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20이를 사러 딜러십에 갔다.
시승까지 마치고 나서야 알았다. 그 전에 제네시스 G80을 먼저 봤어야 했다는 걸.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BMW 5시리즈는 오랫동안 기준점이었다. 그리고 그 기준점이 흔들리고 있다.
7,070만원짜리 BMW 520i, 뭘 주길래
BMW 520i M 스포츠 프로의 공식 출시가는 7,070만원이다.
엔진은 2.0리터 4기통 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1.6kg·m. 후륜구동 기반이고, 전장 5,060mm의 차체를 갖췄다.

BMW 특유의 주행 감각은 분명히 있다. 코너에서 스티어링 응답 속도, M 스포츠 패키지가 주는 외관. 인테리어 퀄리티도 나쁘지 않다.
근데 딱 한 가지. 숫자를 비교해봤다.
제네시스 G80 2.5T, 5,978만원에 304마력
G80 2.5T의 공식 출시가는 5,978만원이다.
같은 2.5리터 4기통 터보지만, 최고출력은 304마력이다. BMW 520i보다 114마력이 많다. 최대토크도 43.0kg·m로, BMW 520i의 31.6kg·m를 훨씬 앞선다.
구동 방식은 AWD다. BMW 520i가 후륜구동인 것과 달리, G80 2.5T는 네 바퀴가 모두 구동된다. 눈길, 빗길, 코너에서 체감하는 안정감이 다르다.

전장 5,005mm, 전폭 1,925mm. 실내 공간도 충분히 넉넉하다. 뒷좌석 레그룸이나 헤드룸에서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
숫자로 나온 결과: 1,092만원에 114마력 더
두 차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이렇다.
BMW 520i는 7,070만원, 190마력, 후륜구동. G80 2.5T는 5,978만원, 304마력, AWD. 가격 차이는 1,092만원이고, 마력 차이는 114마력이다. 토크도 G80이 35% 높다.
더 저렴한 차가, 더 강하고, 더 안전한 구동계를 가졌다.
이 문장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BMW의 브랜드 프리미엄이 그만큼 가격을 만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숫자를 다르게 표현하면 이렇다. G80 2.5T 한 대 값으로 BMW 520i를 살 수 없다. 하지만 G80 2.5T를 사면 1,092만원이 남고, 그 돈으로 옵션을 올리거나 첫 3년치 유지비를 충당할 수 있다.
실제 구매자 입장에서 이 차이는 크다. 7천만원 예산이라면 BMW 520i 한 대 겨우 살 돈이지만, G80 2.5T라면 최상위 트림을 사고도 돈이 남는다.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지, 숫자는 이미 말해주고 있다.
BMW 5시리즈에 7천만원 쓰는 이유
그렇다면 BMW 520i는 왜 7천만원인가.
BMW 특유의 주행 질감은 확실히 다르다. 후륜구동 특유의 코너링 날카로움, 스티어링 응답성. 이건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다.
연비도 BMW가 더 낫다. BMW 520i는 11.8km/ℓ, G80 2.5T는 9.9km/ℓ. 장거리 운전이 잦다면 연간 유지비 차이가 쌓인다.

브랜드 잔존 가치, 독일차에 대한 신뢰, 차량 네트워크 인프라. 이 모든 것을 1,092만원에 살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부정하기 어렵다.
G80 2.5T가 더 저렴한 이유가 따로 있나
없다.
제네시스 코리아 공식 출시가 기준 G80 2.5T는 5,978만원이다. 2026년형에는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가 기본 적용됐고, 27인치 결합 디스플레이, 무선 애플 카플레이도 기본이다.
프리미엄 사양이 갖춰진 채로 6천만원도 안 한다. 이게 할인가가 아니라 출시가다.
제네시스가 가격을 낮게 책정한 게 아니다. BMW가 브랜드 이름에 프리미엄을 더 얹고 있는 것이다. 두 차를 함께 놓고 보면 그 차이가 보인다. 성능과 사양, 가격 세 가지를 동시에 비교하면 G80 쪽이 객관적으로 우위다.

시승 다음 날, 후회한 한 가지
BMW 520i 시승을 마치고 나서 제네시스 전시장에 들렀다.
G80 2.5T 앞에 섰을 때, 어제 시승이 떠올랐다. 190마력을 타고 7,070만원을 쓸 뻔했다는 사실이.
나쁘진 않았다. 근데 이게 맞냐는 생각이 들었다.
1,092만원 차이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G80 앞에서 다시 느꼈다. 그 돈이 마력이고, 구동계이고, 기본 사양이었다. BMW를 선택하는 것이 틀린 게 아니다. 다만, 선택 전에 G80을 한 번이라도 타봤는지가 중요하다.
아직도 브랜드 로고 때문에 1,092만원을 더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물어보고 싶다. G80 2.5T를 직접 타봤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