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월드컵. 2번 포트가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사진출처=KFA 인스타그램

FIFA랭킹 23위를 사수하라.

갑자기 한국 축구계 화두로 떠올랐다. 월드컵 본선 조추첨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12월 5일 낮 12시 미국 워싱턴DC 존 F 케네디 센터에서 조추첨식이 열린다.

시드 배정의 기준이 바로 11월 FIFA랭킹이다. 한국이 2번 포트에 배치되기 위해서는 23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이미 브라질전에서 0대5로 진 한국은 14일 열리는 파라과이전에서 승리해야 2번 포트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사진출처=FIFA 인스타그램

#포트 그리고 FIFA 랭킹

물론 축구팬이라면 포트(pot)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설명한다. 포트(pot)는 영어로 항아리를 뜻한다. 조추첨을 할 때에는 '조추첨용 팀 분류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조추첨을 하기 전 본선 출전 48개팀을 기준에 따라 4개 그룹(포트)으로 나누는 것이다.

왜 포트로 나누어야 할까. 조주첨의 공정성과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만약 본선 조별리그에서 브라질, 프랑스, 아르헨티나가 한 조에 들어간다고 치자. 이들은 조별리그부터 혈투를 벌어야 한다.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강팀 하나에 최약팀 세 팀이 한 조를 이룬다면, 그 강팀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포트를 나누는 것이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부터 포트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다만 이 때 포트를 나누는 기준은 '대륙별 안배와 전통 강호 여부'였다.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그저 '축구 강국끼리 겹치지 않게 하자' 수준의 분류였다.

1994년 미국월드컵부터 포트가 조금 더 체계화됐다. 기준은 직전 세 번의 월드컵에서의 성적(OR)이었다. 당시 1번 포트는 개최국인 미국 그리고 OR점수 상위 5개팀이었다. 이후 지역 안배가 들어갔다. 2번 포트는 아프리카와 북중미, 남미 팀이 배치됐다. 3번 포트에는 유럽팀을 OR점수 순으로 배치했다. 4번 포트는 아시아와 남은 유럽팀들이 속했다.

그러나 말들이 많았다. FIFA 월드컵은 글로벌화되고 덩치가 커졌다. 유럽 팀들 중심이라는 비판이 생겼다. 세계 축구계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아시아 등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FIFA는 고민에 빠졌다. 이 지점에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FIFA랭킹이었다.

FIFA 랭킹은 국가대표팀의 경기 성적을 점수화한 순위이다. 1993년 도입됐다. 처음에는 단순 승무패 기준으로 점수를 계산했다. 경기 상대, 대회 중요도에 대한 반영이 거의 되지 않았다. 1999년 계산 방식에 손을 댔다. 경기 중요도와 대륙별 가중치를 반영했다. 여기에 '최근 8년' 경기 결과 반영 방식도 도입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이 끝난 후 다시 한 번 FIFA 랭킹 점수 계산에 변혁을 꾀했다. 최근 4년 경기만 반영했다. 경기 결과와 대회 중요도, 상대팀 강도와 대륙 가중치를 적용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추첨에 있어 FIFA랭킹이 도입됐다. 부분 도입이었다. 톱시드를 받는 포트 A 8개팀을 가리기 위해 기준을 만들었다. 직전 3번의 월드컵 성적(60%)과 3년간의 평균 FIFA랭킹(40%)으로 순위를 매겼다. 직전 대회 우승팀 브라질과 개최국 프랑스 그리고 기준에 따라 결정된 톱 6팀이 포트 A로 들어갔다. 나머지 포트는 여전히 대륙별 안배였다. 포트 B는 나머지 유럽팀들, 포트 C는 아시아와 남미팀, 포트 D는 아프리카와 북중미팀으로 구성됐다. 이 방식은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이어졌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톱시드 선정 기준을 100% FIFA랭킹으로 설정했다. 그래도 나머지 포트는 여전히 대륙별로 나뉘어졌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한 번 변혁의 바람이 불었다. 아시아 팀들과 아프리카팀들의 실력이 급상승했다. 한국은 2002년 4강까지 올랐다. 2006년에는 호주, 가나 등이 16강에 올랐다. 2010년에는 한국과 일본이 16강, 가나는 8강까지 진출했다. 2014년에는 나이지리아, 알제리, 코스타리카 등이 약진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중미 팀들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올랐다. 이들 팀들은 더 이상 들러리가 아니었다.

여기에 정치, 경제적인 이해도 결합됐다. FIFA 회장이었던 제프 블라터는 부패 스캔들로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6년 지아니 인판티노가 회장에 당선됐다. 월드컵을 고도로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와 북중미, 아프리카의 힘이 필요했다. 월드컵에서 이들이 더욱 돌풍을 일으켜야만 했다. 이들의 비상을 막고 있던 조추첨 대륙 안배 원칙을 철폐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부터 모든 포트를 100% FIFA랭킹으로 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포트는 100% FIFA랭킹으로만 정했다. 단, 각 조에 같은 대륙 팀(유럽은 2팀까지)은 함께 묶일 수 없었다. 그 결과 예전에는 한 조에 속하기 힘들었던 아시아와 남미(브라질-아르헨티나 제외), 북중미, 아프리카팀들이 혼재된 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 팀들은 서로를 1승 제물로 삼았고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월드컵의 또 다른 재미로 급부상했다.

