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휴학’ 파장 확산…국립대 교수회 ‘지지’ vs 교육부 ‘고강도 감사’

강윤서 기자 2024. 10. 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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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교수회 “학생 권리 침해, 교수들 나서야”…정부와 충돌 예고
국내 의대 절반 ‘학장이 휴학 승인 권한’…타 대학에 휴학 확산 가능성
부산대 교수회장 “휴학·복학은 학생의 권리…수업권도 침해돼”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서울대 의대 ⓒ연합뉴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전국 의대 최초로 의대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하면서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서울대발 휴학 승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면서다. 서울대 교수회가 해당 결정을 지지한 데 이어 거점국립대 교수회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의대생 집단휴학 승인 불가 방침을 줄곧 강조해온 정부는 "부당한 행위"라며 곧바로 고강도 감사를 예고했다.

서울대 교수회(임정묵 회장)는 2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대 의대의) 휴학 승인을 지지하고 정부의 의대 감사 방침 철회를 요구한다"며 "교육부는 우리 대학 의과대학이 내린 휴학 승인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감사라는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대학은 자율성에 기반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책무를 지닌다"며 "정부가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 대학을 길들이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면 전국 대학의 교수회와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대학가에선 휴학 승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김정구 부산대 교수회장은 이날 시사저널에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은) 앞으로 전국적으로 퍼질 가능성이 분명히 있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학과 복학은 학생들의 고유 권리며, 학생의 수업권 피해가 발생하는 건 교수의 책임"이라며 "학생의 권리 침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을 수 있도록 교수회가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대의 경우 재적 학생 756명 중 약 95% 이상이 휴학계를 냈고, 2학기 들어 복귀한 학생은 거의 없다"며 "부산대 의대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기본 권리인 휴학을 승인하라는 촉구 성명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교수회에 이어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거국련)도 공동 대응 관련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현재 거국련에서도 해당 내용(서울대 교수회 성명서)을 같이 공유하면서 공동 대응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의대생들의 수업권과 대학의 자율권에 대한 문제로서 교수들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갈등 언제까지 ⓒ연합뉴스

'학장이 휴학 승인' 대학으로 확산 가능성…정부 '고강도' 감사 예고

앞서 서울대는 지난달 30일 의대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의대 교수들은 "1학기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이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내년 2월까지 짧은 기간에 1년 치 과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대 학장은 이같은 의견을 반영해 휴학계를 처리했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가 이번에 승인한 휴학 규모는 700여명으로 알려졌다. 학년 당 정원이 135명인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학생의 휴학이 승인된 셈이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휴학 승인 최종 결정권자가 총장이 아닌 각 단과대 학장에게 있다. 이에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의대 학장이 휴학 승인을 할 수 있는 의대가 절반 가량인 점에서 휴학계 처리가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교육부는 이날 곧바로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감사인단도 12명으로 대규모로 꾸려졌다. 다른 의대들로 휴학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전날 서울대 의대의 휴학 처리에 대해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하고 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라며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을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하게' 감사한다는 것이 교육부 방침이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말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계를 제출한 이후 "동맹 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며 휴학 승인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 이를 어기고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선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 가능성도 밝혔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은 학교가 학사 등과 관련해 법령을 위반하면 총장에게 시정·변경을 명할 수 있다. 총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기간에 시정·변경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위반 행위를 취소·정지하거나 학생모집 정지, 정원 감축 등을 할 수 있다.

다만 휴학 관련 최종 권한은 기본적으로 대학 총장에게 있기에 교육부가 휴학 취소 명령을 대학에 직접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사항을 위반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기 때문에 서울대가 어떤 조치를 받을지는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아울러 교육부는 이날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의대에 '학사 운영 관련 협조 요청' 공문까지 보내 집단휴학 확산 단속에 나섰다. 공문에는 "집단행동의 하나로 이뤄지는 '동맹휴학'은 휴학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며 "향후 대규모 휴학 허가 등이 이뤄지는 경우 대학의 의사 결정 구조 및 과정, 향후 복귀 상황을 고려한 교육과정 운영 준비 사항 등에 대해 점검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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