출의 2~4배를 웃돌았던 펩트론이 기술상업화 국면에 진입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프원 출시, 스마트데포 매출 반영

루프원주 제품 이미지 /사진 제공=LG화학

13일 펩트론에 따르면 스마트데포는 이달부터 매출이 본격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펩트론 관계자는 "10월경부터 스마트데포의 매출이 잡힐 것 같다"면서 "루프원주가 이달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판매는 LG화학이, 제조는 펩트론이 맡을 예정이다. 다만 LG화학이 판매를 담당하는 만큼 구체적인 매출 예상치까지는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이 펩트론 측의 설명이다.

시장은 매출 발생이 펩트론의 '적자고착 구조 탈피'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R&D에 집중해온 펩트론의 기술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에 매출 규모를 떠나 '기술이 돈이 되는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루프원주는 스마트데포의 기술이 적용된 치료제다.

자사 기술 플랫폼이 적용된 첫 상업제품 매출이라는 점도 주목되는 포인트다. 펩트론은 그동안 연구용 펩타이드 소재와 히알우로니다아제 의약품 도매 등 비핵심 제품의 매출을 유지해왔지만 이번 매출은 성격이 다르다. 루프원주 출가는 R&D 비용이 매출의 몇배에 달하던 구조에서도 기술 상업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온 데 따른 결실로 평가된다. 시장은 이 경험을 기반으로 펩트론이 후속 파이프라인에도 스마트데포 공정을 확대 적용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번 매출을 '펩트론이 실험실 기업에서 생산기업으로 이동하는 분기점'으로 본다. 기술수출(LO)이나 정부과제 중심의 비상업화 수익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플랫폼 기반의 상업 매출을 확보한 첫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스마트데포 기술이 상업화 단계로 전환됐다는 점은 펩트론의 사업모델에 대한 신뢰도가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적자 고착화 구조 탈피 신호 켜졌나

펩트론의 5개년 주요 지표 추이 /그래픽=이승준 기자

시장에서는 이번 스마트데포 매출이 기술투자형 구조에서 기술수익형 구조로의 전환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플랫폼 수익화의 첫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분기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5년간 유지된 적자구조에도 R&D를 멈추지 않은 펩트론이 기술 상업화의 실체를 드러낼 첫 시점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펩트론은 최근 5년간 매출이 30억~60억원대에 머물며 매년 15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는 매출 31억원, 영업손실 162억원으로 적자 폭이 매출의 5배를 웃돌았다. 당기순손실도 220억원에 달해 누적 결손이 지속됐다. 이 같은 실적은 R&D에 과감히 투자해온 전략의 결과다.

적자구조는 다른 수치에도 반영돼 있다. 영업이익률은 최근 5년간 -236%에서 -564%로 유지됐다. 당기순이익률 또한 -227~-699%로 매출총이익이 R&D 비용과 판매관리비를 방어하지 못하는 구조다. R&D 비용은 매출의 최대 4~5배로 지난해 기준 132억원(매출 대비 418.7%)에 달했다. 기술력 축적에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상업화 지연이 재무 부담으로 다가온 셈이다.

다만 재무구조 자체는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자본총계는 지난해 1517억원으로 전년의 361억원에서 4배 이상 증가했고, 부채비율도 45.3%에서 11.3%로 낮아졌다. 현금성자산은 10억원대로 줄었지만 유동비율은 2479%로 높아 단기유동성에는 여유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효과로 상업화 투자 여력을 확보하며 재무구조 안정화의 토대도 마련했다.

상업화 속도와 제2공장에 시선 집중

제2공장 조감도 /사진 제공=펩트론

일각에서는 스마트데포의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려면 기술확장성과 상업화 속도를 입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루프원주 이후에도 비만, 당뇨, 정신질환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생산체계를 조기에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추가 임상과 생산효율화 결과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펩트론은 현재 충북 오송바이오파크에 제2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축허가 신청 이후 승인 절차를 밟고 있으며, 통상적인 시공 기간을 감안할 때 완공까지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공장은 스마트데포 플랫폼을 적용한 장기지속형 제형의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향후 생산능력을 확충해 글로벌 LO 협상 및 후속 파이프라인 상업화를 병행할 계획이다.

스마트데포는 생분해성 폴리머를 이용해 약물을 체내에서 일정 기간 서서히 방출하는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이다. 약물 입자의 크기와 주사 게이지를 줄여 투약 편의성을 높였으며, 안전성을 확보해 유효기간을 최대 36개월까지 늘렸다. 일본 다케다제약의 오리지널 제품 '루프린'과 생물학적 동등성을 확보한 것도 상업화의 기술적 기반이 됐다.

그로쓰리서치 관계자는 "펩트론의 강점 중 하나는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한 장기지속형 주제를 실제로 상용화해본 경험"이라며 "이는 후속 파이프라인의 임상 설득력과 LO 협상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며, 회사는 위탁개발생산(CDMO) 수요에도 대응 가능한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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