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이상 혈세 들인 R&D, 18%는 부실의심학술지에 논문 실어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실

최근 5년간 정부출연금 5억원 이상 대형 과제에 선정된 국가연구개발과제 중 18%는 부실의심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5년간 정부출연금 5억원 이상의 대형 과제에 선정된 국가연구개발과제 중 18%가 부실의심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정부출연금 5억원 이상을 지원받는 과제 7051개 중 1294개 과제가 부실의심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성과물로 제출했다.

부실의심학술지는 동료 심사, 수정 등 일반적인 학술지 출판 과정이 생략되는 등 관련 학계가 인정하기 어려운 절차에 따라 연구논문이 채택되는 학술지를 의미한다.

성과물이 등록되지 않은 2023년 이후 선정 과제와 연구기간이 종료되지 않은 과제 등을 제외하고 성과물을 등록한 3010개 과제만을 대상으로 한정하면 부실의심학술지 성과물 제출 비율은 43.0%로 급증했다. 이 1294개 과제들이 지원받는 예산은 1조 5000억원이 넘는다.

부실의심학술지 논문을 성과물로 제출한 1294개 과제 중 한약물 재해석 암 연구센터 과제의 경우 전체 성과물 논문 137편 중 74.5%에 해당하는 102편을 부실의심학술지에 게재했다. 부실의심학술지에 게재한 논문만을 성과물로 제출한 과제도 175개에 달했다. 

또 부실의심학술지 게재 논문 10편 이상을 성과물로 제출한 45개 과제 중 12개는 연구재단으로부터 S, A등급을 받아 우수과제로 평가받기도 했다.

학계는 연구 업적 평가가 논문수와 영향력 지수(IF) 중심의 양적 평가로 이뤄지면서 부실의심학술지가 확산된 것으로 본다. 기존 학술지들의 게재 거부율이 높고 심사 기간이 길다 보니 대안을 찾는 연구자들이 늘어나면서 빠른 출판과 쉬운 게재를 약속하는 부실의심학술지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부실의심학술지는 엄격한 동료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연구의 질을 보장할 수 없고 정부 지원금으로 수행되는 연구의 부실로 이어져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민 의원은 “부실의심학술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연구 성과 평가 시스템을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며 “연구비 지원 및 평가 과정에서 부실의심학술지 게재 여부 확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민 의원실 제공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