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1년 단 6건…‘투명성 확보’ 국민참여재판 취지 무색
최근 5년 연속 매년 100건도 못 채워
기속력 확보 등 실익 확보 관건으로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2008년 도입됐지만 활용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참여재판은 형사재판에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의견을 진술하는 제도다. 재판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 신뢰도를 높이는 '사법개혁' 일환으로 추진됐다. 2008년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국민참여재판법)' 시행으로 도입됐다. 합의부 사건을 대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피고인이 첫 공판기일 전까지 신청할 수 있다.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면 국민참여재판이 열린다. 다만, 배심원 안전 우려 등 이유로 배제가 결정될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인용되면 배심원을 선정한다. 변론이 끝나면 배심원은 재판장에게 공소사실 등 설명을 듣고 평결한다. 배심원단 의견은 법관 최종 판결에 법적 구속력은 없고 권고에 그친다. 다만, 전체 90% 이상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결이 같았다.
취지가 무색하게도 국민참여재판 활용도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 9월 공개된 법원행정처 <2025 사법연감> 기준, 2008년부터 2024년까지 국민참여재판은 전국에서 3080건 열렸다. 도입 첫 해인 2008년 64건이었던 국민참여재판은 2010년 162건, 2011년 253건, 2013년 345건을 기록하는 등 2020년까지 매년 100건 이상 활용됐다.
2020년을 기점으로 국민참여재판 활용도는 크게 낮아졌다. 2020년 국민참여재판은 96건으로 도입 2년 차인 2009년 이후 처음 100건 이하로 떨어졌다. 2021년 84건, 2022년 92건, 2023년 95건, 2024년 91건 등 5년 연속 100건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법원행정처는 코로나19 확산을 저조 원인으로 꼽았다.
창원지방법원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25일부터 올해 8월까지 단 6건만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활용됐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 창원지방법원에 접수된 국민참여재판 489건 중 실제 진행된 사건은 30.1%(145건)에 그친다. 전국 법원 평균인 29.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높은 철회율과 배제율은 제도 확산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한계로 지목된다. 피고인이 신청하고 재판부가 받아들여야만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까닭에 실제 인용률은 낮다. 전국 법원에 접수된 총 1만 832건 중 29.0%(3080건)만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25.6%(2723건)는 배제, 45.4%(4832건)는 철회됐다.
창원지방법원에 신청된 전체 국민참여재판(489건)도 29.3%(141건)가 배제됐고 40.7%(196건)가 철회됐다. 실제로 지난해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기후 공약 등급을 매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환경운동가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배제했다.
실제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높은 만족도와 달리 저조한 출석율을 끌어올릴 '묘안'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배심원 96.7%가 직무수행에 만족한다며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배심원 후보자 출석율은 28.0%에 그쳤다. 출석취소통지자 등을 제외한 실질적인 출석율도 53.3% 수준이다.
국민참여재판 신청 주체인 피고인 측도 제도가 마뜩잖은 눈치다. 경남지역 한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은 실무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해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결과가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며 "배심원 평결에 기속력이 없으니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국민 법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정당방위 등 일부 사건을 제외하면 배심원에게 유리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제도 활용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정치권과 사법부는 고의 생명침해 범죄를 필수적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으로 규정하는 등 제도 손질을 검토 중이다. 80건가량 국민참여재판 변론을 맡았던 문일환(법무법인 지승) 변호사는 제도를 활용했을 때 '실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취지는 좋으나 국민참여재판에 투입되는 예산, 시간, 노력을 따지면 피고인 측 처지에서는 '가성비'가 높지 않다"며 "재판부나 검찰도 직권 신청할 수 있도록 범위를 늘리더라도 마찬가지 실익이 있어야 활성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 평결이 내려진 1심 판결에 검사 항소를 제한한다거나, 배심원 평결 기속력을 강화하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대법원은 판례로 배심원 평결에 사실상 기속력을 부여하고 있지만, 국민참여재판법은 재판장이 평결과 다른 판결을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이유를 설명하는 의무만 규정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