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포트폴리오 줌인] 美도 러브콜…가스터빈 10년 결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제작한 380MW급 가스터빈 제품./사진=두산에너빌리티

시장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과 SMR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사업을 2020년 구조조정 이후 본격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0년대 초반 석탄화력사업을 기반으로 이어져 온 장기 축적의 결과다. 특히 가스터빈은 국산화 성공 6년 만에 기술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수주 레퍼런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가스터빈 수출 본격화

두산에너빌리티는 3월 한 미국 기업과 총 7기의 가스터빈을 2029년부터 순차적으로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상대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xAI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xAI 발주로 추정되는 가스터빈 수주가 있었던 만큼 관련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스터빈은 LNG를 연료로 사용해 석탄 대비 탄소 배출이 적고 발전 효율이 높아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저탄소 전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시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3개 국가가 과점하는 체제로 한국은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러한 제약을 깬 곳이 두산이다. 두산은 2013년 당시 가스터빈 시장 중에서도 진입 장벽이 높은 대형 터빈 기술 개발을 시작해 6년 만인 2019년 국산화에 성공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두산에너빌리티의 캐시카우가 석탄화력발전소 설비 수익이라는 점이다. 결국에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사업에서 창출된 현금이 가스터빈 개발 투자에 쓰인 셈이다.

김포열병합발전소를 출발점으로 국내 레퍼런스를 쌓은 두산에너빌리티는 보령신복합발전소와 안동복합발전소 2호기까지 공급을 확대하며 사실상 상업화 단계에 올라섰다. 여기에 미국 데이터센터발 신규 발주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그동안 국내에 머물렀던 수주 기반이 본격적인 수출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가스터빈의 출발점이 미국 항공엔진 기술인 만큼 이번 수주 성과를 두고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충분한 전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태양광, 풍력만으로는 전력 대응이 어려워 LNG 기반 가스터빈 발전이 대체원으로 부상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2030년 AI 데이터센터용 가스터빈 발주량은 496GW로 예상된다. 이를 2025년 H급 시장 평균가 250달러(kw당)를 적용해 환산하면 약 180조원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감안할 때 가스터빈 수요가 발전소에 그치지 않고 AI 빅테크 기업으로 확산될 여지도 크다는 분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북미 실적을 기반으로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수출 저변을 확대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의 경우 노후 주기기 교체 수요가 2030년까지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을 토대로 추산한 결과 가스터빈 공급 대수는 2030년 71대, 2034년 110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단순 판매 넘어 유지보수까지 내재화

2019년 국산화 당시 투입된 R&D 비용은 약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수출까지 가시화된 만큼 가스터빈 기술 가치는 투자비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가스터빈 1기당 보통 3000억원 수준이다. 이를 100대 이상 수주했다고 가정하면 총 매출은 3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글로벌 경쟁사 평균 이익률 10%를 대입하면 영업이익은 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는 단순 제품 공급에 그쳤을 경우에 해당되며 유지보수 등 부가 수익이 포함될 경우 추가적인 프리미엄이 반영될 수 있다.

예컨대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에 가스터빈 유지보수 자회사인 DTS(Doosan Turbomachinery Services)를 두고 있다. DTS는 2017년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시장 진출과 장기 O&M(운영·정비) 기반 강화를 위해 인수한 회사다. 단일 장비 판매에 그치지 않고 유지보수·운영까지 내재화해 고객 락인 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미국 데이터센터 공급 물량 역시 패키지 계약으로 알려졌다. 가스터빈 단품이 아닌 유지보수까지 포함된 일괄 공급 방식으로 단순 장비 판매보다 수익성과 사업 확장성이 높다.

가스터빈 공급 계약 확대와 맞물려 유지보수 부문 수익도 증가하고 있다. DTS 실적이 포함된 미국 법인(두산에너빌리티 아메리카 홀딩스) 매출은 2025년 1630억원으로 2024년 1179억원 대비 38% 증가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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