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딥페이크 아닌 단순 합성도 엄벌
대법 “모욕죄” 징역 1년2개월 확정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모욕·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 씨(52)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보험 정보와 상품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 씨는 경쟁 채널을 운영하던 피해자 임모 씨(유튜버)의 방송 화면에서 임 씨 모습을 캡처한 뒤 얼굴 부분에 두꺼비 사진을 합성해 2020년 9월 자신의 방송에 튼 혐의로 2021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씨와 임 씨는 평소 비방 방송을 하며 분쟁 관계에 있었고, 이 씨는 그해 4월경부터 임 씨 외모를 비하하며 “두꺼비처럼 생긴 ×× 있어요”, “두꺼비는 원래 습하고 더러운 데 있잖아요. 그렇죠? 더러운 놈이니까 그렇습니다” 등의 표현을 지속해 오다 두꺼비 합성물을 게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타인 얼굴 두꺼비 합성… 언어 모욕과 차이 없다”
대법 “사람+동물 단순합성도 형법상 모욕죄”
“비언어-시각적 수단만 사용해도
경멸적 감정 전달해” 엄벌 의지
‘인하대 딥페이크’ 30대도 징역형

● 대법원 “시각적 모욕도 언어 모욕과 같아”
1심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두꺼비 사진을 합성한 것은 비언어적·시각적 수단을 사용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전달한 것으로서 모욕에 해당한다”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단순히 피해자의 얼굴을 가리려 했다면 모자이크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충분했을 텐데 굳이 지속적으로 사용해온 ‘두꺼비’ 사진을 합성한 점을 보면 모욕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씨가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 판단도 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최근 영상 편집·합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합성 사진 등을 이용한 모욕 범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한 모욕이라 하더라도 그로 인해 피해자가 입는 피해는 언어로 표현하는 모욕과 다를 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씨의) 방송 화면을 보면 얼굴 부분에 두꺼비 사진을 합성해 누가 보더라도 모욕적 표현임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합성물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많고 범행이 지속적이었으며, 합성물을 만들어 모욕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나 의도 등 전체적인 맥락을 보고 판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면식 없는 사람을 상대로 워낙 오랫동안 모욕적인 언행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인하대 딥페이크’ 유포범도 실형
1200명이 참가한 단체 채팅방에서 여대생들에 대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공유하고 피해자들을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도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0부(부장판사 남성민)는 21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하대 딥페이크’ 사건의 유포범 유모 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및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 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유지됐다.
이른바 ‘인하대 딥페이크’는 인하대 재학생이나 졸업생 얼굴에 나체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2020년부터 공유된 사건이다. 참여자는 1200명으로 파악됐으며 대화방에는 피해자 연락처와 학번 등 개인정보가 함께 게시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 씨는 지난해 11월경 채팅방에 참여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내려받은 뒤 피해자와 피해자의 지인들에게 8차례에 걸쳐 전송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유 씨는 피해자에게 접근해 10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건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과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사정 등을 비춰 보면 1심의 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유 씨는 다른 종류의 범행으로도 최소 4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인천경찰청은 가해자가 특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했다가 채팅에 잠입한 피해자가 증거를 제출한 뒤에야 수사를 재개해 부실 수사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최근까지도 주범을 특정하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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