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라리가 인제서킷에 통째로 들어왔다.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서킷 주행과 럭셔리 휴식을 결합한 전용 라운지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고객 경험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단순한 차량 시승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거점을 마련해 충성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페라리코리아는 지난 4~5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고객 대상 트랙 주행 프로그램인 '에스페리엔자 페라리'를 개최하고, 국내 첫 서킷 전용 '페라리 라운지'를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페라리코리아 설립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트랙 이벤트로, 약 150명의 VIP 고객이 참여해 브랜드의 고성능 라인업을 체험했다.


행사의 중심인 페라리 라운지는 인제 스피디움 내 피트 구역에 조성됐다. 붉은색과 무채색이 조화를 이룬 이 공간은 고객이 직접 차량 사양을 설계하는 '컨피규레이터 존'과 전문 인스트럭터의 1대1 브리핑이 이뤄지는 교육 공간, 다과와 칵테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 등으로 구성됐다.
주행 프로그램에는 페라리의 최신 모델인 '12칠린드리'와 '아말피', 그리고 '849 테스타로사'가 투입됐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849 테스타로사는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과 전기모터의 결합으로 합산 최고출력 1050마력을 발휘하며 참가자들의 시선을 모았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슈퍼카(3억원 이상) 신규 등록 대수는 6229대로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브랜드 간 경쟁은 단순한 성능 수치 싸움을 넘어 고객이 누리는 '경험의 질'과 서비스 인프라의 격차로 옮겨가는 추세다.
페라리코리아는 이번 라운지를 일회성 행사장으로 쓰지 않고 향후 1년간 상시 운영할 방침이다. 이는 이탈리아 피오라노 서킷이나 독일 라이프치히의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처럼 서킷을 브랜드 문화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다.


라운지 내부에는 페라리의 유구한 레이싱 역사를 상징하는 트로피와 헬멧, 엔진 부품 등이 전시돼 마치 브랜드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고객들은 트랙을 달리는 긴장감 뒤에 이어진 안락한 라운지에서의 휴식을 통해 페라리가 지향하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시각과 미각으로 동시에 경험했다.
업계에서는 슈퍼카 브랜드들이 판매 이후의 사후 관리와 브랜드 로열티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차량을 소유하는 즐거움을 넘어 서킷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브랜드가 제공하는 문화를 온전히 향유하게 함으로써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맥라렌이나 애스턴마틴 등 경쟁 브랜드들 역시 서킷 주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특정 서킷에 상시 거점을 마련해 운영하는 사례는 드물다. 페라리의 이번 행보는 국내 고객들에게 '언제든 서킷을 즐길 수 있다'는 신뢰와 차별화된 소속감을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페라리코리아는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올해 안에 세 차례의 고객 초청 트랙 이벤트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서킷 주행과 전문적인 기술 교육, 그리고 럭셔리 서비스가 결합된 전용 라운지는 국내 고객들이 브랜드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핵심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질주 너머의 가치를 제안하는 페라리의 실험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국내 자동차 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고객이 브랜드 안에서 머무는 모든 순간을 설계하겠다는 페라리의 의지가 인제 스피디움의 붉은 공간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페라리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