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기능 추가로 이제는 시내에서도 편하게 달린다, BMW R 1300 RT

요즘 들어 모터사이클 브랜드들마다 매우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새롭게 유로 5+ 환경규제가 도입되면서 기존 제품들을 대체할 신제품들을 내놓느라 바쁜 상황이기 때문. 특히 하나의 엔진으로 많은 장르의 제품에 대응하고 있었다면 이를 빨리 대체해야 판매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서두를 수밖에 없다. BMW도 2023년 하반기 R 1300 GS로 바뀐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첫 번째 모델을 내놓았으며, 지난 4월에는 뒤이어 R 1300 RT와 RS, R 3개 모델을 동시에 공개하며 라인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중 첫 번째로 R 1300 RT가 국내에 본격 출시됐는데, 지난 24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시승회가 마련되어 실물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BMW에서 GS 시리즈가 가장 인기가 높지만, RT 시리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판매량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물론이고, 경찰에서 순찰 및 의전용으로도 활용하고 있어 일상에서 꽤나 자주 만날 수 있는 모델 중 하나다. 특히 경찰에서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할만 한데, 단순히 의전이 아닌 순찰 등 실제 업무에도 활용한다는 것은 출력은 물론이고 운동성, 비나 바람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하는 성능, 여기에 다양한 장비를 적재할 수 있는 공간까지 다양한 조건에 부합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이유로 RT 시리즈는 지난 2001년 R 1100 RT를 시작으로 세대를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경찰과 함께 활동해왔으며 현재는 R 1250 RT가 공급되고 있다.

전체적인 외관에선 먼저 출시된 R 1300 GS의 디자인 포인트를 공유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전 R 1250 RT는 곡선을 살린 차체로 민첩함을 보여주는 디자인이 특징이었는데, R 1300 GS 어드벤처의 사각형 연료탱크의 모습이 R 1300 RT의 프런트 페어링에서도 꽤나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그 외에도 곳곳에 직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모습들에서 이런 느낌이 점점 더 확신으로 바뀐다.

이번 신형의 가낭 큰 변화점 중 하나는 전면부다. 당연히 완전 변경 모델인 만큼 헤드라이트의 형상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보다 주목해야 할 변화는 헤드라이트 상단부의 검은색 패널부다. 바로 R 1300 GS부터 적용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의 기능을 위한 레이더 장치가 탑재된 것이다. 장거리 투어러인 만큼 빼놓을 수 없는 장비인데, 덕분에 장거리 이동이 한결 수월해지겠다.

사각형 디자인의 페어링은 디자인적으로만 바뀐 것이 아니라 기능적인 변화도 있다. 살짝 튀어나온 패널을 잡아당기면 이 부분이 확장되는데, 이를 통해 다리쪽으로 가는 주행풍을 막아줄 수 있는 것이다. 원래 방풍력이 우수한 RT지만 이번 변화는 눈오기 전까지는 열심히 타는 라이더들에게는 꽤나 반가운 기능이 될 것이다. 전동식 윈드스크린은 그대로 이어져 상체로 가는 바람을 완벽에 가깝게 막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계기판은 10.25인치 TFT 풀컬러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는 건 물론이고 스마트폰 연결 기능 등은 제공하지만 아쉽게도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은 국내 법규상의 문제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BMW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이 내비게이션 기능을 직접 지원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만 제공해주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데 왜 꿋꿋이 내비게이션을 고집하는지는 알수 없는 부분이다. 스마트폰 수납은 연료탱크 상단에 작은 수납함을 마련했으며 내부에 USB-C타입 충전포트가 마련되어 방전의 염려가 없다.

국내 사양에는 오디오 프로 사운드 시스템이 기본 장착되어 블루투스 헤드셋 없이도 음악 감상이나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 청취가 가능하다. 다만 속도에 맞춰 볼륨을 조절해주진 않아 정차시마다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다행히 핸들바 안쪽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으로 손쉽게 조절할 수 있으므로 그리 불편하진 않다.

수납함은 사이드 케이스와 탑케이스까지 기본으로 적용되는데, 사이드 케이스는 27L에서 33L로 용량 확장이 가능하고, 54L 탑케이스에는 동승자를 위해 열선 등받이가 적용되어 있다. 이 밖에도 그랩바와 탠덤 시트 등에도 열선을 적용하는 등 동승자를 위한 배려들이 더해져 아내나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니기에도 적합한 구성이다.

