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알려줌] <스픽 노 이블> (Speak No Evil, 2024)

불편한 친절함 속 악을 숨긴 '패트릭'(제임스 맥어보이)은 본인의 직업이 의사라고 소개한다.
그는 휴양지에서 만난 '루이스'(맥켄지 데이비스) 부부에게 호탕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며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이러한 친절 속에 섬뜩한 속내를 숨긴 채, '패트릭'은 그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지난 9월 11일 개봉한 영화 <스픽 노 이블>은 크리스티안 타프드럽 감독의 동명 덴마크 영화를 원작으로, 제임스 왓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공포 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신작이다.
<스픽 노 이블>은 여행지에서의 불안감, 낯선 이의 친절에서 다가오는 두려움을 소재로 한 현실적인 스릴을 다뤘다.
우연히 휴양지에서 휴가를 함께 보내게 된 두 가족 '패트릭'과 '루이스'는 식사 자리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패트릭'의 초대에 응해 '루이스' 가족은 그의 집에 방문하게 된다.
이어 '루이스' 가족은 휴양지에서와는 다른 '패트릭' 가족의 거절하기 힘든 호의와 불쾌한 상황을 맞닥뜨리며 혼란스러워하고,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하지만 묘하게 불쾌한 태도를 보이는 '패트릭'의 의미심장한 모습은 그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김을 암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처럼 현실에서 충분히 경험할 만한 소재를 다룬 제임스 왓킨스 감독은 현실적 공포를 다루는 동시에 보편적인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활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여행지에서의 불안감, 현대사회에서 느끼는 낯선 이웃에 대한 공포 심리, 그리고 현실에서 발생한 범죄 사례에서 다가오는 공감이 관객들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린 것.

제임스 왓킨스 감독이 <스픽 노 이블>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덕션으로 신경 쓴 것은 바로 '패트릭'과 '키아라' 부부가 섬뜩한 친절의 실체를 보여주는 저택이었다.
제임스 왓킨스 감독은 프로덕션의 핵심에 대해 "작품의 성공을 위해 캐스팅 외에 가장 중요한 창의적 선택은 바로 겉으로는 매력적이고 안으로는 허름한 농가 역할을 할 적절한 시골 로케이션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영화 <가여운 것들>(2023년)에 참여해 아카데미 미술상을 받은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제임스 프라이스, 로케이션 매니저 테드 래들로우는 제임스 왓킨스 감독과 함께 논의하며 완벽한 장소를 찾기 위해 5개월 동안 영국 시골 지역을 물색했다.
그중 수십 개의 장소들을 최종 후보로 고려한 끝에 영국 글로스터셔주의 외딴 농장을 선정했다고.
또한, 어둡고 음흉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채워진 장식품들은 우연히 배치된 것이 아닌 방의 중심에서 등을 돌리거나 벽을 향해 배치되어 있어 미묘한 불길함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몇몇 요소들은 현장에서 촬영하는 배우들만 볼 수 있도록 세세하게 배치해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더욱 리얼하게 구현했다.
이에 '루이스'의 남편, '벤' 역을 맡은 스쿳 맥네이리는 "디테일들이 공간의 분위기를 잘 설정해 주어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먼 인 블랙>(2012년)으로 제임스 왓킨스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팀 모리스 존스 촬영감독은 영화의 주요 장소인 이탈리아 토스카나와 영국 지역의 조명 색감을 각각 다르게 설정했다.

먼저 일상을 벗어난 휴양지인 토스카나 지역에서의 촬영은 따뜻한 색조를 지닌 조명 위주로 반영했다.
반면 섬뜩한 친절의 실체가 드러나는 공간인 패트릭 부부의 저택의 배경이었던 서잉글랜드 지역에서는 빛의 굴절이 적은 구면 렌즈를 주로 활용하고,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차가운 색감의 조명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점차 변화되는 분위기와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인물들이 빛과 어둠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느낌을 표현했다.
또한, 친숙하면서도 낯선 공간 자체가 주는 긴장감을 구현하고자 했던 제임스 왓킨스 감독과 제작진은 가장 섬뜩한 충격은 평온해 보이는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생기는 순간 발생한다는 사실을 공략했다.
이를 위해 카메라의 이동을 적게 하되 2.35:1 와이드 샷으로 촬영해 인물들의 고립된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공간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부각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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