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진표 사퇴" vs 野 "尹 거짓말 사과"..여의도 치킨게임

"박진 해임안 날치기에 개입"
국힘, 국회의장 사퇴결의안
민주, 당내 진상규명단 발족
"막무가내 정권 적반하장"
이재명 대표도 사과 촉구
정기국회때 민생 챙기겠다던
여야대표 연설 '공염불'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가 30일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단독 통과시키자 여당이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으로 맞불을 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당시 비속어 사용 논란으로 촉발된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30일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박 장관 해임 건의에 이어 당내 진상규명단을 발족시키며 여론전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재명 대표는 과거 자신의 '형수 욕설 논란'을 의식한 듯 말을 아끼다 이날 윤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키며 대치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주호영 원내대표 외 114명 의원 전원의 결의로 김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결의안에서 "김 의장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안건이 상정될 수 있도록 의사 일정을 진행해 안건이 날치기 통과되는 것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이 외교부 장관 등 참모를 교체하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주 원내대표는 "외교 참사가 아니라 민주당의 억지 자해 참사"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왜곡 보도' '외교 성과 폄훼' 등으로 프레임을 전환해 반격 중이다. 앞서 지난 22일(미국 현지시간 21일)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해외 순방 기자단의 영상 카메라에 포착돼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우왕좌왕했지만, 현재 거의 모든 당력을 정쟁 대응에 쏟고 있다. 이날 대변인단에서 이 사안과 관련된 논평은 총 6건에 달했고, 일부 초선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 이 ××'라는 비속어도 쓰지 않았다"며 음성분석 자료를 근거로 발언 진위 논란을 확산시켰다.

자막을 달아 처음 보도했던 MBC와는 끝장을 보겠다는 태세다. 주 원내대표는 '언론 탄압'이라는 비판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거짓 뉴스에까지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전문가들은 '국회'라는 발언에 '(미국) 국회'라고 자막을 쓴 것은 보도취재 원칙에 어긋난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MBC 자막으로 여론을 호도한 잘못된 점을 (중략)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여론이 호도된 것이 지지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야당의 대통령 사과 요구에는 "그 사과가 외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외교참사대책위원회` 발족식이 이날 국회에서 열려 고민정 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반면 민주당은 윤 정권의 '무능' '불통' 이미지를 강화하는 여론전에 나섰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지금 들어도 '바이든'이라고 한 게 맞지 않느냐"며 "(윤 대통령은)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어 "국민도 눈과 귀가 있고 판단할 지성이 있다"며 "거짓말하고 겁박한다고 해서 생각이 바뀌거나 들었던 사실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여당의 국회의장 사퇴 촉구에 대해 "국회의장을 대상으로 적반하장식 협박에 나서는 게 이상적인 정치 집단이냐"며 "막무가내 먹통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외교참사·거짓말대책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서 발생한 논란에 대한 당 차원 대응 기구다. 위원장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최고위원이 맡았다.

여야 간 비난 수위가 높아지면서 민생 협치 가능성은 더 요원해지고 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제 대통령이 사과할 수도 없고 사과해서 끝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면서 "민주당의 선 넘은 정치 공세를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주원 기자 / 김보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