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로봇대전은 참 오묘한 게임입니다. 매번 그 맛이 그 맛이라는 평가가 있음에도 팬들은 PV 공개를 손꼽아 기다리고, 실망하고, 환호하죠. 전투를 보며 실망의 한숨을 내뱉기도 하지만, 대사를 따라 읊으며 감동의 탄성을 내지르기도 하고요.
그렇게 매년, 가정용과 휴대용 콘솔을 오가며 만날 수 있었던 슈퍼로봇대전이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퍽 달라졌습니다. 지난 슈퍼로봇대전30은 전작 이후 2년 만에 출시됐고, 신작 슈퍼로봇대전Y는 4년 만에 출시된 신작입니다.
슈로대Y는 사실 언제나의 슈로대일지도 모릅니다. 시리즈의 전통을 지켜나가는데 집중하면서 외연보다는 내연의 변화에 더 치중했습니다. 20년 가까이 개선해오며 쓰던 엔진을 유니티로 교체하며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겉으로 보기에는 팬들이 즐기던 슈퍼로봇대전을 만드려고 했죠.
이어가는 시리즈 전통. 그건 기존의 플레이 방식, 지난 슈퍼로봇대전30에서 추가된 시스템의 개선, 연출의 흐름, 그리고 게임 감각입니다. 슈퍼로봇대전Y는 그런 전통을 이어가는 타이틀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리즈를 어렵게 이어가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여러 과정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신경 쓰고, 변화하려는 모습을 플레이 중에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게임에 대한 평가도 플레이를 하며 '언제나 똑같은 슈로대'에서, 그래도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슈로대'로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조금은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장르명: 시뮬레이션 RPG
출시일: 2025.08.28.
리뷰판: 출시 빌드개발사: 반다이남코 포지 디지털즈
서비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PC, PS, Xbox, Switch
플레이: Switch
이러한 시스템에 맞는 게임 플레이를 그리기 위해서는 미션의 숫자를 이전 작품보다 더 많이 쌓아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건 곧 게임의 볼륨으로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방대한 이야기와 자유도는 기존 화수 방식의 게임을 다르게 한 핵심 요소였습니다.

이번에는 미션 차트라는 형태로 이야기의 진행 상황을 도표로 만들어 풀어냈습니다. 어떤 미션이 어디서 연계되는지, 또 순서나 진행 상황은 어떤지 표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거죠.
사실 시스템적으로 보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이야기의 순서를 정리한 정도로, 크게 중요하지 않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이야기를 이해하고, 또 진행 스타일을 정리해나가는 데 또 한번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제 시나리오에서 중심이 되는 키 미션을 중심으로 지금 어디까지 이야기가 흘러왔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건 챕터 방식으로 이어져, 주요 구간 플레이가 끝나면 챕터가 종료되는 방식으로 이야기의 종결성과 연속성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전작 역시 핵심이 되는 키 미션이 있었지만, 그걸 시각화해 확인할 수 있는 미션 차트의 추가만으로 이야기의 중심으로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시스템적인 집중을 넘어, 오리지널 중심으로 다잡아간 스토리 자체의 힘도 있을 테고요.


정체불명의 기술, 국가를 지도하는 어린 지도자, 신비한 혈통과 비밀. 이러한 요소는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엔딩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핵심이 됩니다.
함장 캐릭터를 이야기의 중심에 세워두는 건 슈퍼로봇대전30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연방군 소속의 전함 드라이스트레가의 함장 미츠바는 여러모로 이야기를 이끄는 핵심 캐릭터였습니다. 여기에 연방군이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독자 행동하는 모습은 과거 슈퍼로봇대전의 론도벨의 역할을 오리지널 캐릭터와 전함이 가져온 부분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이런 미츠바의 모습은 론도벨을 이끄는 브라이트 노아를 오마주한 것입니다. 작품 안에서도 브라이트가 미츠바를 자신에 빗대어 설명하며 미츠바의 이야기가 자신을 투영하고 있음을 팬들에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슈퍼로봇대전30의 주인공 접근법을 이어가면서도, 혈통과 비밀로 이야기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에치카의 존재는 키미션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기둥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로봇 기체 주인공의 서사 역시 함께 챙겨가는 모습으로 중심 이야기를 확장해나갔습니다.
전작에서는 함장 미츠바의 서사와 비교해 주인공의 비중이 굉장히 적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주인공을 다른 판권작 캐릭터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이야기 전면에 빠지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하기 이전 시점의 이야기를 꾸준히 언급하고, 지금과 다른 성격, 그리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복선을 계속 던져주죠.

이미 존재하는 로봇 작품이 참가하는 판권작은 매 작품 모든 애니메이션을 새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매 작품 60% 정도 연출을 재활용하고, 나머지 40% 정도에 새 판권작 연출을 집중하거나, 오랜만에 참전하는 작품의 전투 연출을 새롭게 구성하는 형태로 진행해왔습니다.

