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데, 버텨야죠." 창업 10년 만에 성장 가도를 걷는 '올라까삐딴' 🚀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데뷔 10년 만에 신인상을 수상한 배우처럼, 창업 10년 만에 드디어 성장의 가도를 걷고 있는 작은 브랜드, '올라까삐딴(Hola Capitan)'입니다. 올라까삐딴은 수제 가죽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애초에 빠른 스케일업이 불가능한 브랜드인데요.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누구도 이 시장을 쉽게 탐내지 않겠죠. 그렇다면, 올라까삐딴은 어떻게 성장의 기반을 닦는걸까요? 지금부터 멕시코 전통 신발인 '와라체'를 만드는 올라까삐딴 양준모 대표와의 인터뷰 현장으로 여러분들 초대합니다.
✅ 이래서 우리 눈에 들어왔어요!
1. 창업 10년만에 성장의 가도를 걷고 있어요.
2. 손으로 만드는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외부 파트너십 비결을 공유합니다.
3. 완성도 높은 제품과 꾸준한 행보 덕에 해외에서 반응을 얻고 있어요.
Chapter 1 . 창업 과정
Q. 멕시코에서 거주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해외에 대한 동경이 참 많았어요. 외국 영화와 음악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해외 여행이 흔치 않던 시절이었지만 해외를 얼른 경험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멕시코에서 두 번째로 큰 양말 회사의 주재원으로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맡은 업무는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에서 디자이너를 관리하는 일이었는데요. 처음에는 스페인어를 몰라서, 숫자와 색상만 스페인어로 소통하고 나머지는 영어로 소통했어요. 이후에 5년 간 멕시코에 살며 자연스럽게 스페인어를 배웠습니다.
흥미로워요. '가죽 공예'는 멕시코에서 배우신걸까요?
맞습니다. 주재원으로 3년쯤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멕시코 남부 지역에 배낭 여행을 했는데요. 여행 중 만난 유러피안 친구들의 소개로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국경지대인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 (San Cristobal de las Casas)' 지역에 있는 직업 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그 곳에서 처음 가죽 공예를 배웠죠.
그 학교에 입학한 동양인은 제가 처음인 학교였어요. 그리고, 저희 선생님은 11살 때부터, 40년 간 가죽을 만져오신 멕시코인 장인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원초적인 수업이었는데요. 가죽 재단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가죽을 물에 담갔다가 칼로 뒷부분을 가는 기나긴 준비 과정을 거치는 것까지를 배웠습니다.
Chapter 2. 제품
올라까삐딴은 주로 어떤 제품을 판매하고 있나요?
멕시코의 ‘꼬임 샌들’인 와라체(Huarache)라는 가죽 신발을 주로 판매하고 있어요. 와라체는 과거 멕시코 서민들이 신었던 전통 신발이고요. 요즘 멕시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신는 신발은 아니기 때문에 주로 관광지에 걸어놓고 판매할법한 제품이죠. 신발 이외에는 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명함 지갑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고
수제로 만들게 된 이유가 있으실까요?
2019년에 멕시코에 4개월을 머무르며 샘플링의 과정을 거쳤는데요. 제가 생각했던 품질과 편차가 너무 컸어요.
예를 들어, 신발의 바닥면에 내는 구멍을 균일하게 내야 신발의 맵시가 멋지게 나오고 접착력이 균일한데, 대강 칼집을 내서 하는 것과 같은게 올라까삐딴과 맞지 않았죠.
그래서, 와라체의 실루엣 자체는 가져오되 제작은 한국 공장에서 하는 방식도 시도해봤지만, 이 또한 제가 원하는 품질과 간극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가죽끈의 모서리 면을 다듬는 작업을 한국 공장에서는 절대 해주지 않더라고요. 그도 이해되는 것이, 모서리면은 꼬임 샌들로 만들었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모서리를 다듬지 않으면 신발의 탄력도 떨어지고, 꼼꼼하게 들어가지 않거든요. 발에 물집이 생길 수 있고요.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썼지만, 결론적으로는 훨씬 손이 많이 가도 그만큼 완성도도 높고 고객 입장에서 편안할 수 밖에 없는 방식인 수제의 방식으로 와라체를 만들기로 했어요. 때는 어느덧 흘러흘러 2021년이 되었죠.
제품 개발에 굉장히 오랜 시간을 투자하셨어요.
그 과정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요?
맞아요. 2019년에 멕시코 4개월 갔다온게 거의 1년의 타격을 줄 정도로 컸어요. 그래도, 내가 원하는 품질의 수제 가죽 신발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가죽 공방으로의 수입이나 OEM, 플리마켓 등으로 계속 버텼어요.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가죽으로 명함 지갑을 직접 만드는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전문가 분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원데이 클래스나 기업에 출강을 가기도 했습니다.
