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낙인인가, 두 번째 기회인가” 다시 불붙는 이재영 논쟁

배구는 다시 시작됐지만, 시간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이재영의 일본 생활 1년은 그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시즌이었다.

히메지 구단과의 작별 자체는 예상 밖 뉴스는 아니다. 외국인 선수 계약은 성적과 몸 상태, 팀 방향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결별이 유독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재영은 단순한 해외파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 여자배구의 시대를 상징했던 이름이었다. 동시에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일본 생활은 단순한 이적이 아니라 ‘복귀 실험’에 가까웠다. 과연 이재영이라는 이름이 다시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코트 위 실력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가. 지난 1년은 그 질문에 대한 현실적인 답변이었다.

냉정하게 보면 경기력 자체는 완전히 실패라고 보기 어렵다. 24경기 108득점, 공격 성공률 35.8%.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폭발력은 떨어졌지만, 긴 공백과 부상을 고려하면 경쟁력 자체는 증명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특히 히메지 구단이 언급한 리시브 안정감과 수비 기여는 의미가 있다. 과거의 이재영이 공격형 에이스였다면, 일본에서는 생존형 올라운더에 가까운 역할 변화를 시도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즌 흐름이었다. 1월 이후 출전이 끊겼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현지에서도 몸 상태와 컨디션 문제가 꾸준히 거론됐다. 결국 여기서 드러난 건 단순 부상이 아니다. 이재영 커리어 전체가 이제 “재능으로 밀어붙이는 단계”를 지나갔다는 현실이다. 과거 V리그 시절 이재영은 국내 여자배구 최고의 공격수였다. 높은 타점, 빠른 팔 스윙, 승부처 해결 능력까지 갖춘 희소한 자원이었다. 실제로 흥국생명 우승 시절에는 팀 전술 자체가 이재영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긴 공백은 선수의 리듬뿐 아니라 시장 가치도 바꾼다. 특히 여자배구는 최근 몇 년 사이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다. 젊고 빠른 배구, 조직 수비,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과거처럼 스타성 하나로 팀이 움직이지 않는다. 일본 리그가 대표적이다. 이름값보다 시스템 적응과 꾸준함을 훨씬 중요하게 본다. 이재영이 히메지에서 보여준 건 “아직 경쟁 가능하다”는 신호였지만, 동시에 “예전처럼 팀 전체를 바꿀 슈퍼스타는 아니다”라는 냉정한 평가이기도 했다.

여기에 학폭 논란의 그림자는 여전히 무겁다.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사라진 문제가 아니다. 국내 복귀 시도가 좌절됐던 것도 결국 여론 때문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팬 반응의 변화다. 예전에는 감정적인 찬반 대립이 강했다면, 지금은 분위기가 더 복잡해졌다. “실력은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별개 문제”라는 반응이 동시에 존재한다. 특히 최근 국제 경쟁력 약화로 여자배구 흥행 자체가 흔들리면서,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코트에서는 필요했던 선수 아니었나”라는 재평가 움직임도 나온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여전히 단호하다. 실력과 별개로 공적 무대 복귀는 다른 문제라는 시선이다. 결국 이재영은 지금 한국 스포츠가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질문 한가운데 서 있는 셈이다. 선수의 재능과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 분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스포츠는 두 번째 기회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그래서 이번 히메지와의 결별은 단순 계약 종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긍정적으로 보면 여전히 해외에서 커리어를 이어갈 가능성은 있다. 몸 상태가 회복된다면 동남아 리그나 유럽 중하위권 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보면, 이번 시즌은 마지막으로 “시장 가치”를 증명할 기회였을 가능성도 있다. 긴 공백과 반복되는 부상, 그리고 여전히 부담스러운 여론은 어떤 팀에도 리스크다.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제한적인 해외 커리어 연장이다. 다만 예전처럼 화려한 복귀 서사는 쉽지 않다. 이미 배구계 시간은 많이 흘렀다.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했고, 리그 구조도 바뀌었다.

결국 이재영의 1년은 한 가지 사실을 남겼다. 코트로 돌아오는 것과 완전히 복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 그리고 스포츠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은 때로 상대 블로커가 아니라, 시간이 남긴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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