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해요"...잼버리 대원들, 귀국까지 미루고 찾은 '한국 관광지' 정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여한 각국 대원 4만여명이 무더위와 태풍을 이겨내고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일부 대표단들은 한국 일정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들은 잼버리 첫 일정부터 극심한 폭염과 태풍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번 기회에 한국의 멋과 낭만을 제대로 체험해보자는 뜻을 모았습니다.

정부는 추가 일정을 이어가는 대원들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숙소·교통·문화 체험·관광 전 영역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입니다.

2023년 8월 12일 행정안전부는 하루 동안 잼버리 참가자들 1만여명 이상이 출국장으로 향했다고 밝혔습니다. 폐영식이 열린 11일에도 2000여명이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반면 일부 대원들은 한국에 남아 관광 등 추가 일정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스웨덴 잼버리 대원 890여명은 12일 광안리해수욕장을 찾는 등 부산을 관광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는 15일까지 유엔기념관·용두산공원·감천문화마을·범어사·금정산 등을 돌아볼 계획입니다.

“가슴이 뭉클해요” 스웨덴 잼버리 대원들 부산유엔공원 방문

13일 부산 남구 등에 따르면 스웨덴 대원들은 팀별로 유엔기념공원에 도착, 공원 곳곳을 둘러보며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스웨덴은 6·25전쟁 당시 UN군 의료지원 6국 가운데 하나로 참전했습니다. 특히, 스웨덴은 남구와 서면에 주둔하며 스웨덴적십자야전병원(swedish red cross hospital, 서전병원)을 운영, 부산과 인연이 각별합니다.

스웨덴군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이 채 되기 전인 1950년 9월 23일 부산에 도착, 미 제8군에 배속돼 옛 부산상고 터(현 서면 롯데호텔 자리)에 400 병상 규모의 후방 병원을 열고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정전 협정 이후에도 ‘부산스웨덴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1954년 7월 철수 전까지 부산으로 모여든 전상자, 피란민, 극빈자들을 헌신적으로 치료했습니다.

스웨덴은 부산 주둔 6년 6개월간 1124명의 의료진을 파견, 약 200만명의 환자를 돌본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같은 사연은 2004~2006년 2003년 한국 판문점의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웨덴 대표로 근무하다 전역한 라르스 프리스크(Lars Frisk) 스웨덴한국협회장의 노력으로 2019년 `한국전과 스웨덴 사람들(The Swedes in the Korean War)’이란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스톡홀름에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프리스크 한국협회장은 지난 2020년 남구 구보에 "이 다큐멘터리는 민주주의 국가 설립의 토대와 국제 관계를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하고도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기고문을 싣기도 했습니다. 부산 남구도 지난해 10월 UN평화축제 폐막식 행사 일환으로 평화공원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공개 상영했습니다.

스웨덴 잼버리측은 이런 인연으로 이번에 부산 체류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린 잼버리 대원들은 이날 현장 관계자들에게 "우리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이 한국을 도우러 부산에 오셨었다는 사실이 아주 자랑스럽고 가슴이 뭉클하다"라 말했다고 합니다.

스웨덴 잼버리 대원 800여명은 이날 팀별로 유엔기념공원과 인근 유엔평화기념관,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중구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등을 방문했고 오는 16일 4박 5일간의 부산 방문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한국 남은 잼버리 대원은 어디로 갔을까...바다·폭포 등 제각각

