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산업강국 함께하는 제조혁신] 108m 물류 동선 15m로 확 줄어 … 생산량은 2.5배로 늘었죠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3. 11. 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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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삼성 공동 캠페인
농작물 가공기업 '한울'
수작업 의존 높아 성장 지체
자동화 공정·공간 효율화로
불량률 줄고 생산성 향상
공장 운영비용도 대폭 절감
박규섭 한울 대표(오른쪽)와 조희준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이 경북 영천에 위치한 한울 공장에서 제품 품질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구마 스틱을 매일 4만개 생산했는데 발주량을 고려하면 10만개로 늘려야 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공장 레이아웃 때문에 쉽지 않았는데 삼성전자 덕분에 생산량을 10만개로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경북 영천에서 만난 박규섭 한울농업회사법인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울은 2015년 설립된 농작물 가공식품 기업으로 고구마 스틱, 비건 육포 등을 만들고 있다. 고구마 스틱은 말랭이와 달리 페이스트화한 고구마를 스틱 형태로 건조한 식품으로, 한울이 제조공법 특허를 등록해뒀다. 이를 바탕으로 한울은 설립 8년 만에 매출 94억원을 거둬들이며 급성장했다.

그러나 한울은 올해 초 문제에 부딪혔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늘어나는 발주량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표 상품인 고구마 스틱의 하루 생산량이 4만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한울은 삼성전자에 지원을 요청했고 지난 6월부터 스마트공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삼성전자에선 조희준·이시형·이종욱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이 멘토단으로 영천에 상주하며 도움을 줬다. 지난 9월까지 13주간 삼성전자 멘토단 10명이 스마트공장 전환을 도왔다. 첫 번째 과제는 고구마 박피 공정의 자동화였다. 멘토단은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공정에 '스팀필러' 도입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한울은 고구마 껍질을 손수 벗겨내는 박피 작업에서 일손을 덜 수 있었다. 박 대표는 "20~30명이 투입되던 작업인데 삼성전자 덕분에 자동화할 수 있었다"며 "투입 인원을 6명으로 줄였고 박피율도 80%에 달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생산성 24건, 물류 10건, 품질 12건, 3정5S(공장 환경 개선) 14건, ESG(환경·책임·투명경영) 29건 과제를 발굴해 모두 개선했다"며 "생산 능력이 150% 향상되고 적재 공간도 690평에서 890평으로 29% 커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 멘토단은 제1공장 레이아웃에 주목했다. 한울은 공장 증설을 검토했지만, 삼성전자에서 살펴보니 공간 효율화만으로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층에만 있던 내포장실과 살균실을 2층에도 설치하자 동선이 확 줄어들었다.

단순한 벽 공사로 고구마말랭이 생산실을 넓히고 내포장실·살균실을 따로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대표는 "화물 엘리베이터가 하나뿐이라 2층에서 1층으로 고구마말랭이를 내려보냈었다"며 "삼성전자 멘토단 덕분에 물류 동선을 108m에서 15m로 줄이면서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공장 증설에 필요한 수십억 원을 절감하는 '덤'도 있었다.

멘토단의 손길은 공장 구석구석에 닿았다. 특히 고구마 건조기는 공장 바닥보다 높아서 작업자 2명이 경사대 2개를 설치해야 겨우 고구마를 넣을 수 있었다. 조 위원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민한 끝에 맞춤형 스태커를 개조했다. 퇴근 후에도 머리를 싸맨 결과였다. 살균 관리체계도 정비해 제품 불량률을 50%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한울의 업사이클링도 스마트공장을 통해 날개를 달게 됐다. 그동안 고구마 껍질을 버리거나 사료화해 인근 축사로 보내는 데만 1억원 가까이 들었다. 이에 한울은 고구마 껍질을 비건 육포로 만들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해 11월에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인증을 받고, 삼성웰스토리에 제품을 납품하게 됐다.

한울은 삼성전자와 함께 동반성장을 꿈꾸고 있다. 박 대표는 "2026년까지 모든 공정을 자동화해 지능형 공장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내년에는 매출 300억원, 후년에는 매출 500억원을 돌파하고 1000억원까지 매출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를 통해 '식품업계 삼성전자'가 되겠다는 것이 한울의 목표다. 단순히 매출·영업이익이 높은 회사가 되겠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삼성처럼 한울도 다른 기업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스마트공장 사업을 하면서 삼성전자와 멘토 위원들에게 깊이 감동했다"며 "계속 중간 점검을 해주고 계셔서 내년 4월에는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2단계에 착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삼성전자에서 받았던 도움을 다른 기업에도 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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