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신인배우는 24년 후 한국대표배우가 됩니다

태양은 없다
25년 만에 뭉친 '태양은 없다' 주역들, "같이 멋진 액션 버디 무비 해보자!"
정우성(왼쪽부터), 김성수 감독, 이정재. 사진제공=이정재 SNS

"셋이서 공식적인 자리에 참여하는 건 1998년 '태양은 없다' 제작발표회 이후 처음이다. 감개무량하다."

김성수 감독이 지난 17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서울의 봄'(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메가토크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헌트'를 연출한 이정재가 감독으로 참여했고, 예정에 없던 정우성이 깜짝 게스트로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은 없다

김성수 감독과 이정재, 정우성의 만남이 1998년 '태양은 없다' 제작발표회 이후 25년만에 이뤄졌다.

이날 이정재는 '서울의 봄'을 본 소감을 묻자 "뜨겁게 봤다"며 "내용도 비주얼도 감동도 이렇게 꽉 채울 수 있을까 싶었다"고 놀라워했다. 이어 "화면을 찢을 듯한 김성수 감독의 에너지는 매 영화에 항상 있었지만 이번 '서울의 봄'이 최절정"이라며 "이 영화야말로 극장에서 꼭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이정재의 격한 반응에 진행자는 "'서울의 봄'이 최절정이라는 말은 이제 신인감독 이정재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의미이냐"고 장난스럽게 물었다. 이에 이정재는 "앞으로 제가 또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해야 하지 않나"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정재는 또 절친이자 '헌트'에서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춘 정우성에 대해 "가슴이 넓은 지휘관 혹은 아버지의 상까지도 느껴질 만큼 또 다른 정우성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됐다"며 "역시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아끼고 사랑하는 감독님의 모습이 느껴졌다. '두 분이 또 해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성수 감독과 이정재 감독이 메가토크로 만났다. 두 사람은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의 연출자와 주연 배우로 인연을 맺은 각별한 사이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이정재가 돌이킨 '태양은 없다' "전에 없던 신선한 작업"

이후 예정에 없던 정우성이 깜짝 등장했다. 그는 "두 감독님께서 GV 한다고 얘기 듣고 나도 껴야지 하고 왔다"고 밝혀 현장에 모인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김성수 감독은 이정재와 정우성에 대해 "지금은 감독도 되고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스타들"이라며 "'태양은 없다'를 할 때도 스타였는데, 두분 모두 자기관리도 철저하고 공부도 많이 해서 그때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밝혔다.

이정재는 '태양은 없다'에 대해 "이전에 촬영했던 작품들과 달랐다"며 "김성수 감독님과 정우성씨가 계속 대화를 하면서 시나리오를 바꿨다. 그때 '영화작업을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셋이서 영화사 앞 모델에서 계속 리딩하고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는데, 신선한 작업이었죠. 현장에서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반영했어요. 영화라는 작업에 대해 새롭게 배우게 된 기억이 지금까지도 강력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정재는 "15년 전 즈음 같이 영화를 하기로 의기투합해 시나리오도 썼는데 바쁘다 보니까 시나리오가 생각만큼 빨리 나오지 않았고, 완성이 안됐다"면서 "빨리해야죠"라고 덧붙여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김성수 감독은 세명이 함께한 것에 대해 감회가 젖기도 했다. 그는 "우리끼리 가끔씩 만났지만 공식적으로 여러 영화 팬들 앞에 있고, 얘기를 들으니까 그때로 가버렸다"면서 "25년 전으로 한순간에 가게 된다는 것이 놀랍다"고 고백했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태양은 없다'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정재와 정우성. 사진제공=삼성픽쳐스

● 김성수 감독 "스토리, 인물 내면, 액션이 동시간대 진행된 '헌트'"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한국영화 최초로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전체적인 설계에 대해 김성수 감독은 "'헌트'의 설계도를 참조했다"며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헌트'를 준비할 때부터 시나리오도 보고 고친 것도 봤다"고 했다. 이에 이정재는 "감독님은 ('헌트')연출 제안도 거절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성수 감독은 "보통 영화들은 액션을 할 때 '여기서부터 액션이야'라면서 보여주는데 '헌트'는 스토리와 인물의 내면, 액션이 동시간대로 진행되는 특이한 영화적 경험을 했다"고 떠올렸다.

"'서울의 봄'에서도 그 당시 서울에 있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극이 다룬)9시간이 동시에 흐릅니다. 같은 시간대, 다른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간이 흘러간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헌트'에서 기가 막힌 촬영을 했던 이모개 촬영감독이 '서울의 봄' 촬영감독이기도 하고요." (김성수 감독)

이정재는 이런 감독의 말에 "'헌트'를 봤을 때는 이미 '서울의 봄' 촬영이 다 끝났을 때일 것"이라며 "제가 이 자리에 와 있으니 좋게 말씀해 주는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9시간 동안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인물들이 각자 생각하는 작전과 긴박한 순간을 2시간20분 안에 압축을 해 놓으니까 물 한 모금도 못 마시고 봤어요." (이정재)

김성수 감독은 '배우로서 이정재에게 제안하고 싶은 역할'에 "전두광"을 꼽으며 "'내가 왕이 될 상인가'이러면 어떨까"라고 덧붙여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에 이정재는 이마를 자신의 손바닥으로 가리며 화답했다.

김성수 감독은 25년 만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함께 모인 정우성, 이정재와의 만남에 설레는 마음을 드러내면서 "두 분 다 훌륭한 감독이지만 허락한다면 같이 멋진 액션 버디 영화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오늘 그런 생각이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이들이 다시 뭉친 '버디 무비'를 확인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메가토크로 오랜만에 뭉친 '태양은 없다' 주역들. 사진제공=정우성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