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을 땅이 부족해서 ‘'지하에 도시를 지어버렸다는’' 한국

강남 한복판, 땅이 아닌 지하에서 시작된 거대한 실험

서울 강남구의 영동대로 한복판. 이곳에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대한민국 도시개발사의 새로운 이정표라 불리는 ‘지하도시’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고층 아파트와 빌딩, 끝없는 확장으로 상징되던 강남이 이젠 땅 위가 아닌 지하 공간을 적극적으로 도시발전의 해답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모든 이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강남구 삼성역-봉은사역 약 1km, 한마디로 서울 교통과 상업, 생활의 심장부 아래에 등장하는 이 지하도시는 도로 지하화, 주거·상업·공공 시설, 버스·택시 정류장, 그리고 수도권 전역을 관통하는 철도·지하철 허브가 응축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기존에는 ‘지상 개발’이 중심이었으나, 도시의 땅이 극적으로 부족해진 오늘날, 강남은 아예 ‘밑’으로 확장하는 초유의 도시실험을 선택했다.

지상보다 넓고 깊은, ‘5층 지하도시’의 현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무려 ‘지하 5층’ 혹은 최대 7층, 깊이 35~51m에 달하는 초대형 지하공간을 파서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총 연면적 17만~21만㎡에 달하는 공간엔 환승센터, 철도 허브, 대형 상업·편의시설 등이 일사불란하게 들어선다.

지상층에는 대규모 광장과 녹지공간

지하 1층엔 버스·택시정류장

지하 2층엔 공공 상업시설과 2호선 삼성역 승강장

지하 3층엔 대합실과 대형 주차장

지하 4~5층에 GTX-A·C, 위례신사선 등 철도 환승 플랫폼이 구성된다

유럽 파리의 라데팡스, 일본 도쿄의 시나가와 역세권 못지않은 ‘입체도시’ 개념이 한국 강남 한복판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지상부에는 축구장 30배 가까운 크기의 녹지광장이 조성될 예정으로, 도심의 숨막힘과 환경 문제 완화에도 한 몫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 땅이, 곧 ‘지하로’ 확장된다

수억, 수십억을 호가하는 강남의 땅값과 끝없는 인구 밀도, 주변 녹지 부족 문제. 개발 제한과 도시한계에 부딪힌 서울은 결국 ‘지하도시’라는 해법을 찾아냈다. 단순한 지하철역·지하상가 수준이 아니다. 이번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은 기존 도로를 아예 지하로 교체하고, 동시에 공공·상업·교통 인프라, 주차장, 환승센터를 ‘지하도시’의 기본 조성요소로 구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도권을 넘나드는 GTX-A, GTX-C, 위례신사선 환승도 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곳곳을 잇는 대규모 환승허브가 탄생하게 된다. 서울 코엑스·현대차 GBC 구간은 지하통로와 상업시설, 녹화광장까지 무결하게 연결된다. 지상의 혼잡은 줄이고, 여러 노선이 하나로 엮인 지하 교통망이 삶의 편의를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가져올 준비를 하고 있다.

도로도, 도시도 ‘지하화’, 서울의 미래 상징

영동대로 지하도시는 ‘도로 지하화’가 핵심이다. 수도권 각지로 이어지던 교통체증의 상징, 영동대로 구간은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탈바꿈한다. 기존 중앙버스차로, 자동차도로들이 지하로 옮겨지며, 하늘 위에는 시야를 가리는 도로 없이 쾌적한 광장과 시민공간이 펼쳐진다.

교통뿐 아니라 주차장, 상업시설, 도시기반시설까지 지하에 묻힌다. 서울 강북~강남 동맥인 동부간선도로도 소형차 전용 대심도 지하도로로 바뀌며, 노원·성북~강남 대치동 이동시간이 기존 50분에서 10분대로 단축된다. 이 대심도 도로 역시 빌딩, 교통량, 환경문제의 압박 속에서 지하화로 도시의 숨통을 트려는 시도의 연장선이다.

1조를 넘어서는 천문학적 건설비, 강남의 ‘무한 잠재력’

지하도시 개발은 단순히 땅 아래 공간을 만든다는 개념을 넘어선다. 사업비만 1조 7,000억 원, 한 해 예산을 넘어서는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되며, 국내 최대 지하공간 개발, 세계적 환승허브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추구한다.

2028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이미 전체 공정의 40% 이상이 진행됐고, 콘크리트 타설-굴착-설비 공정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현장마다 첨단 계측장비와 IoT, CCTV, AI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적용된다. 한국형 '스마트시티'의 상징이자, 도시공간의 새로운 미래 청사진이 강남 한 복판, 깊은 지하에서 완성되고 있다.

지하의 도시, 위의 도시: 도시의 이중성 그리고 미래의 도시모델

강남 지하도시 프로젝트가 남기는 의미는 단지 새로운 인프라 공급을 넘어선다. ‘지하도시’는 도심 공간 긴급정비, 주거와 일터, 문화, 교통을 한 데 녹여낸 이중 구조의 새로운 도시모델이다. 남은 공간의 잠재력은 단순한 면적 증식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기본 구조와 라이프스타일의 재구성을 예고한다.

지상에는 녹지·문화광장·오픈스페이스가, 지하에는 교통·상업·주차·연결 인프라가 자리한다. 사람과 차, 상업과 공공, 여유와 효율성이 입체적으로 구분된 채 공존한다.

강남만의 변화가 아니다. 동작대로, 반포대로, 동부간선도로 등 타 도심 역시 연쇄적으로 ‘지하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서울 전체의 이중적 도시화’가 본격화되는 복선이 깔렸다.

대한민국 수도, 그 중에서도 강남이 선택한 지하도시 실험은 전례 없는 도시의 입체화, 그리고 미래의 도시 구조가 ‘표면 아래’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완공이 임박한 2028년, 이 거대한 변화는 강남불패를 다시 한 번 증명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