영국 대원 600여명도 전날 강원 춘천시에 도착해 구곡폭포와 애니메이션 박물관 등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원들은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잠시 더위를 식히거나, 수려한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서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후 레고랜드를 찾아 놀이기구에 몸을 싣기도 하고, 물총 보트에서 한바탕 물놀이를 즐기며 휴가 분위기를 만끽했습니다. 잼버리 기간 못다 즐긴 한식을 경험해보고,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려는 대원들도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남은 일정을 보내는 브라질 대원 페르나다(15) 양은 "떡볶이랑 치즈 핫도그, 양념치킨 등 달콤하고 매운 한국 음식을 최대한 많이 먹을 예정이다. 살찌는 거 전혀 걱정 안 된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이고르(15) 군은 "유튜브에서 봤던 서울 N타워와 전망대만큼은 꼭 가보고 싶다"며 "부모님에게 드릴 기념품도 사야 하는데, 혹시 뭐가 좋을지 추천해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대만 대표단 일행은 조를 나눠 부산과 경북 경주, 전남 순천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순천을 찾은 46명은 순천만 국가정원과 낙안읍성 등을 둘러보며 남도의 맛과 멋에 흠뻑 빠졌습니다.

순천시는 관광지별로 문화관광 해설사를 배치해 이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한국을 알고 싶어" 전국 각지서 한국문화 체험 삼매경

느긋한 휴가 대신 한국 전통가옥, 무예, 예술, 역사 등을 탐구하는 '열공모드' 넘치는 대원들도 많았습니다.

네덜란드 대원 230여명은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을 방문해 도롱이, 죽부인 등 민속품을 구경하며 한국문화 탐구에 나섰습니다. 요르단 대원 38명은 경기 남양주 홍유릉을 방문해 영조가 딸인 화길 옹주에게 지어줬던 '궁집'을 둘러보며 한국 전통 가옥을 공부했습니다.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의 뜻을 기린 '리멤버 1910'을 방문해 한국 역사를 공부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들은 이날 오후 태권도 공연을 보며 한국 전통 무예를 경험합니다.

우크라이나 대원 24명은 잼버리 공식 기간보다 일주일가량 더 머물며 경기도국제교육원이 마련한 '문화 오디세이'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대원들은 오는 19일까지 서울 경복궁과 인사동, 수원화성 등을 방문해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를 체험하고, 평택 한국 관광고등학교를 방문해 한국 학생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집니다.

전북에서는 아일랜드, 몰타, 폴란드 등 7개국 510여명이 머물며 전주 한옥마을, 부안 채석강, 임실 치즈테마파크, 군산 선유도 등 도내 주요 관광지에서 사흘간의 추억 쌓기를 시작했습니다.

체코·루마니아 등 대원 100여명은 이날 세계문화유산도시 안동에 머물며 병산서원, 하회마을, 월영교를 둘러보고,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관람합니다.

일찌감치 경주 불국사와 골굴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진행 중인 독일 대원 80명은 사찰 경내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불경 소리와 처음 보는 승복에 신기해했습니다.

독일 대표단 한나(21) 씨는 "사진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이 경주였다""한국의 종교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배움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정부 "남은 대원들 숙식·교통·문화체험·관광 지원"

열정 가득한 잼버리 대원들의 행보에 정부도 이들의 체류 편의를 한마음으로 돕고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각 부처와 지자체는 항상 잼버리 대원의 안전과 건강을 제1원칙으로 하면서 숙박, 급식, 이동, 체험, 출국 등 모든 과정에서 대원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기관장들이 직접 꼼꼼히 챙겨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어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조직위 등은 당분간 상황 기능을 유지하면서 남아있는 잼버리 대원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관련 부처나 지자체와 협조 필요 사항을 조율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는 전날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폐영식과 K팝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158개국에서 온 4만5천여명의 대원들은 전날부터 귀국길에 나섰고, 일부 대원들은 계속 한국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스웨덴 대사관에서 인터넷 댓글을 스크린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바의 나라 스웨덴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여러가지 환경이 좋지 못했는데 끝까지 잼버리 정신을 발휘한 스웨덴 단원들에게 박수와 더불어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이번 잼버리 대회 참가한 스웨덴 대원들이 6.25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을 참배하고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정신이 너무 아름답게 보입니다. '피는 못 속인다' 라는 말이 본 기사 맥락과 맞을 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입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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