그만큼 과거와 같이 애니메이션 하나하나 움직임을 그려 채우는 방식으로 모든 연출을 채우긴 어렵습니다. 이에 V부터 동적인 기체 움직임보다는 파일럿이나 기체 이미지를 활용한 컷인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채용됐고, 그걸 활용한 연출력은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왔습니다.
이러한 컷인 활용은 기존 슈퍼로봇대전의 아기자기함보다는 애니메이션적인 연출을 살리는 방향이라 보기에 따라서는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변화의 시도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런 점은 이전 작품의 연출을 재활용하는 작품도 다르지 않습니다. 연출을 재활용은 기존 작품에 있었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어넣는데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컷인을 더하며 새로움을 더합니다. 그렇기에 막상 이전 작품과 다시 비교하면 다른 부분이 눈에 띄고, 또 그게 연출을 아쉬워하면서도 데모를 OFF로 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겠고요.

이건 긴 시리즈를 이어오며 쌓인 노하우일 수도 있고, 제작비와 시간의 한도 내에서 게임을 완성해나가는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걸 활용하는 연출적 퀄리티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겠죠.
이번 작품 최고 연출작으로 꼽히는 윙 건담 제로(EW)은 작품이 출시된 2D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쓰인 구도나 움직임을 그대로 오마주하기도 하고, 그 이상의 화려함을 현대적 기술로 접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폭발 모션은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빛이 번쩍이는 순간 기체 부분에 그늘이 지는 음영 표현은 팬들이 기대하는 슈퍼로봇대전 전투 연출일 겁니다.

과거 아리오스의 사람으로 대표되는, 고품질 연출 제작이 가능한 한 명의 애니메이터나 연출 담당자가 모든 작품의 전투 연출을 담당할 수는 없습니다. 근래 슈퍼로봇대전이 작품마다 다른 연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죠. 여기에 작품 출시 시기만 해도 수십 년이 차이가 나다보니 각 시대, 해당 애니메이션에 맞는 연출 특징을 살린다는 개념에서도 이를 설명할 수 있고요.
그렇다고 작품의 스타일 차이가 아니라,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퀄리티의 전투 연출이 그대로 담긴다는 건 그저 좋게 좋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쓰인 3D 연출이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면 로봇 애니메이션 업계의 변화처럼, 수준 높은 3D 연출로 퀄리티를 맞춰나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번 슈퍼로봇대전Y의 3D 연출도 연출 편차가 심했지만 말이죠.

전작에서 선보인 이벤트 CG는 사실 인기 작품, 혹은 신규 참전작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그것마저도 등장 횟수 자체는 꽤 적어 이번 미션이나 이벤트가 얼마나 특별한지 강조하는 정도로 쓰였고요. 당연히 플레이어들이 자주 접하는 주요 미션을 중심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이벤트 CG는 원작의 감성을 전하고, 나아가 여러 작품의 크로스오버라는 특징을 한층 강화시켜주기도 합니다. 원작의 이벤트에는 없는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가 CG로 더해지며, 마치 새로운 하나의 작품으로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드니까요. 사실 그게 슈퍼로봇대전만이 할 수 있는 특징이었는데, 이걸 그저 캐릭터 얼굴과 대화만으로 풀어나가니 온전히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고요.
이벤트 CG만이 아니라 배경, 캐릭터 CG, 페이스칩도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정 시나리오에서만 쓰일 배경이 굉장히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캐릭터의 복장이나 장비, 표정, 움직임도 여럿 모습을 드러냅니다. 특히 일부는 고퀄리티임에도 짧은 시나리오, 혹은 한 장면에서만 쓰여 대사와 화면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죠.


효마는 로봇으로 부활한 가루다, 나아가 진짜 가루다의 영혼을 이어받은 로봇 가루다와 만나며 로봇과 AI에 대한 고민을 이어 나갑니다. 슈퍼로봇대전30, 그리고 이전 작품에서도 용자물이나 AI 로봇의 존재로 이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효마지만, 가루다와의 대결 이후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새로운 이야기를 펼칩니다.
반대로 크로스오버 부분은 게임 초반에서도 얼마나 충실하게 준비했는지 알 수 있는데요. 평소 생일을 그냥 넘기던 프레이아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주인공 일행과 생일 선물로 인공눈을 준비한 하야테. 그리고 여기에 이어 생일이 없는 강화인사 엘란의 이야기를 듣고 이날을 생일로 만들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슬레타, 그리고 눈을 보며 세뇌당해 포세이달 측에 있는 동생 올리비를 떠올리는 다바 등 여러 이야기들이 이벤트 CG와 함께 어우러져 감동을 전하기도 합니다.



