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주한 러 대사 초치...”北파병, 모든 수단 동원해 대응”
외교부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21일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한 데 대한 우리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고 즉각적인 북한군 철수 및 관련 협력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며 “김 차관은 러북간 군사밀착이 군사물자 이동을 넘어 실질적인 북한군의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이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는 다수의 안보리 결의와 UN헌장을 위반하는 것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김 차관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불법적인 군사 협력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하고, 우리 핵심 안보이익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갈 것임을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주의 깊게 들었으며 이를 본국에 정확히 보고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 관계가 밀착하면서 우리 외교부의 지노비예프 대사에 대한 초치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외교부는 지난 2월에도 지노비예프 대사를 초치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며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했는데,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성명을 내고 “노골적으로 편향됐다” “뻔뻔스럽다”며 북한을 두둔한 것이다. 당시 외교부는 지노비예프 대사에게 “진실을 외면한 채 무조건으로 북한을 감싸면서 일국 정상의 발언을 심히 무례한 언어로 비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이라고 항의 입장을 전달했다.
외교부는 지난 6월 북한과 러시아가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군사동맹’에 준하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뒤에도 지노비예프 대사를 초치했다. 당시 외교부는 북러 군사협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지역 정세와 한러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는 북한 무인기 사태와 관련해서도 일방적으로 북한을 두둔하며 한국을 비판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북한 무인기 사태와 관련 “북한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와 내정간섭”이라며 “한국 정부의 이러한 행동은 독립 국가의 합법적인 국가 정치 체계를 훼손한다. 한국은 북한의 경고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강력한 항의 표시로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의 이도훈 대사를 국내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외교부는 “아직까지 이 대사의 본국 소환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그간 한일 관계 갈등 국면에서 주한일본 대사 등을 공개 초치해 온 외교부가 이날 지노비예프 대사를 비공개로 초치한 데 대해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교부 측은 “사후에 공개하려고 했을 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는 지난 6월 북러 군사 동맹 국면에서도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를 공개 초치했었다.
한편 주한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노비예프 대사는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을 만나) 러시아연방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간의 협력은 대한민국의 안보 이익에 반하지 않으며 이러한 협력이 국제법의 틀 내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며 “또한 한반도 긴장 고조 원인에 대해 러시아연방과 대한민국은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다혜, ‘前남편 특혜 채용 의혹’ 검찰 참고인 조사 재차 불응
- 70대 운전자, 중앙선 넘어 식당으로 돌진...4명 부상
- ’다자 연애’ 대학생 실명∙얼굴 공개한 목사, 벌금형 확정
- AMD,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절반 육박...인텔도 제쳤다
- 돼지 운반 차량 전도, 돼지 30마리가 고속도로에 쏟아져
- 美2살 아이 뱀 물려 응급실 갔더니 청구서 ‘4억원’... 왜?
- “사진에 방해돼”…구명조끼 거부한 인플루언서 2명, 요트 침몰로 사망
- “워크숍 위탁사의 실수였다”… 정선군청이 밝힌 ‘40인분 노쇼’ 전말
- 檢, 코인 시세 조종 관련 압수수색…금융당국 ‘패스트트랙’ 이첩 첫 사례
- 美 서머타임 3일 해제…시차 1시간 더 늘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