이후 FIFA는 더욱 정밀한 랭킹 시스템을 구상했다. 2018년 8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체스에서 쓰고 있는 Elo 방식으로 점수를 매겼다. 미국 수학자 아르파드 엘로(Arpad Elo)가 고안한 실력 평가 수학 모델이다. 체스, e스포츠, 테니스 등 여러 경쟁 종목에서 활용된다.

공식은 다음과 같다.

*새 점수=기존점수 + K x (W - We)

K는 경기의 중요도를 나타나는 계수이다.
W는 실제 경기 결과(승=1, 무=0.5, 패-0)이다.
We는 예상 결과(예상 승률, Expected Result)를 의미한다.
여기에 We를 구하는 계산법도 있다.
We = 1 / [1 + 10^((상대점수 − 내점수)/400)]

솔직히 수학 전공이 아니라면 이해가 쉽지 않다. 계산은 컴퓨터가 하고 발표는 FIFA가 한다. 굳이 미리 알 필요는 없다. 그냥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경기가 끝날 때마다 '이긴 팀은 점수를 얻고 진 팀은 점수를 잃는' 구조이다. 단 상대가 누구냐, 어떤 경기냐 등에 따라 점수 변동 폭은 달라진다. 약팀이 강팀을 이기면 더 많은 점수를 얻고, 진 강팀은 더 많은 점수를 잃게 된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새롭게 단장한 Elo방식의 FIFA랭킹에 따라 포트가 결정됐다. 그 결과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3번 포트를 받게 됐고,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함께 한 조에 속했다. 그리고 16강에도 올랐다. 일본은 스페인과 독일을 누르고 조1위로 16강에 올랐다. 사우디는 아르헨티나를 잡아내기도 했다. 그만큼 조추첨의 변수가 많아졌고 더욱 재미있어진 것이다.

#과연 2번 포트가 해답이 될 수 있을까

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2번 포트를 사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대회부터는 본선에 48개팀이 출전한다. 각 포트마다 12개팀이 들어간다. 개최국 3팀(미국, 캐나다, 멕시코)과 FIFA랭킹 상위 9개팀이 1번 포트에 들어간다. 2번 포트는 FIFA랭킹 차순위 12개팀이다. 그 다음 순위 12개팀이 3번 포트로 향한다. 4번 포트에는 나머지 FIFA랭킹 순위팀과 함께 유럽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라오는 4팀과 대륙간 플레이오프로 선발되는 2팀이 배정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11월 FIFA랭킹에서 23위 안에만 들면 포트 2에 들어갈 수 있은 가능성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 2번 포트에 들어가게 된다면 조추첨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껄끄러운 2번 포트 팀을 피하고, 만만한 3번과 4번 포트팀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번 포트에서 캐나다가 걸리게 된다면 한국 축구 역사상 역대급 최저 난이도의 조에 편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사가 그렇듯이 절대라는 것은 없다. 2번 포트에 간다고 치더라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3번 포트도 만만치 않다. 현재 본선 직행이 유력한 노르웨이나 오스트리아 모두 3번 포트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들어오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4번 포트도 골치아프다. 앞서 말했듯 4번 포트는 너무 변수가 많다. 유럽 플레이오프 때문이다. 유럽축구연맹(UEFA)는 자기네들의 욕심을 챙기고자 유럽 네이션스리그 일정을 길게 진행했다. 그 결과 본선 조추첨 전까지 월드컵 예선 일정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내년 3월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 진출팀을 확정하게 된다. 여기에 어떤 팀이 들어가느냐가 큰 변수이다. 유럽 월드컵 예선은 총 12개조로 나뉜다. 각 조 1위 12개팀이 본선에 직행한다. 이는 11월에 끝난다. 이어 각 조 2위 12개팀과 네이션스리그 성적 기반 상위 4개팀, 즉 16개팀이 4개팀식 4개조로 나뉘어 토너먼트를 진행한다. 여기서 살아남은 4개팀이 막차로 월드컵 본선에 합류하게 된다. 여기에 어떤 팀이 들어오느냐가 크다. 이탈리아나 폴란드,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같은 팀들이 들어온다면 난감해진다. 사실상 2번 포트에 들어갈 수 있는 팀들이기 때문이다. 대륙간 플레이오프도 변수다. 카메룬같은 팀이 올라오게 된다면 그것도 껄끄러워질 수 있다. 만약 1번 포트에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중 한 팀, 3번 포트에서 노르웨이, 4번 포트에서 이탈리아와 한 조에 속하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최악의 조편성이 될 수도 있다.


결국 2번 포트로 가느냐, 3번 포트로 가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2번으로 가더라도 조추첨 운에 따라 최악의 조에 속할 수 있다. 3번 포트로 가게 되더라도 운이 좋다면 최상의 조에 들어갈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국 축구의 실력이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력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노리는 것이 베스트이다.

다만 지금의 한국 축구 대표팀을 보고 있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