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빤다는 소리 듣지만 숨겨진 최고 엘리트?!

이 사진을 보라. 학창시절 누군가는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다고 하고, 누군가는 수십 번은 가봤다고도 하는 곳. 바로 보건실이다. 은은한 소독약 냄새와 바짝 마른 햇볕 냄새, 딱딱한 침대와 잔잔한 가습기 소리. 비릿한 인쇄물 냄새가 나는 차가운 교무실과 달리 보건실은 묘한 차분함과 따뜻함이 있는 공간이었다.
특히 분주하고 북적이는 교무실 선생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가로워 보이는 보건 선생님은 그야말로 꿀 직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분들이 학교 내 숨겨진 엘리트라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보건 선생님들이 꿀직업이라고 하는데 정말인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보건 선생님 하면 한적한 보건실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매번 갈 때마다 자리에 없는, 일명 학교 내 꿀 보직 이미지가 강한데 실상은 그것도 아니라고 한다.

이지혜 서울유현초등학교 보건교사
“나는 학교 다닐 때 보건실 간 적이 없어 보건 선생님 얼굴도 몰랐어 이런 분들이 많으시기 때문에 보건교사는 진짜 꿀보직이다 꿀직장이다이렇게 생각을 하실 수도 있거든요. 지금은 학생들이 보건실을 굉장히 많이 이용해요. 거의 복지시설 이용하듯이 엄청 많이 오거든요. 저도 33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인데 거의 3천 명 가까이 왔어요 작년 한 해 동안”

보건실은 어디 하나 부러지거나, 피라도 나야 가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학생 환자로 바글거린다고 한다.

게다가 보건 선생님은 수업도 없는 줄 알았는데, 2008년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보건교육이 의무화되어서 수업도 해야 하고, 성교육이나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 비정기적 교육도 많다고.

이지혜 서울유현초등학교 보건교사
“보통 수업 시수를 비교하면서 수업을 덜 하니까 넌 꿀직장이야 이렇게 얘기하시는 거거든요. 선택 과목 중에서 정보라든지 기술 가정 이런 선택 과목이 있고 보건도 선택 과목이에요. 근데 보건 교과보다도 수업 시수가 더 적은 선생님들도 계신데 그렇게 말 안 하죠”

학교 선생님들과 비교하면 수업 시수가 주요 과목 선생님에 비해 적다거나, 담임 선생님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에서 편할 수 있지만, 또 전교의 환자를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보건 선생님이야말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학교 내 숨겨진 엘리트라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는데, 정말 보건 선생님이 되긴 어려울까? 현직 보건 교사에게 물어봤다.

이지혜 서울유현초등학교 보건교사
“보건교사 되는 방법은 딱 한 가지인데요. 간호학과 졸업자로서 교직학점을 취득을 해야 돼요. 간호학과에서 교직을 취득하려면 학교마다 다른데 성적이 상위 3%인데도 있고 5%인데도 있어요. 그리고 졸업할 때까지 한 과목이라도 성적이 B 이하로 나오면 자동 탈락이에요. 그렇게 교직 과정을 이수하면서/간호사 국가고시를 치르거든요. 합격을 하면 간호사 면허가 나와요. 그러면 보건교사 2급 자격증이 같이 나오고 (그게) 나와야 임용시험을 치를 수 있는 응시 자격이 주어져요. 탑 티어들의 경쟁이라고 해야 할까요?ㅎㅎ 쉽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보건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정원 50명 정도의 간호학과 학생 중에서도 1~2등은 해야 비로소 교직 이수 자격이 주어지고, 단 한 과목이라도 B 학점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학점 관리도 해야 하며, 간호사 국가고시와 임용시험도 통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말 간호학과 내 엘리트 중 엘리트만 보건교사가 될 수 있는 거다.

성적이 비슷했던 간호학과 출신으로 비교하면 상위권 성적이었던 간호학과 동기들은 대학병원급인 3차 병원에 다니는데, 그만큼 보수도 낮은 게 또 단점이라고 한다.

이지혜 서울유현초등학교 보건교사
보건교사 하는 사람들은 학교 다닐 때도 성적이 좀 높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로 3차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랑 많이 비교를 해요. 3차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거의 절반 수준밖에 안 돼요. 제가 한 13~4년 정도 됐는데, 대학교 졸업하고 처음 병원에서 받았던 첫 월급이랑 비슷해요”

모든 직업이 그렇듯 보건 선생님도 다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근데 난 솔직히 보건쌤보다 체육시간마다 운동장에 공 던져주던 체육쌤이 더 꿀인 것 같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