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뒤통수를 여러 번 때린 일본 영화

▲ 영화 <괴물> ⓒ NEW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31] <괴물> (Monster, 2023)

글 : 양미르 에디터

어느 날 밤, 사고로 남편을 잃은 '무기노 사오리'(안도 사쿠라)와 11살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는 집 베란다에서 건물의 화재를 지켜본다.

그러던 중 '사오리'는 "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이야? 돼지야?"라고 묻는 아들의 기묘한 질문에 당황한다.

'미나토'는 담임인 '호리 미치토시'(나가야마 에이타)로부터 그런 연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흘러 넘어가는 질문을 뒤로 하고, '사오리'는 최근 들어 한 쪽 운동화를 잃어버리거나, 물통에 더러운 물을 담아온 '미나토'의 행동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그러던 중 '사오리'는 차를 타고 귀가가 늦어진 '미나토'를 찾으러 다니던 중에 폐선로 터널 안에서야 '미나토'를 발견한다.

'미나토'는 마치 누군가와 만나기로 약속한 듯, 스마트폰의 손전등을 비추며 "괴물은 누구게?"라고 외쳤다.

심지어 '사오리'의 차를 타고 가던 중 '미나토'는 갑자기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리기까지 했다.

다행히 가벼운 상처였으며, 뇌 CT 검사 결과마저도 정상이었지만, '미나토'는 '호리' 선생님으로부터 "너의 뇌는 돼지 뇌와 뒤바뀌었다"라는 말을 들으며 눈물을 머금는다.

다음 날, '사오리'는 '후시미 마키' 교장(타나카 유코)을 찾아가 '미나코'가 '호리'에게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았으며, 폭행을 당했다고 말한다.

교장은 의외로 어딘가 침착하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쇼다' 교감(카쿠타 아키히로)와 학년 주임 '시나가와'가 오자마자 교장은 자리를 피하고 만다.

'교감'은 어이없어하는 '사오리'에게 얼마 전에 교장이 사고로 손녀를 잃고 경조 휴가를 떠났다 막 돌아왔다고 설명한다.

하루가 지나고 학교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오리'는 '호리'로부터 사과를 받는다.

하지만 '호리'는 사과라고 하기엔 부실한 "오해를 낳게 되어 안타깝다"라는 말을 남기며, 오히려 '사오리'의 신경을 거스르게 한다.

'사오리'는 오해가 아닌 사실이라고 추궁하지만, 이내 교장은 "'호리'의 손과 '미나토'의 코가 접촉이 있었다"라는 보고서를 읽는다.

며칠이 지났음에도 '미나토'가 축 처져 있자, '사오리'는 화가 나 '호리'를 직접 다시 만난다.

그런데 '호리'는 '사오리'에게 아드님이 다른 아이를 괴롭히고 있으니, 방에 '나이프'나 '흉기' 같은 것이 있냐고 되묻는다.

분노에 찬 '사오리'는 집에서 '미나토'의 물건을 살피던 중 라이터를 발견하고, 불안에 휩싸이고 만다.

'미나토'가 괴롭혔다는 '호시카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찾아간 '사오리'는, '요리'의 팔에서 '미나토'의 '라이터'에서 나올 법한 화상 자국을 발견한다.

그런데도 '요리'는 교장과 교사들을 향해 '미나토'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었고, '호리'가 '미나토'를 때린다고 이야기했다.

며칠 후, 학교 집회실에서 보호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호리'는 폭력을 인정하며 사죄하고, 이 사건은 지방 신문까지 보도된다.

'호리'의 인생은 여자 친구도 사라지고, 집 앞으로 '사적제재' 차원의 오물도 투척당하는, 그야말로 '개차반'이 되고 만 것.

'사오리'는 이제야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태풍이 불어오던 어느 날, '미나토'는 불쑥 사라진다.

올해 열린 76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사카모토 유지)을 받은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이 도착했다.

<괴물>은 그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010년대에 만든 영화들에 대한 '총집합'처럼 느껴졌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년)과 같이 '기적'처럼 보이는 결말을 보이는가 하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와 달리 '당신은 아버지가 되면' 안 될 것 같은 존재도 등장한다.

이어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년), <태풍이 지나가고>(2016년)의 배경처럼 작은 바닷마을에 태풍이 찾아오며, <세 번째 살인>(2017년)처럼 한 사건을 두고 진실은 무엇인지 관객이 추리해야 하는 상황도 펼쳐진다.

끝으로 <어느 가족>(2018년)에서 열연하며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안도 사쿠라의 재출연도 있겠다.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우익 세력이 "일본의 수치를 보여준 작품이 상을 받는 것에 침묵하는 행위가 '국가의 품격'을 보여준다"는 평했던 사회 때문인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외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국어인 일본어로 연출하지 않고, 동시에 외국에서 올로케이션을 진행한 영화는 '가족'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지만, 이질감이 있었다.

프랑스를 무대로 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019년)은 '연기하는 것'을 통해 서먹한 공기가 있던 모녀가 오해를 풀고 화해한다는 소재를, 한국을 배경으로 한 <브로커>(2022년)는 인물 사이의 응집력을 뛰어나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게다가 한국어 대본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온 변화인지 몰라도, 인물의 설득력이 다소 떨어졌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프랑스와 한국에서는 언어 이외의 정보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배우의 눈 움직임이나 배우와 카메라와의 관계나, 판정으로 이어지는 판단 재료를 잔뜩 모으지 않으면 안 됐다"라면서, "하루의 촬영이 끝나면 녹초가 되어 버릴 정도로 정신적으로 부하가 있었는데, 그러한 현장을 거쳐 일본에 돌아왔을 때, 다양한 것이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출의 해상도가 상승했다는 것이 이번의 솔직한 자기 평가"라고 전했다.

그렇게 다시 일본에서 영화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본고장 영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1950년)과 같은 이야기 형태로 돌아왔다.

<라쇼몽>에서 비롯된 '라쇼몽 효과'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 하나의 사실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낯익어야 할 관점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람은 여전히 하나의 관점을 '사실' 혹은 '진실'로 인지하려 한다.

<괴물>이 관객의 뒤통수를 여러 번 때린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온 것.

앞서 언급한 <괴물>의 줄거리는 '사오리'의 시선으로 이뤄졌으며, 영화는 이후 '호리'와 '미나토'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의도적으로 두 어른 '사오리', '호리'의 시선을 통해 '괴물' 찾기를 관객이 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래야 '미나토'의 시선에서 '요리'와의 관계가 어땠는지를 알아가며 "내가 착각하고 있구나"를 일깨우게 해준 것.

각각의 캐릭터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일 수 있는 상황을 지속해서 보여주는 가운데, 영화는 "괴물은 누구게?"라고 질문을 유도하지만, 이 답이 하나가 될 수 없으며, 그 괴물이라는 게 '누구든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를테면, 우리는 '요리'의 아버지처럼 이미 '악덕한 인물'을 괴물이라고 언급할 수 있겠으나, 이와 달리 평소에는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괴물'을 끄집어내는 경우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날카로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선은,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도 "누구든 행복해질 수 있다"라는 희망가를 부르기도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그 대표적인 예로, '괴물'을 열심히 찾다 뒤통수를 얼얼하게 맞은 관객에게도, 결말이 '새드'일지, 혹은 '해피'일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겨뒀다.

2023/11/22 CGV 용산아이파크몰

괴물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타카하타 미츠키, 카쿠타 아키히로, 나카무라 시도, 다나카 유코
평점
7.8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5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