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여친 앞에선 無성욕인양”...못말리는 숫놈들, 처음 보는 암놈 앞에선 정력이 불끈불끈 [생색(生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4. 9. 2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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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34] 맑고 화창한 여름날. 영부인이 한 농장을 방문합니다. 민중의 삶을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크고 건강한 닭들이 모이를 쪼아 먹는 평화로운 풍경. 그때였습니다. 배가 부른 녀석들이 갑자기 ‘그 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영부인 앞에서도 놈들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계속 교미를 이어갑니다. 수행원들이 민망한 표정을 짓자, 영부인이 짓궂은 표정으로 농부에게 묻습니다.

“저 수탉은 하루에 몇 번이나 교미하나요.”

농부가 멋쩍게 대답합니다. “말도 마세요. 셀 수도 없이 해댑니다.” 영부인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오면 저 수탉의 위용에 대해 꼭 얘기 해주세요.” 수탉만도 못한 대통령의 성적 능력을 넌지시 조롱한 셈이었지요.

“야 영부인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농장에서 모이를 먹는 닭들.
며칠 뒤 대통령이 같은 농장에 방문합니다. 착한(그리고 눈치없는) 농부는 그때의 일화를 전합니다. 대통령이 넌지시 농장을 바라봅니다. 놈은 그야말로 닭 볏이 흩날리도록 열심입니다.

(발끈한)대통령이 농부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저 수탉은 한 암탉하고만 합니까.” 농부가 대꾸합니다. “아이고, 할 때마다 다른 암탉을 건드리지요.” 지그시 웃으며 대통령이 답합니다. “그 말을 꼭 영부인에게 전해주시오.” 매번 다른 사람과 관계할 수 있다면 자신도 ‘변강쇠’가 될 수 있다는 항변입니다.

“저 닭...참 활기차네...” 미국 30대 대통령 영부인 그레이스 쿨리지.
미국의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와 영부인 그레이스의 일화입니다. 사실 누군가가 지어낸 얘기이지만, 그 유머의 깊이 때문인지 대중의 기억 속에 확고히 자리 잡아버립니다.

한 마리의 암컷과 여러 번 교미로 ‘현자’가 되어버린 수컷 앞에 새로운 암컷이 나타나자 마치 변강쇠마냥 다시 교미를 재개하는 ‘쿨리지 효과’가 생물학계에서 발표됐을 정도입니다. 대통령을 향한 ‘가짜뉴스’가 하나의 생물학 이론으로 자리한 셈. 쿨리지 효과가 대체 뭐기에.

“내 아내가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소.” 미국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 초상화.
쥐에게서 발견한 수컷 본능
“수컷 쥐...녀석이 다시 일어났어!”

1955년 동물학자 프랭크 비치는 실험실에서 연구용 쥐를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수컷 쥐와 암컷 쥐의 교미 형태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오랫동안 (성적으로) 굶주린 수컷쥐 한 마리를 암컷 쥐 4마리와 함께 밀폐된 상자에 넣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녀석은 오랜 욕정을 폭포수처럼 쏟아냅니다. 이 암컷, 저 암컷 건드리면서 짝짓기를 반복적으로 시작했지요.

성욕이 넘쳐나던 녀석이지만 잇단 교미에 결국은 지쳐갑니다. 세상을 호령할 것처럼 용맹스레 달려들던 녀석은 어느덧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현자처럼 고요히 사색을 즐기고 있습니다. 암컷 네 마리가 만지고 핥아보지만 녀석의 표정은 심드렁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상엔 교미보다 중요한 게 많다는 듯 준엄한 표정입니다.

“좀 놔주실래요? 혼자 있고 싶어서요.” 실험용 쥐.
현자가 되어버린 수컷 쥐. 그는 그러나 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연구진들이 상자에 새로운 암컷 쥐 한 마리를 투입하면서였습니다. 새로운 ‘메기’의 등장. 과연 녀석의 선택은.

수컷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맹렬히 새로운 암컷에게 달려듭니다. 번식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색마처럼. 연구진들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이런 동물들의 행동 양태에 ‘쿨리지 효과’라고 이름 붙입니다. 대통령과 연관된 오래된 가짜 농담이 수컷들의 호색 행동을 설명하기에 매우 적절했기 때문입니다.

