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쩐의 전쟁’ 진정 국면?…당국 압박 속 최윤범 선택은
조건 밀리는 최윤범, 인상 필요하지만 부담은 가중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MBK)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의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 선언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 일단 MBK가 한발 물러선 형국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주주 입장에선 MBK의 공개매수 조건이 고려아연보다 유리한 상황이라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추가 가격 인상이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는 처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는 9일 공개매수가를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MBK 측은 "앞서 제시한 고려아연 주당 83만원, 영풍정밀 주당 3만원 공개매수 가격은 현재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으로,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가격경쟁은 기업·주주가치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매수가를 상향 조정한 MBK 측이 더 이상 '치킨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MBK 측의 발표는 다분히 금융당국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8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상대 측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되면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개매수를 둘러싸고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고려아연 사태에 당국이 개입할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금감원은 공개매수를 둘러싼 시장교란·시세조정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소비자경보 '주의' 등급도 발령했다.
당국의 조사 착수 하루 만에 MBK 측이 물러선 데는 '사모펀드'라는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의 경고에도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경우 향후 추가 인수합병(M&A) 등 투자 과정에서 불이익을 볼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보다 강화되는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
경쟁 조건이 최 회장 측보다 유리하다는 점도 추가 인상 카드를 접게 만든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려아연 주주가 MBK의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증권거래세(0.35%)와 양도소득세(세율 22~27.5%)를 내야 한다. 반면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에 응하면 배당소득세(세율 15.4%)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연간 금융 소득이 2000만원 넘는 개인 투자자는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최대 49.5% 세율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까지 될 수 있다.
일정 역시 MBK 측이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다. MBK 측의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14일이다. 최 회장 측 종료일은 23일과 21일이다. 주주 입장에서 동일한 가격이라면 먼저 사준다는 MBK 측에 물량을 넘기는 것이 유리하다.
"절차 따라 완료 계획"…11일 가격 올리나
MBK 측의 공개매수가 동결 선언에 최 회장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물러서지 않을 뜻을 재차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는 공개석상에서 향후 고려아연의 주가가 100만~120만원까지 갈 거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면서 "공개매수 가격 83만원이 실질가치보다 높은 고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차입금을 활용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도 문제없다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는 지난 12일 법원 판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규정된 절차에 따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이번 사태의 분수령을 오는 11일로 내다보고 있다. 11일은 최 회장 측이 오는 23일까지인 기존 공개매수 기간을 더 늦추지 않고, 공개매수 가격을 변경할 수 있다는 마지막 날이다.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를 통해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 가격 상향 등의 안건을 논의한 바 있다. 다만 회삿돈을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당국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SM엔터테인먼트 사례처럼 승자의 저주를 떠안을 수도 있어서다. 지난해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과정에서 하이브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공개매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혐의로 기소되는 등 카카오 전체가 사법리스크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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