물론 여러 작품 이야기에 참여하는 제트 재규어가 점점 귀엽게 보인다면 그건 제대로 플레이하고 있다는 증거기도 하지만요.
이렇게 감성적인 부분이나 깊이 있는 이야기 외에도 가벼운 크로스오버, 비슷한 캐릭터들의 대화 역시 이번 작품을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장치입니다. 그만큼, 어드벤처 파트가 전투의 시뮬레이션 파트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고요. 사실 여러 작품의 스토리를 완벽하게 아우르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분량을 분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노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이번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슈퍼로봇대전은 근래 시리즈가 쉽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고, 그에 따라 더 높은 난이도를 게임에 선보여왔습니다. 다만, 이 높은 난이도가 전략적인 부분에서의 어려움으로 구현되지는 못했습니다. 단순히 적의 스펙 강화, 플레이어의 정신기나 개조 제한 등 수치적인 부분으로 이를 해결하려 시도했거든요.
단순히 수치만 만졌으니 고민을 요구하는 전략보다는, 일단 운과 여러 꼼수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플레이되어야 했습니다. 여기에 기체 개별로 연속 공격이나 강화 능력을 주는 슈퍼로봇대전30의 ExC 시스템은 레벨업 아끼기, 기력 강화와 연속 공격을 통한 학살 플레이로 의미 있는 전략 플레이를 만들어주지 못했습니다.

특히 높은 난이도에서는 아군 턴에 타 파일럿의 지원 계통 정신기를 쓰지 못한다거나, 기력 상승에 일부 제한이 생기는 등 게임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죠. 지형 적응 시스템도 일부 개편이 이루어져 높은 난이도, 특히 난이도가 높은 구간에서는 충분한 성장 전에는 지형까지 신경 쓰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난이도 리밸런스는 성장에서도 이어집니다. 파일럿 육성에 쓰이던 PP와 기체 육성에 쓰이던 크레딧이 크레딧 하나로 더해지면서 자금 분배에 더욱 신경 써야 하도록 변경됐죠. 파일럿 육성도 상점에서 스킬 프로그램을 직접 구입해 적용시켜야 하는데 저력처럼 레벨이 존재하는 스킬은 스킬 레벨에 따라 요구 프로그램 숫자도 많아져 9레벨을 올리는데 20개 이상의 스킬 프로그램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상점도 초반에는 열리지 않아, 게임 초반부터 자금을 통해 과도하게 치고 나가는 플레이를 막고, 후반 성장도 어느 정도 느리고, 어렵게 만들어 플레이와 전략으로 게임을 더욱 풀어나가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강화 파츠에 어시스트 포인트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됩니다. 사실상 전작만큼의 폭발적인, 혹은 일방적인 전투도 얼마든지 가능하긴 합니다.
어디까지나 캐릭터 게임이라는 부류에서, 전략과 함께 자신의 강함을 더욱 드러내고 싶어하는 두 가지 플레이 사이에서 플레이어의 선택 영역에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도한 오버 밸런스 어시스트는 다양성을 해치는 만큼,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한 구간입니다.
물론 어시스트의 또 다른 역할은 파일럿으로 출전하기 애매한 캐릭터들을 성장 울타리 안에 넣었다는 점이라 이 부분에서의 의도는 맞아떨어졌지만요.


특히 스팀 버전의 경우 FHD 해상도만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러한 오밀조밀 모여있는 UI에 대한 불만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고요. 오묘한 그림자 연출에 그리드를 켜도 로봇 위치가 애매한 점도 아쉽고요.
편의성 부분도 이번 변화 과정에서 고민한 부분, 오히려 있었던 게 사라진 부분 등 아쉬운 게 없지 않습니다.
전작에서는 하나하나 찍어줘야 했던 드라이스트레가 전함 강화는 이번 작품 STG 메모리 시스템으로 변경됐습니다. 마치 POE 노드를 찍듯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점점 확장되는데 최종 노드만 찍으면 과정 노드는 자동으로 찍히게 바뀌었습니다. 이미 준 포인트를 취소하는 기능도 있는데 취소도 한 번에 여러 개 취소가 가능해 게임 플레이, 전투, 자금 등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STG 메모리를 자유롭게 바꿔가며 시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기존 작품에서는 비교적 대응이 부실했던 패치 등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장난감을 하나하나 사모을 나이는 지났지만, 강철의 혼은 남았고, 그건 디지털로 옮겨갔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진 슈퍼로봇대전의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로봇을 직접 조작하고 성장하는 플레이는 단순히 장난감을 들고 적을 무찌르는 상상을 실현 가능케 했습니다. 또 게임이기에 가능한 여러 로봇들의 이야기가 교차했습니다.

슈퍼로봇대전Y는 그런 반복 속에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플레이 수시간은 해야 보일 작은 것부터, 게임의 미래를 다잡을 엔진의 변화까지. 다음 작품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더 나은 다음을 기대할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일단 그 전에 DLC 나올 때까지 엔딩 몇 번 더 보고나서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