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칼럼]날씨 예보부터 기후위기 대응까지, 기상 관측의 의의
호조에서 아뢰기를, “…청컨대 서운관(書雲觀)에 대(臺)를 짓고 쇠로 그릇을 부어 만들되, 길이는 2척이 되게 하고 직경은 8촌이 되게 하여, 대 위에 올려놓고 비를 받아 본관의 관원들로 깊이를 측량하여 보고하게 하고…”(세종실록 93권)
조선 시대 세종실록에 기록된 측우기 설치 건의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록하는 관청과 관리를 따로 두었다. 많은 역사서에 황사, 가뭄, 홍수 등 천재지변에 대한 기록들이 남아있으며, 위와 같이 기상 관측을 위한 장비에 대한 기록도 전해진다. 그만큼 생활과 밀접한 날씨를 기록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로 여겨졌다.
날씨와 기상 상황을 관측하고 기록하는 업무는 오늘날 기상청으로 이어졌다. 기상청에서는 자동으로 날씨를 관측하는 장비를 전국 600여 곳에 설치하고, 매일, 매시간, 매분의 날씨를 관측한다. 실시간으로 기온, 강수량, 바람 등 수많은 기상요소를 정확하게 수치화하여 기록하고 있다. 높은 고도의 기상을 관측하기 위하여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레윈존데 풍선을 띄우고 천리안2A 위성으로 현재의 날씨 상황을 감시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기상레이더, 기상 관측 선박 등 다양한 장비를 이용하여 기상 상황을 관측하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기에 기상현상뿐만 아니라 계절을 대표하는 현상을 관측하여 계절의 변화와 기후변화 추세를 파악하고 있다. 매화, 벚나무 등 꽃나무의 발아와 개화, 만발을 비롯해 단풍나무, 은행나무의 시작과 절정을 관측하고 있으며, 나비, 개구리, 매미 등 동물의 초견(처음 봄)과 초성(첫소리) 등을 관측하여 계절의 흐름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관측된 기상자료들은 가까운 미래의 날씨를 내다보며 사람들이 안전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오랜 시간 쌓였을 때 또 다른 진가가 발휘된다. 일정 기간, 특정 지역에서의 기상현상의 평균 상태를 기후라고 하는데, 동일한 지역, 동일한 조건의 기상자료가 30년 이상 축적되면 그 지역의 기후 특성을 알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활동이나 자연적인 요인으로 기상현상이 평균 상태를 벗어나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하루의 ‘날씨’는 맑았다가 비가 내리기도 하고, 더운 날도 선선한 날도 있는 등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의 ‘기후’가 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다. 기후변화는 우리 땅에서 재배하는 농산물과 바다에서 수확할 수 있는 어종을 바꾸는 등 우리의 밥상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국지성 호우, 가뭄, 폭염 등 이상 기상현상의 발생과 그로 인한 피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변화 정보는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공공기관의 정책 수립에서는 물론이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 경영과 개인의 생활에도 꼭 필요한 정보이다. 기상청은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총괄 관리·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원하는 지역의
기후변화 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후변화 상황지도’를 시범서비스하고 있다. 누구나 과거의 자료부터 먼 미래인 2100년까지의 예상 기온, 강수량, 상대습도 등 다양한 기후 요소와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한파일수 등의 극한기후지수를 지도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온실가스 배출은 10년, 20년 후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예측이 중요한데, 기상청은 온실가스 배출 농도에 따른 4종의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폭넓은 정보를 확인하고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상청은 과거에 기록된 기상관측자료를 활용하여 기후 특성을 분석하고, 현재의 기상현상을 관측하여 객관적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오늘을 포함한 가까운 미래의 날씨를 예보하며, 더 나아가 1개월에서 3개월까지의 장기 전망을 발표한다. 이는 모두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기후 환경을 전하기 위함이다. 기상청은 날씨를 관측하고 기록하는 일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는 것에 대해 커다란 책임감을 지니고, 우리 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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