성수동 가죽 공예사 분들과 '제작 협업'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제품을 공장에서 만들 수 없는 수제 가죽 제품이기 때문에, 성수동의 가죽 공장에서 일하시다가 은퇴하신 공예사 분들과 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년 퇴임의 개념이 있는 업은 아니기 때문에 자발적 은퇴라기 보다는, 요즘 성수동 시장의 사장이 좋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은퇴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죠.
이 분들과의 협업이 올라까삐딴이 ‘사업’으로 한 걸음 진화하는데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분들이 마감과 본딩을 해주시는 덕분에 올라까삐딴도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죠. 2023년에 5,000만 원이 넘는 와디즈 펀딩에 성공하면서 처음으로 대량 생산을 하게 됐고요. 혼자 제작하는 것을 넘어서 이 분들과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Chapter 3. 판매
최근에는 한 번에 5,300만 원이 넘는 펀딩도 달성하셨어요.
맞아요. 저희가 오래도록 노력한 것이 결실로 맺어져, 5,300만 원의 펀딩에 성공했어요. 역시즌 프로모션의 형식으로 진행한 펀딩이었는데, 기존에 구매해주셨던 분들이 재구매하신 경우도 많았고요. 새로 올라까삐딴을 알게된 분들도 많았죠.
올라까삐딴의 제품은 해외 고객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일 것 같아요.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요?
일본과 대만 등에서 반응이 오고 있어요. 일본 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죽 가방을 매고 가죽 구두를 신을 정도로 가죽 제품에 진심이잖아요. 일본의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마쿠아케’에서 펀딩을 곧 진행할 계획이고요. 추가로 협의중인 설레는 소식들이 꽤 있는데, 확정이 날 때마다 저희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식을 전달드릴게요.
Chapter 4. 고객경험 & 마케팅
기억에 남는 고객 분이 계실까요?
연령대가 60대인 고객 분들이 구매해주실 때가 생각나네요. 고객님께서 궁금한 점이 있으셔서 통화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령대를 알게 된 케이스인데요. 신어보니 편해서 다른 색상으로 추가 구매를 해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한 번 구매해주시고는 여러 켤레 재구매 해주시는 분들이 꽤 많은 편이에요. 와디즈 만족도도 무려 4.9점이죠. 처음에는 신발이 고장나서 다시 구매해주시는 건가 싶어서 놀랐는데, 너무 편하고 좋아서 다른 컬러와 디자인으로 구매해보고 싶다고 말씀해주시면 너무 큰 보람을 느껴요.
룩북이 모두 너무 자연스럽게 멋진 것 같아요.
모델은 모두 멕시코 살 때 친구들이에요.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이 멕시칸 나탈리 포트먼이었던 친구는 모델을 해달라고 하니, 의아해하더라고요. 전문 모델같은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이 어떠냐면서요.
하지만, 저는 그 친구가 가진 자연스러운 매력이 올라까삐딴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잘 맞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 제품을 신는 고객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모두 화려한 옷에 저희 제품을 신지는 않으시거든요. 평범한 일상 속에 무난한 리넨 옷과 함께 저희 제품을 매치하시죠. 그게 올라까삐딴이 추구하는 바예요. 편안한 청바지에 신을 수 있는 와라체요. 고객의 성별도 거의 5:5에 가까울 정도로 젠더리스하거든요.
망원에 위치한 쇼룸이 너무 특색있어요.
공간의 컨셉을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올라까삐딴이 나중에 광고 영상을 찍는다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같은 발칸 음악이나 쿠바 음악이 흐르면서 어떤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에요.
어떤 사람이 모험을 하고 있는데, 너무 꾸며진 모습보다는 내추럴한 느낌이 어울리잖아요. 어찌보면 약간 70년대 유럽 영화 같은 느낌이죠. 그래서, 저희 망원 쇼룸도 여행지에서 볼 법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모험 중 잠시 들르는 공간 같은 느낌이죠.
Chapter 5. 비전
브랜드가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지금 하는 것은 손이 너무 많이 가기 때문에 누군가가 쉽게 시도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묵직하고 클래식한 제품을 꾸준히 해서, 올라까삐딴이 '수제 꼬임 샌들'이라는 장르에서 '데일밴드'나 '스카치 테이프'처럼 대명사가 되길 바래요. 그리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브랜드 운영하는 일, 행복하신가요?
누군가 꿈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제 직업에 대한 꿈은 이룬 것 같아요. 이걸 쭉 잘해내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만큼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큰 편이고요. 그래서 요샌 누군가가 꿈을 물어보면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답을 하게 되더라고요.
10년 간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다보니,
잘하는 사람이 버티는게 아니라,
결국 버티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라는걸 알게 됐습니다.
잘한다고 생각했던 브랜드도 어느새
사라지는 경우가 너무 많더라고요.
제 경우엔 어찌보면 포기할 용기가 없어
여기까지 와버렸는데요.
잘된다고 으스대지도,
안된다고 노여워하지도 않고
최대한 겸손하고 열심히 하다보면
즐거운 창업의 형태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게 결국은 진실함의 미학으로 발현되어
분명 고객들에게도 닿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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