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경로 이탈했던 김세영 "이게 원래 제 스타일이었죠" [LPGA BMW 챔피언십 우승]

[골프한국 강명주 기자]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동안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달러)이 펼쳐졌다.
그 결과, 마지막 날 5타를 줄인 김세영이 최종합계 24언더파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영은 경기 후 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공식 우승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LPGA 투어 첫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김세영은 "늘 가족들이 있는 곳 앞에서 우승하는 걸 꿈꿔 왔는데 여기까지 10년 이상 걸린 것 같다"고 말문을 열면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늘 우승하고 싶은 대회 중에 하나였는데 이번에 우승을 하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 조금이나마 한국 팬분들께 좋은 기운과 기쁨을 드린 것 같아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1번홀에서 좋은 버디 기회를 놓친 후 3번홀에서 쓰리퍼트로 보기를 적어낸 김세영은 그 다음 세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꾸었다.
이에 대해 김세영은 "아무래도 아침부터 긴장이 많이 됐다. 매 홀마다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오랜만의 우승 기회다 보니 '이게 진짜인가?' 하는 실감이 잘 안 났고, 그동안 여러 번 우승에 도전했지만 잘 안 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세영은 "첫 홀 버디를 놓치고, 세 번째 홀에서 노예림 선수가 한 타 차까지 따라왔는데, 노예림 선수가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편이라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저도 '같이 공격적으로 가자'고 마음먹었고, 끝날 때까지 그 전략을 유지한 게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또 김세영은 "아버지 말씀 중에 하나가 '두려워도 쫄지 말라'인데, 그 말씀을 떠올리며 압박감을 이겨내려 했던 게 좋은 플레이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세영은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한 가지 생각을 정리하면 또 다른 생각이 올라오고, 그걸 해결하면 또 새로운 생각이 드는 식이었다. 특히 한 타 차로 따라 잡히니까 '여기서 지면 정말 창피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응원해주신 갤러리분들께 혼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극적인 힘이 발휘된 것 같다. 뒤로 물러설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를 계속 밀어붙이면서, 저 자신과의 싸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안 좋은 생각에 빠지지 않으려 하고, 해결해 나가려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샴페인으로 우승 축하를 받은 김세영은 "동료들이 샴페인을 터트려줘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에 (전)인지가 한 모금 마셔보라고 해서 마셨는데, 살짝 알딸딸하다(웃음)"고 우승 직후를 돌아봤다.
이어 김세영은 "동네 분들도 많이 와주시고, 친구와 가족, 또 가족의 친구들까지 오셔서 응원해 주셨는데 아마 목소리가 제일 컸을 것 같다. 정말 너무 기쁘다. 또 제 우승을 통해 기쁜 에너지와 젊은 기운 많이 받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에도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했지만, 이번 대회 전까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던 김세영은 "그간 우승 경쟁을 많이 했는데 '왜 안 될까' 계속 고민했다. 그래서 '전체적인 걸 다시 잡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한 가지 방법을 정해놓고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지' 하는 식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했는데, 그게 결국엔 잘 통하지 않더라. 압박이 오면 매듭이 풀리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연이어 김세영은 "그런데 지난주 상하이 대회 이후로 생각을 바꿨다. 특별한 방법 없이 그냥 제 스타일대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로 플레이했다. 긴장되는 순간마다 밀어붙이듯이 제 흐름을 믿고 갔더니 오히려 결과가 좋게 나왔던 것 같다"며 "그게 원래 제 스타일이었던 것 같고, 지난 몇 년간 그걸 살리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깨달았다"고 답했다.
김세영은 "그래서 이번 우승은 결과뿐 아니라 앞으로 제 커리어에 큰 의미를 주는, 정말 값진 경험이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3라운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신인의 마음가짐'을 밝혔던 김세영은 "신인 때는 제가 가진 스타일 그대로 플레이를 했는데, 투어 연차가 쌓이면서 오히려 방법을 찾으려다 보니 오히려 잘 안 됐던 것 같다. 이번에는 그런 계산을 내려놓고 신인 시절처럼 '날것 그대로' 제 플레이를 한 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LPGA 투어 데뷔 후 그동안 캐디를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김세영은 "폴에게 정말 고맙다. 그동안 제가 우승을 못했으니까. 다른 좋은 선수들도 많은데, 제가 그만하자고 하기보다 폴이 저를 떠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언급하면서 "저는 폴이 LPGA 투어에서 최고의 캐디라고 생각하는데, 워낙 30년 넘는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라 오늘도 굉장히 안정적으로 제 플레이를 도와줬다. 저는 오늘 업 앤 다운이 좀 있었는데, 4번홀 쯤에서 폴이 한국어로 '할 수 있다'는 느낌의 말을 해줬는데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답했다.
추가로 '캐디 폴 푸스코와는 어떻게 일을 하기 시작했나'는 질문에 김세영은 "원래 최나연 선수의 캐디였다. 그런데 우연히 폴이 코스를 체크하는 걸 봤는데, 정말 디테일하게 체크하더라. 체격도 좋아서 듬직하고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처음엔 제 퀄리파잉을 도와줬는데, 그때 한 번만 하려던 걸 제가 부탁해서 한두 번 더 함께하게 됐다. 그런데 두 번째 대회에서 바로 우승을 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년 우승을 하다가 한동안 우승이 나오지 않았던 김세영은 이번에 LPGA 투어 통산 13승을 기록했다.
김세영은 "5년간 우승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길어질 지에 대해서 많이 걱정했다. 다만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매년 해온 것 같다. 한 번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는 게 어려운 것 같다. 길을 찾으면 경로를 이탈하지 않는 게 교훈이 될 것 같다. 오랜만에 우승을 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세영은 "잘했던 선수들은 결국 자기 것을 찾으면 다시 잘하게 되는 것 같다. 다만 그게 금방 가능할 수도 있고,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혼자 찾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저도 찾을 수 있었고, 제 생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마다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에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항상 좋을 수는 없지만,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선수들도 본인이 잘했던 순간을 계속 떠올리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빨간 바지를 입고 오랜만에 우승한 김세영은 "오늘도 안되면 빨간 바지 다시는 안 입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입어야 할 것 같다"고 답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김세영은 "프로가 되고 나서 사람들이 '타이거 우즈의 빨간 셔츠'처럼 저를 기억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빨간 바지를 입었을 때 첫 우승을 하게 돼서, 그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계속 입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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