파워트레인은 신형 1,300cc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5.2kg·m(149Nm)의 성능을 낸다. 이전 모델인 R 1250 RT를 경험한 게 벌써 7년 전 일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해도 확실히 강력함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최근 추세에 맞춰 저중속대의 성능을 강화한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충분한 가속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힘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변속기는 6단인데, 지난 R 1300 GS 어드벤처부터 적용된 자동변속 시스템 ASA가 이번 R 1300 RT에도 적용됐다. 장시간 달리다보면 클러치와 변속 조작이 귀찮고 불편해지는 순간이 오는데, ASA가 적용됨으로써 그런 불편함은 싹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수동 조작도 함께 지원하기 때문에 라이더의 취향에 맞춰 자동과 수동 중 하나의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다만 조금 불편했던 부분은 가속 상황이었는데, 생각보다 변속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퀵시프트에 비해 꽤 긴 편이어서 자동 모드에서 급가속을 하면 변속되는 순간마다 몸이 앞뒤로 흔들리는 편이다. 물론 ASA의 작동 원리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자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할 때처럼 변속 타이밍에 스로틀을 살짝 되돌려주고 다시 되감아주는 방식으로 가속하면 불편함 없이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날씨가 그렇지만 시승 당일 역시 35℃를 넘나드는 높은 기온에 주변이 온통 바닷가인 특성으로 습도까지 높아 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주행을 시작해 한창 달리는 동안에는 땀이 조금이나마 식어 버틸만 했는데, 방풍력 시험을 위해 윈드스크린을 높이자 대번에 공기가 뜨거워지는 느낌에 숨이 턱 막혀온다. 조금이라도 덜 더우려고 챙겨온 메시 재킷 사이로 들어오던 미지근한 바람이 순식간에 사우나의 열기로 바뀌는 느낌이다. R 1300 RT의 방풍력을 한 순간이라도 의심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얼른 윈드스크린을 내리자 열기가 금세 가신다.

달리면서 놀랐던 점은 운동 성능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덩치가 꽤 큰 모델인 만큼 실제 무게도 281kg으로 상당한 편이지만, 달릴 때의 체감은 그보다 훨씬 가벼운 모델인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세 앞 텔레레버, 뒤 패럴레버 방식 서스펜션이 적용된데다 BMW모토라드 최초로 다이내믹 섀시 어댑션(Dynamic Chassis Adaption) 기술이 적용돼 주행 모드에 맞춰 서스펜션 세팅을 변경하는데, 단순히 감쇠력 변경 수준이 아니라 차량 지상고, 캐스터 각도, 시트 포지션까지 함께 조절된다고하니, RT는 물론이고 S 1000 RR 같은 스포티한 성향의 모델에 적용되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원하는 속도와 거리에 맞춰 매끄럽게 작동한다. 시승 시간이 길지 않아 다양한 상황에서 테스트하긴 어려웠지만, 앞차와의 간격을 좁게 설정해놓은 상황에서도 속도를 조절해 거리를 유지해주는 덕분에 불안함 없이 기능을 켜고 달릴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전방 추돌 경고 및 차선 변경 경고 등의 라이딩 어시스턴트 시스템이 적용되기 때문에 장시간 주행에서 피로도로 인한 라이더의 부주의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디오 시스템은 주행 중 속도가 제법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잘 들리는 편이어서 내비게이션 안내를 소리로만 듣는 상황에서도 경로를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규정 속도를 살짝 넘기는 정도에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불편하다면 볼륨을 높이거나 윈드스크린을 높이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윈드스크린을 높이는 건 앞서 말했듯 방풍성능이 올라가므로 요즘같은 더운 여름철에는 추천하지 않고, 볼륨을 높이는 방법은 훨씬 낫긴 하지만 주변에 민폐를 끼칠 우려가 있음을 상기할 것.

최근 투어러의 대안으로 어드벤처 장르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그래도 어드벤처가 따라올 수 없는 극강의 편안함을 이번 R 1300 RT에서 느낄 수 있었다. 더 강력해진 엔진에 각종 첨단 기능까지 더해진 만큼 도로에서의 편안함과 민첩함을 모두 원하는 라이더라면 이번 신형이 강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건 RT와 비슷하지만 좀 더 스포티한 성향의 R 1300 RS를 함께 시승해보지 못했다는 것인데, 조만간 국내에 출시되면 두 모델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소개해드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