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가 엘리의 AI & 영어교육에 관한 이야기
AI 가 과제를 대신해 주는 세상
[단독] 국내 국제학교 학생들, 챗GPT로 과제 대필…’전원0점 ’
<엘리의 눈길을 잡은어느 한 일간지 제목>
“드디어 터졌구나 우리나라에서도”
엘리는 알고리즘이 선별해 모아준 ChatGPT관련 자극적인 기사제목들 중 눈에 띄는 하나를 클릭하며 혼잣말을 했다. 국내 한 국제학교 재학생 몇 명이 ChatGPT를 활용해서 영문 에세이 과제를 작성하여 제출했고, 이를 교사들이 AI 프로그램 활용여부를 감별하는 서비스를 사용하여 적발하여 해당 학생들의 과제를 전부 0점 처리 했다는 내용이었다.
ChatGPT는 에세이나, 이메일, 리포트 등 글을 작성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여기에 역할을 지정해주고 그에 맞게 작성하라고 하면 그에 맞게 작동하여 기가막힌 결과물을 내어 놓는다. 엘리는‘ 하버드에 재학중인 대학원생’, ‘ 어느 신문에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등으로 ChatGPT에 역할을 부여하고 원하는 글의 분위기(풍자적, 해학적, 부정적, 긍정적)을 설정해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을 실행시킨적이 있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흠잡을 데가 없는 그녀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훌륭한 글이 나왔다. 번역은 흠잡을 것들이 분명 있었는데, 에세이는 도무지 흠이라고는 없어보였다.

문득 매주 영어로 작성하여 제출해야 했던 에세이와 저널 과제를 하며 끙끙대던 대학원 시절이 떠올랐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 교수님들에게 평가받아야할 논리적이고, 설득력있는 나만의 글을 작성해야했다. 통역녹음, 번역을 비롯해서 산더미 처럼 쌓여 있는 과제들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했다. 주 전공이었던 통역, 부 전공있던 번역 과제보다도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으니 왜 이걸 쓰고 있어야 하나 투덜거리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푹푹 쉬며 과제를 끝마치곤 했다.
하루하루가 치열했던 학기 중 어느 날 어김없이 번역에 관한 글을 작성하다 보니 새벽 2시가 넘어갔다. 졸음을 겨우 참고 두 시간이 넘도록 작성한 한 페이지 가량의 저널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교수님 메일로 전송하려는데 컴퓨터가 갑자기 멈추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 안좋은 느낌이 스치는 순간. 워드파일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저장되지 않고 날아가 버린 것이다. 눈물이 주르륵 흐러다가 결국엔 꺼이꺼이 엉엉 울면 다시 써야했던 그 새벽. 지금은 웃음이 되내이지만 그 때는 믿고싶지 않을정도로 충격적이기도 해서 그녀의 뇌리에 아직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아있다. 한 학기, 두학기 그렇게 시간이 흐를 수록 에세이, 저널을 작성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영어로 에세이를 작성하던 그 주제에 대해서는 한글보다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글의 전개, 논리 구조 등을 잡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시절 ChatGPT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엘리는 잠시 그 시절로 다시 한번 돌아가보았다. 머리에다가 영어를 부어 넣는 수준으로 공부하던 시절, 영어 능력을 마음껏 활용하여 에세이를 작성…...하지 않고 아마 ChatGPT를 눈부시게 활용했을 것 같았다.
‘내 전공은 통역과 번역이야. 영어 에세이, 소논문 작성하는데 이렇게나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고’ 라고 핑계를 대며. 그렇게 ChatGPT로 에세이를 작성하며 대학원 시절을 보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도, 아니, 절대 에세이를 스스로는 작성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능력은 AI에게 고스란이 빼앗겼을 것이다. 졸업 소논문도 그녀 스스로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엘리는 대학원 입학을 위해 영국식 입학을 위한 시험인 IELTS (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를 준비해야했다.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평가중 가장 어려웠던 영역은 쓰기였고 그 중에서도 에세이 작성이었다. 형식을 갖추고, 논거를 들어 논리를 설명한 뒤, 마지막에 논점과 본인의 결론까지 정리해야하는 에세이를 작성하는 방법을 습득하기 위해 수 없이 읽고 써야 했다. 학원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고 그 외에 혼자서 계속 쓰고, 또 쓰고, 평가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렇게 에세이를 작성하고 합격해서 대학원에 입학했음에도 에세이, 리포트, 저널 등 쓰기의 어려움은 한동안 계속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고 나면 에세이 작성이 훨씬 수월해지는 순간이 분명 찾아 온다.
에세이를 쓸때 엘리는 가장 먼저 구조를 잡고, 그에 맞는 논리적 근거들을 세우는 작업을 했다. 에세이를 작성할 종이 한 켠에 작게 서론,본론,결론의 틀을 펜으로 그린 뒤 써야할 내용의 키워드를 적는다. 집을 짓는 다고 가정하면 설계를 하고, 재료들을 고르는 과정이자, 그 과정 속에서 사고가 증폭하고 확장하는 과정이다. 정답도 없다. 작성자의 논지를 근거를 토대로 읽는 사람에게 납득 시키는 스토리 텔링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론까지 논리의 틀이 잡히고, 근거가 정리되면 그때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근데 이 머리지끈한 과정을 ChatGPT는 순식간에 '다다다다' 끝내버린다. 그것도 아주 그럴듯 하게 그리고 탁월해 보이도록.
