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 대표팀이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17년 만의 8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낸 선수들이지만,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12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에 이어 13시간의 시차까지, 모든 조건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류지현 감독은 13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류현진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 선발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39살의 베테랑 좌완이 또 한 번 태극마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류현진이기 때문

류지현 감독은 류현진 선발 배경에 대해 "류현진이기 때문이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스타들로 구성된 팀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가장 경험 많은 에이스에게 운명을 맡긴 것이다.
류현진 역시 각오가 남달랐다. 그는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가 태극마크를 달고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3경기를 다 하고 돌아가겠다"는 말로 결승행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론디포파크의 추억

다행히 류현진에게는 론디포파크에서의 좋은 기억이 있다. MLB 시절 이 구장에서 총 2차례 선발 등판해 13이닝 3분의 1 동안 4실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특히 2020년 토론토 시절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는 6이닝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기도 했다.

물론 가장 최근 등판이 5년 7개월 전 일이어서 류현진도 "나 역시 그때의 나와 다르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지만, 한국 선수들 중 이 구장에서 가장 좋은 기억을 가진 선수임은 분명하다.
삼중고에 시달리는 한국

상대 도미니카공화국은 크리스토페르 산체스라는 특급 좌완을 선발로 내세웠다. 1996년생인 산체스는 지난 시즌 13승 5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하며 212개의 삼진을 잡아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핵심 투수다.
하지만 한국에게 불리한 건 전력 차이만이 아니다. 12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로, 13시간이라는 극심한 시차, 그리고 단 하루의 현지 적응 시간까지. 반면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는 조별리그부터 마이애미에서 경기를 치러 이런 핸디캡과는 무관하다.

론디포파크는 개폐식 지붕에 인조 잔디가 깔린 독특한 구장이다. KBO 리그에는 이런 구장이 없어 한국 선수들에게는 생소한 환경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이미 조별리그 4경기를 이 구장에서 치렀고, 산디 알칸타라 같은 선수는 아예 이곳을 홈구장으로 쓰는 마이애미 말린스 소속이다.
기적은 계속될 수 있을까

삼중고가 분명히 존재하고 전력 차이도 있지만, 단판 승부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은 도쿄에서 이미 기적을 만들어낸 팀이다. 일본과 대만에 연달아 지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호주를 7-2로 대파하며 8강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했다.
14일 오전 7시 30분, 39살 류현진이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위해 마운드에 선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승부, 과연 한국이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