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AI가 1929년 라디오와 닮았다?[계좌부활전]
AI(인공지능) 고점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챗GPT 이후 AI라는 기술혁신이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고 주요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AI 반도체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공급과잉 우려를 제기하며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반토막' 내기도 했습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헬스케어와 자동차, 로봇,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제 막 AI를 적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입니다.
미래의 전망치를 선반영하는 주식시장의 반응은 어떨까요.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로 보면, 20일 기준 지난 7월 11일 고점에서 15% 하락했고 8월 5일 저점보다 18% 상승했습니다. AI의 미래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AI는 100년 전 라디오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DB금융투자 강현기 연구원은 "기술혁신과 유동성의 관점에서 그때와 지금이 분명한 공통 분모를 가진다"고 밝혔는데요.
전기는 1882년 9월 4일 미국 소비자에게 처음 공급된 이후 1907년 전체 가구의 8%만 사용했는데, 1929년 67.9%로 확대했습니다. 이는 가전제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배경이 됐고, 특히 라디오는 1921년부터 1929년까지 판매액이 30배 늘었습니다.
또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대 미국에 금이 유입됐고, 당시 금본위제에서 통화량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1920년대 할부판매가 본격화하며 1927년 전체 가구의 85%가 할부로 소비에 나섰습니다.
AI는 빅테크가 2010년대 주목하기 시작한 분야입니다. GPU(그래픽카드) 사용의 본격화와 딥러닝 기술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3월 알파고와 프로기사인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은 아직도 회자되는 큰 사건이었죠.
특히 올해 초 챗GPT의 등장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데이터센터 확대가 경쟁적으로 이뤄졌고, AI 반도체는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엔비디아는 80%에 육박하는 마진율(매출총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코인 채굴 기업은 AI용 데이터센터로 사업을 전향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계기로 각국 정부가 대규모 유동성을 주입했습니다. 미국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했고, 가계에 현금을 직접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100년 전 경기둔화가 찾아왔습니다. 전미경제연구소는 경기 확장의 정점을 1929년 8월로 보고 있습니다. 같은해 6월 라디오와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습니다. 미국분만 아니라 전 세계 경기가 침체에 접어들었습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기준금리(재할인율)를 1928년 2월 3.5%에서 이듬해 8월 6%까지 인상했습니다. 다우존스 지수는 1929년 9월 3일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1929년 10월 24일 이른바 '검은 목요일'은 대공황의 전주곡이 됐습니다. 기준금리는 다시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현재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고, 중국은 이미 침체 상태가 이어지고 있죠. 유동성 확대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졌고, 미국은 이제 30개월 만에 고금리 기조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에 대해 강 연구원은 "경제와 얽히고설킨 변수들은 임계점이 존재한다"면서 "어떤 변수가 임계점을 건드리는 순간 경제는 한동안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술혁신과 유동성이 맞물리면 주식시장은 멋지게 상승하지만, 경기둔화와 더불어 금리 정점이 마무리되면서부터 주식시장은 방향을 바꾸게 된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반복됐던 형태로 만약 이번에 주식시장이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이례적인 경우로 역사의 한 편에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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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성주 기자 joo50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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