대책 마련중인 미국 대학들
과거로 돌아가는 평가방식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보다 훨씬 앞서 ChatGPT를 사용해서 과제를 작성한 학생들로 인한 문제가 발생해왔다. 엘리는 올 1월 뉴욕타임즈 기사를 읽으며 실소에 가까운 웃음이 났다. 대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서 에세이를 작성하여 제출하자 미국 일부 대학의 교수들이 오픈북 과제를 폐지하고 수업 중에 손으로 쓴 문서나, 그룹 작업 이나 직접 구술 시험 등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최첨단 AI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히려 평가는 이전의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니. 무슨 아이러니 인가!
AI 작성 글 판별하는 감별 AI 사용

이에 더해 교수들은 AI 가 작성한 글을 판별해 내는 서비스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한다. 엘리가 본 기사의 우리나라 국제학교 선생님들도 이러한 서비스로 AI로 작성한 숙제를 감별해서 찾아낸 것인데 그녀는 이 모든 상황이 안타깝기만하다. 학생과 제자가 믿지 못하는 쫒고 쫒기고, 뛰는 학생위에 날아가는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이런 감별 AI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이 성능도 아직 완벽하지 않다. 실제 자신이 작성한 글인데 AI가 쓴글이라고 오해를 받아 억울하다는 트위터가 기사화 되기도 했고, 최근인 5월 18일자 워싱턴 포스트지에서도 미국 텍사스주의 한 대학강사가 AI 감별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과제를 검토하였는데 실제 학생이 작성한 글을 AI가 작성한 것으로 판별한 것이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학생들은 검증기간동안 낙제당할까봐 두려움에 떨기도 했고, 한 학생은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는 증명하기 위한 증거들을 모아 제출하며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고, 인격이 의심받는 다는 생각에 좌절했다는 기사도 보았다.
OpenAI가 제시한 챗GPT 사용연령
엘리는 2023년 4월 5일 ChatGPT 개발사인 OpenAI사의 블로그에 실린 글을 보며 다시한번 살짝 놀랬다. ‘ Our approach to AI safety : AI 안전에 대한 당사의 접근방식 ’ 의 ‘ Protecting children : 아동보호’ 라는 항목에서 다시 한번 ChatGPT 사용연령이 강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사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중 하나는 아동 보호입니다. 반드시 만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13세 이상은 부모의 승인하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인증 옵션 방안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번역:Allie)
비록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정은 아니나 어린이들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최근 블로그 글에서 뿐아니라, 올 초 ‘ ChatGPT 사용에 있어 교육자가 고려할 사항’ 이란 글에서 사용연령에 대해 언급을 했다가 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올 3월 14일자 ' Terms of use : 사용약관 '의 1번 항목( Registration and Access: 등록 및 접속)으로 옮겨 강조했다.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만 13세 이상이어야 합니다. 18세 이하인 경우, 부모 또는 법적 보호자의 승인이 있어야 사용가능합니다
끊임없이 AI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고,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하며 스스로 안전한 AI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며 논문을 발표하고 블로그 글로 입장을 표명한다. 엘리는 OpenAI의 몇개월 간의 행보를 지켜보며 처음에는 잔뜩 경계심을 품었지만 지금은 이상적인 기업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연령 인증 옵션을 내놓을지 기대중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엘리의 의견
엘리는 화들짝 놀란적이 있었다. 한 지방의 교육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한 챗GPT 사용방법 안내문서 때문이었다. 초등학생들에게 어떤 내용을 요약하도록 하고, ChatGPT로 몇 줄로 요약하게 하여 학생들이 한 내용과 비교하게 하라는 ChatGPT사용 안내문이었다. 그 문서의 전제는 ChatGPT의 요약능력이 뛰어나니 그것을 정답삼아 비교하라는 것 처럼 보였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당연히 옳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ChatGPT가 내놓은 답변을 정답처럼 수업시간에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머리가 지끈할 정도로 생각이 많아졌다. 교육부는 많은 고민을 하고 만든 문서일까? 아직 우리나라에서 ChatGPT 연령에 대한 규정이나 지침이 없기도 하고, OpenAI사가 약관으로 강력하게 세워놓은 내용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했다.
ChatGPT 개발사 조차 학생들이 ChatGPT를 사용하는데 제약을 두는 데는 수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ChatGPT가 내어 놓는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과 편향(편견)의 문제 등등. 하지만 엘리에게 사랑하는 초등생의 아이가 있다면 절대로, 아니 가능하면 ChatGPT를 직접 사용하도록 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스펀저처럼 세상의 이야기와 지식을 흡수하며 자신의 언어와 생각을 쌓아가는 아이가 잘못된 정보로 세워진 세상에 살게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녀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어도 있어서도 머리가 지끈한 과정을 거쳐쳐 스스로가 서머리하고, 고심하며 에세이를 쓰면서 영어 뿐 아니라, 논리, 사고력이 모두 향상되는 것이다. ‘24시간 내내 쫒아다니면 감시할 수도 없을텐데.....’ 엘리는 있지도 않은 자식이 벌써 걱정되어 답답하다. 그렇다면 AI의 위험성을 알리고, AI의 대답이 정확한지 답을 찾게 하며 AI를 잘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 수밖에. 몇살 쯤이면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그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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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순수국내파 ‘통역사로 먹고살기’를 출간했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로 세상과 세상, 언어와 언어사이의 소통을 도우며 살아갑니다. 전세계와 소통하며 그로인해 확장된 경험을, 국내파로서 영어교육과 학습에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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