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지하철의 ‘1000원 빵 가게’인데 찾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가게 한쪽에는 못 팔고 버려진 카스테라가 쌓여있다. 출근길에 아침 대용으로 1000원 빵을 샀던 왱구들 분명 있을텐데, 유튜브 댓글로 “지하철 1000원 빵집이 사라지고 있다는데 근황이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지하철 역사에서 고소한 빵 냄새에 이끌려 1000원 빵 가게에 가본 사람들 분명 있을테다. 윤기 좌르륵 단팥빵과 달콤한 크림빵,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카스테라까지. 모두 다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팔아 큰 인기를 끌던 시절도 있었는데... 하지만 최근에는 1000원 빵 가게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고 해서, 서울지하철 2호선에 있는 1000원 빵 가게 여러 곳을 방문해 봤다
평일 오전 10시, 아현역. ‘빵 전 품목 1000원’이라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달린 1000원 빵집은 셔터가 굳게 닫혀있고, 창문 안쪽엔 빵 트레이가 여기저기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주변 꽃집 상인에게 물어보니 거의 오픈하자마자 폐업을 했다고.

[아현역 꽃집 상인]
“몇 달 전에 오픈은 하신 것 같은데 거의 바로 그러니까 오래 유지 못하셨어요. 저희가 상권이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니어 가지고 아마 저기는 박리다매로 회수율을 높여야 되는 건데 그게 조금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1000원 빵집은 ‘박리다매’ 즉 싸게 팔되 ‘많이’ 팔아 이윤을 내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적은 이곳 매장은 임대료 등을 부담할 수 없어 결국 문을 닫았다는 것.

그렇다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괜찮을까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유동인구 하면 빠지지 않는 강남역의 1000원 빵 가게를 찾아 1시간을 관찰해봤는데, 손님이 2명이었다. 가게 주변으로는 정신이 없을 만큼 사람이 지나다니는데 빵집 앞에 멈추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심지어 옆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안 팔린 카스테라가 쌓여 폐기되고 있었다. 점원 얘기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싼 빵을 안 먹는다고 했다. ‘가성비’보다 맛있고 예쁜 빵을 선호해서 1000원이라는 가격이 큰 메리트가 아니라는 것. 개중엔 너무 싸서 먹기 꺼려진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1000원 빵은 롯데, 해태와 같은 대기업 빵 브랜드의 유통을 맡는 총판에서 떼오기 때문에 품질과 위생엔 전혀~ 문제가 없다.

[강남역 1000원 빵 가게 점원]
“연세 많은 분들 왔다 갔다 하는 데는 괜찮아요. 그나마 좀 되는데 여기는 뭐 다 젊은 사람들이어서 아예 안 팔리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사 가는 거 봤어? 못 봤잖아요.”
그렇다면 어르신들이 많은 곳은 다를까 싶어 을지로3가역에 가봤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을지로3가역 옷 가게 상인]
“근데 (1000원 빵 가게가) 엄청 많아졌었는데 … 근데 싹 없어지더라고. 또 확 일어나고 바퀴벌레처럼 확 터졌다가 싹 죽고 … ”
생겨난 건 2000년대 중반이지만 1000원 빵 가게의 인기가 폭발한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였다. 전쟁 탓에 밀가루, 설탕 등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프랜차이즈 빵의 가격이 말도 안되게 오르고, 1000원 빵의 존재가 갑자기 귀해진 것.

근데 올해 들어서 이게 한계에 부딪쳤다. 아까 1000원 빵집 전략은 박리다매라고 했는데, 아무리 박리다매라지만, 고물가로 빵 납품가가 오르면서, 많이 팔아도 남는 게 너무 없는 수준이 된 거다. 원래 빵 공장에서 사오는 납품가는 개당 평균 500~600원. 1개 팔아서 최대 500원이 남는다고 하면, 하루에 최소 1000개는 팔아야 월 500만원 안팎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데, 최근엔 빵 납품가가 650~800원까지 올랐다. 밀가루 설탕값은 내렸지만, 운송비 인건비 같은 게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빵 1개 팔아봐야 고작 200원이 남는 셈이어서, 하루 1000개 매출로는 가게를 유지하는 게 어려워졌다.

그러면 가격을 올리면 되지 않냐 싶지만, 이게 또 쉽지가 않다. 1000원이라는 가격이 가게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100원, 200원에 괜히 억울해지는 심리 같은 건데 실제로 신촌역의 1000원 빵 가게의 경우 빵 판매가를 개당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렸다가, 매출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 문을 닫았다고 한다.
[강남역 1000원 빵 가게 점원]
“가격 한 100원씩만 올려도 그냥 안 사고 아예 보지도 않고...”

올리면 손님이 끊기고 안 올리자니 남는 게 없고. 결국 문을 닫는 수밖에 없게 된 거다. 그러고보면 조만간 1000원 빵은 사라질테고, 이런 고물가 시대에 이제 이 1000원짜리 지폐 한장으로 뭘 사 먹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