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을래”보다 “우유 먹을래?”라고 물어보세요

김수연 아기발달연구소장 2022. 10. 28.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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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언어 발달(17~36개월)
긍정이나 부정 택할 수 있도록 물으면
말 못해도 표정·몸짓으로 답할 수 있어
‘컵 손잡이’ 등 사물 세부 명칭 알려주고
“엄마 코 어디 있어?” 묻는 놀이도 좋아

생후 17개월부터 36개월까지 아이의 언어 이해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달한다. 아이가 ‘엄마’ ‘아빠’ 등 말을 시작하면 부모가 기대감에 더 많은 말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리하게 말하도록 하기보다는, 부모의 말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차분하게 이끌어주는 게 좋다.

◇말 트임 늦어도 기다려줘야

아기들은 아직 입술과 혀 등 입 주변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다. 그래서 ‘엄마’라고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말이 빨리 트인 다른 아이들 모습을 보면 부모 마음이 급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해도 걱정할 일은 아니다.

부모가 어떻게 아이와 의사소통을 시작할까. 아기 입장에서 긍정이나 부정 두 가지 가운데서 선택할 수 있도록 물어봐 주면 된다. “뭐 먹을래”라고 물으면 아기는 제대로 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주스 먹을래?” “우유 먹을래?”라고 묻고 나서 아기가 각각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핀다. 아기는 아직 ‘네’ ‘아니요’로 명확히 답하지 못하더라도, 표정과 몸짓을 통해 좋고 나쁨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소통해나갈 수 있다.

아기가 손으로 냉장고를 가리키며 ‘어, 어’라고 소리 낼 수 있다. 이때 엄마는 “냉장고에서 먹을 것 꺼내 달라고?”라면서 말을 대신 해주면 아기가 안도감을 느끼고 상황에 따른 언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기의 표정과 몸짓은 매우 훌륭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이런 수단을 통해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부모가 잘 반응하고 격려해 줘야 한다. 아기 입장에서 의사소통을 시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상황이 반복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소통 능력 발달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기가 말이 늦다고 해서 그 앞에서 부모가 “말이 안 트여서 답답해” 등 말을 주고받아서도 안 된다. 부모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아기가 부모를 실망시켰다고 생각하면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아기의 입 주변 근육이 발달하고 의사 표현 능력이 성숙하길 기다려주자.

◇언어 이해력을 높이는 놀이

김수연 아기발달연구소장

부모는 다양한 말 자극을 제공해 아이 언어 경험을 높여줄 수 있다. 생후 24개월을 넘으면 한층 발전한 문법도 이해하기 시작한다. “할머니에게 사과를” “할아버지에게 딸기를” 같이 조사의 쓰임을 알게 되므로 이런 표현을 반복해서 말해준다. “먹을래?” 외에도 “안 먹을래?” 같은 부정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도 깨닫기 시작한다. 사물 이름뿐 아니라 “많아, 적어” “커, 작아” “제일 커” “가장 작아” 등 상대 개념도 인식하는 시기다. 소유격도 이해할 수 있으므로 “엄마 코 어디 있어?” “아빠 눈 어디 있지?”라고 아이에게 묻는 놀이를 할 수 있다. 두 개의 사과를 아기 앞에 놓고 “똑같아” “같은 거야”라고 말해주면, 나중에 사과가 아닌 다른 사물이 같은 방식으로 놓여 있을 때도 ‘같다’라고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사과·배·딸기 등 여러 사물을 늘어놓고 비교해주다 보면 ‘다름’의 개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아기들은 사물 이름을 빠르게 습득해나간다. 아기가 관심을 보이는 모든 물건 이름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자동차 바퀴” “원숭이 꼬리” “신발끈” “컵 손잡이” “비행기 날개” 등 사물의 세부 명칭을 알려주자. “빨강” “노랑” “파랑” 등 색깔명도 지목해준다. 간단한 행동에 대한 묘사도 아기들은 이해할 수 있다. 산책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행동에 대해 “자전거 타네” “그네 타고 있어” “뛰어가고 있네” 등으로 알려주면 각각 상황에 대한 언어 경험이 쌓인다.

아기가 문장도 이해하는 듯 보이는 단계가 있다. 그렇더라도 부모는 말을 빨리 하지 않고 속도를 천천히 유지한다. 목소리 톤은 높이고 발음은 정확하게 한다. 이 시기 아기는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일부 이해하기 시작한다. 간단한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읽어주면 언어 이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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