“야 저놈들 교미좀 보소.” 쥐잡이 도박을 즐기는 1850년 런던 시민들.
모든 수컷은 새로운 암컷을 좋아한다?
쿨리지 효과는 대부분의 동물에서 발견됩니다. 새로운 암컷을 만난 수컷 동물들은 대개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쥐를 비롯해 소·양·돼지·사슴 등 인간이 실험한 대부분의 동물에서 비슷한 결과가 도출됩니다(인간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엣헴).

새로운 암컷과 교미 시 수컷의 도파민 수치가 익숙한 상대와 했을 때와 비교해 폭증(?)한 사실도 관측됩니다. 새로운 여자를 갈구하는 건 (일부) 인간 남자만의 이야기는 아닌 셈이지요.

“되도록 새로운 짝이 좋지 않겠양.” 쿨리지 효과가 관측된 건 비단 쥐뿐만이 아니다. 양에서도 이런 행동 양태가 발견됐다.
쿨리지 효과가 모든 동물들에게서 발견되는 이유로 학자들은 진화적 이점을 꼽습니다. 한 암컷과 계속해서 관계를 갖는 것보다는 여러 암컷과 관계를 가져야 번식 성공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암컷은 신체적으로 임신부터 출산까지 무진 애를 써야 하지만, 수컷은 교미만 성공하면 산술적으로 무한정 새끼를 가질 수 있습니다. 수컷 녀석들이 교미에 환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쿨리지 효과가 번식에 이점이 있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서식하는 붉은정글닭이 주인공입니다. 오랜 암컷과의 교미에서 관계를 맺을 때마다 분출하는 정자 수가 줄어들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새로운 암컷과의 관계에서는 이전보다 월등히 많은 정자가 뿜어져 나왔지요.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녀석의 전략인 셈입니다.

“너 처음보는 얼굴이닭.” [사진출처=Andrei Niemimäki]
오래된 사랑도 너무나 아름답다
여기서 “하여간 남자새끼들이란” 반응은 잠시 미뤄두셔도 좋겠습니다. 쿨리지 효과가 암컷 쥐 일부에서도 관측됐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수컷과의 관계 후 미동을 하지 않던 암컷 쥐들이 새로운 수컷 쥐가 나타나자 다시 적극적으로 ‘구애’를 개시합니다.

암컷들 역시 새로운 사랑을 갈구할 수 있다는 증거로 제시됩니다. 그러나 수컷에 비해 전 동물에게서 일반적으로 관측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암컷은 수컷에 비해 ‘교미’로 인한 비용(임신·출산·양육)이 훨씬 비싸기에 ‘쾌락’만 추구하기 힘든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의자왕..아니 의쥐왕입니다. ” 갓 태어난 새끼쥐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오해는 마시길. 새로운 이성을 추구하는 건 본능이니, 모두 새 사랑을 찾아 나서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진짜 주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오래된 연인이 주는 무한한 행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 브리검영 대학교의 심리학자이자 신경학자인 줄리안 홀트 룬스타드 교수는 장기적인 사랑이 인간의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정서적·신체적 안정으로 인간의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잇따라 나왔지요. 쾌락을 위한 임시적 관계가 결코 줄 수 없는 이점입니다. 쿨리지 효과의 주인공 쿨리지 대통령은 영부인 그레이스와 죽을 때까지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사랑을 나눴습니다. 쿨리지 대통령은 눈을 감을 때, “그녀는 나의 은총(Grace)이었다”고 얘기했을 정도였습니다. 색정을 설명하는 이론에 자신의 이름이 붙은 걸 알았다면, 쿨리지 대통령은 크게 화를 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어느 날 눈을 감을 때를 상상합니다.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사람은 하룻밤 상대방이 아니겠지요. 내 옆에서 평생을 웃어준 사람을 눈에 담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오랜 파트너에게 숨겨놓은 사랑을 표현해 보시기를. 가을은 언제나 사랑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사랑하오, 내 삶이 다할 때까지.” 노인의 사랑을 다룬 영화 ‘아무르’의 한 장면. [사진출처=티캐스트]
<세줄요약>

ㅇ한 파트너와 계속된 교미로 ‘현자’가 된 동물 수컷이 새로운 암컷과 만났을 때 다시 ‘변강쇠’로 거듭나는 사례를 ‘쿨리지 효과’라고 한다.

ㅇ이는 대다수 수컷 동물에게 관측되는데, 다양한 교미가 번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ㅇ그러나 오래된 사랑이 주는 이점은 ‘쿨리지 효과’를 넘어선다. 모두 외쳐! 사랑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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