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최고의 기본 패션 아이템 안내서

유니클로 U 티셔츠부터 셀린느까지, 유행의 희생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우리의 안내서를 읽자.

고백하건대 우리는 모두 평범하다. 평범한 아이템, 기본 아이템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물론 매 시즌 전 세계 패션 중심지를 순례하며 허리를 한껏 졸라맨 실크 울 수트, 광택 있는 새틴과 풍성한 튤으로 짠 구조적인 드레스, 은은하게 빛나는 자수와 비즈로 장식한 옷들을 찾아 헤매기는 한다. 그렇지만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는,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에서 끈질기게 흥정한 끝에 얻을 수 있는 너덜너덜한 빈티지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보다는 포근한 니트와 잘 길들여진 데님 진, 편안한 신발을 원하고 있다.

옷장에 진짜 있을 법한 옷들이 거리에 많이 보이고 있으니 마침내 우리 옷장에 있는 옷도 마음 편히 공유할 수 있겠다. 여기서 셀린느(Celine) 같은 아이템을 많이 볼 순 없겠지만, 세련되고 독특하게 쿨한 이미지는 잠시 뒤로하고 기본을 외치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면 읽어 보자.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아카이브 버블 스커트는 코스(COS) 울 코트로,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타비 슈즈는 아디다스(Adidas) 삼바로 대신해 보는 거다. 최고의 기본 아이템을 안내한다.

티셔츠

기본 저지 티셔츠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완벽한 핏의 티셔츠를 찾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확히 뭘 찾는지에 따라 다른 일이기도 하다. 운동으로 단련한 몸을 과시하려면 가벼운 스트레치 코튼 크루넥이 제격이고, 섹스 어필에는 전혀 관심 없다면 두꺼운 패브릭으로 만든 오버사이즈 티셔츠면 될 거다. 선스펠(Sunspel)의 클래식 피마 코튼 티셔츠는 몸매를 은근히 드러내기 좋고, 바지에 넣어 연출하기 쉬울 만큼 소재가 유연해서 궁극의 아이템이 되어줄 거다. 스웨덴 베이직 아이템 브랜드 CDLP의 티셔츠는 리오셀 혼방 패브릭으로 신축성을 챙겼다. 좀 더 합리적인 가격을 찾는다면 크리스토퍼 르메르(Christophe Lemaire)가 디자인한 루즈 핏 유니클로 U 티셔츠는 좋은 대안이다. 시크한데 저렴하다!

셔츠

깔끔한 포플린 옥스포드 셔츠부터 넉넉한 보이프렌드 핏 셔츠, 튼튼한 카고 포켓 셔츠, 풍성한 블라우스까지, 어떤 셔츠를 옷장에 들여야할지 고민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클래식 시티 보이 셔츠를 찾고 있다면 아쉽지만 그건 여기 없다. 클래식 칼라가 달린 루즈 핏 셔츠는 멀리 갈 것 없이 아워레가시(Our Legacy)의 포플린 셔츠를 구매하면 된다. 보이프렌드 핏을 원한다면 (혹은 당신이 남자친구라면) 일본 워크웨어 스타일 니들스(Needles) 아이템을 보면 된다. 좀 더 격식을 차린 스타일을 찾지만 은행원처럼 보이기는 싫고,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에너지도 좀 얹고 싶다면 페미닌하지만 과하지 않은 생 로랑(Saint Laurent) 리본 블라우스만한 게 없을 거다. 시크함의 대명사답다!

후디

옷은 일단 편하고 봐야 하고, 편안한 룩의 기본이 후디라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캐주얼 아이템이 럭셔리 패션 씬에 등장한 지 벌써 오래인 가운데 이제 고급 섬유로 만든 후디를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발레핏을 즐기는 요정들 사이에서 인기인 런던 기반 브랜드, 알렉스 이글 스포팅 클럽(Alex Eagle Sporting Club)의 캐시미어 후디가 그 예다. 덜 스포티하고 포근하게 입기 좋은 아이템을 원한다면 워드로브NYC(Wardrobe.NYC)나 발렌시아가(Balenciaga) 같은 하우스의 오버사이즈 후디를 살펴보자. 이 브랜드들은 이 ‘평범한’ 아이템이 모두의 옷장에 자리하게 한다. 정말 평범한 옷을 원한다면 LA 어패럴(LA Apparel)과 러셀 애슬레틱(Russell Athletic)의 아이템이 쉬운 해답이 되어줄 거다. 편한 데다가 깔끔해서 IT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몇 장씩 쟁일 것 같은 옷이다.

니트

지금이 히터를 슬슬 자주 틀 시기긴 하지만 지갑, 그리고 환경을 생각해서 전기세에 큰돈을 쓰는 대신 좋은 니트를 사 보는 건 어떤가. 천연 섬유로 만든 옷이면 가장 좋겠다. 높은 기준을 고집하더라도 선택지는 꽤 많다. 고급 니트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면 이탈리아의 캐시미어 최강자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나 로로피아나(Loro Piana)를 보자. 인터넷에서 유행하기 전부터 ‘조용한 럭셔리’ 스타일을 소화해 오던 이들이 오랫동안 사랑한 브랜드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지만 여전히 나를 위한 선물을 하고 싶다면, i-D 에디터들도 좋아하는 베그앤코(Begg x Co)나 익스트림캐시미어(Extreme Cashmere)를 강력 추천한다. 특히 익스트림캐시미어의 스웨터와 스카프는 염소털 뭉텅이에 둘러싸인 느낌을 주며, 이뿐만 아니라 크롭 핏 탱크탑이나 비대칭 구조의 판초 탑 등 예상 밖의 아이템도 만나볼 수 있다. 패셔너블한 터치를 더하고 싶다면 가을 무드가 물씬 풍기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의 부클레 스웨터와 패브릭 장인 에크하우스 라타(Eckhaus Latta)의 시스루 모헤어 니트를 구매하면 된다. 뉴욕 패션인들이 사랑하는 브랜드, 잔코브(Zankov)의 왕벌 풀오버도 있다. 잔코프의 겨울 컬렉션을 보면 이들이 좋은 니트를 만들 줄 안다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에디터 Mahoro Se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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