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분열의 시대, 성 프란치스코에게 묻다

경기일보 2026. 6. 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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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념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김정념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가톨릭 교회의 최고 수장인 교황 레오 14세는 2026년 1월10일부터 2027년 1월10일까지를 ‘성 프란치스코의 해’로 선포했다. 이번 특별 희년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교회는 이를 통해 전쟁과 사회적 갈등, 미움과 불신이 깊어져 가는 시대에 성인의 삶과 영성이 다시금 세상을 쇄신하는 힘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는 1181~1182년경 이탈리아 아시시의 부유한 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그는 기사의 꿈을 품고 명예와 성공을 좇았지만 전쟁 포로 생활과 병고를 겪으며 삶의 방향이 바뀐다. 그의 삶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사건은 무너져 가는 작은 성당에서의 기도였다. 그는 십자가의 그리스도로부터 이런 음성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프란치스코야, 가서 허물어져 가는 내 집을 다시 고쳐라(Francesco! va’, ripara la mia casa che, come vedi, è tutta in rovina).”

처음 그는 이 말씀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낡은 성당을 수리하는 일에 힘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단순한 건물의 복원이 아니라 ‘허물어져 가는 교회의 쇄신’을 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후 그는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고 철저한 복음적 가난의 삶을 선택했으며 동료들과 함께 오늘날의 프란치스코회를 세웠다.

성 프란치스코의 영성은 소비와 경쟁 중심 사회 속에서 ‘적게 가지되 깊게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복음적 단순함, 분열과 대립을 넘어 화해를 이루는 평화의 증언, 가난한 이들을 사회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에 두는 연대의 삶, 창조 세계를 하느님의 선물로 바라보는 책임 의식, 그리고 거창한 업적보다 일상 안에서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고 복음을 살아내는 작은 충실함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 가운데 오늘 우리 사회가 특별히 귀 기울여야 할 가치는 ‘평화’라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과 성향,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수용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서로를 적대시하고 몰아세우는 태도만큼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향해 비판을 넘어 비난과 험담을 쏟아내고 심지어 음모론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한 나라의 국민 사이에서도, 작게는 한 가정 안에서도 생각과 의견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같음을 강요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일 것이다.

필자 역시 한 나라의 국민이자 동시에 종교인으로서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상의 평화와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위해 기도한다.

‘주님, 저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에 빛을, 슬픔에 기쁨을 가져오는 이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기 때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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