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시험대 오른 '농심 3세' 신상열...'저평가 늪' 탈출 숙제

농심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부사장)/사진 제공=농심

농심 오너 3세인 신상열 상무가 올해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한 데 이어 내달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본격적인 ‘3세 경영’의 막을 올릴 전망이다. 후계 구도의 핵심 인물인 신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그가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고, 격화되는 K-라면 경쟁 속에서 어떤 미래 먹거리를 제시할지에 쏠리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상열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 진입을 두고 농심의 승계 절차가 제도권 안으로 본격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국내 오너 기업의 전형적인 승계 수순인 ‘임원 승진→사내이사 선임→대표이사 취임’의 경로를 충실히 밟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내이사는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동시에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점에서, 신 부사장이 단순한 경영 수업 단계를 넘어 실질적 의사결정 주체로 올라섰다는 의미를 갖는다.

농심은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글로벌 매출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중장기 전략인 '비전2030'을 내세웠다. 현재 전체 매출의 약 4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회사는 2030년까지 이를 61%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993년생인 신 부사장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해 글로벌 시장 이해도가 높고,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해외 사업 확대 전략의 실행력을 보여줘야 할 적임자로 주목받는 이유다.

부사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다양한 부서와 직무를 거치며 쌓은 실무 경험도 신 부사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그는 2015년 인턴으로 농심과 첫 인연을 맺은 뒤, 2019년 경영기획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며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대리와 부장을 거쳐 2021년에는 농심 역사상 최초의 20대 상무로 발탁돼 구매 담당 임원을 맡아 원가 절감과 공급망 관리 경험을 쌓았다.

2024년부터는 신설된 미래사업실을 이끌며 건강기능식품, 대체육, 스마트팜, 펫푸드 등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고 있다. 경쟁사 삼양식품이 ‘불닭’ 시리즈를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신 부사장이 추진 중인 신사업의 가시적 성과는 향후 경영권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다만 투자자들이 신 부사장에게 기대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업가치 제고, 이른바 ‘밸류업’이다. 현재 농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3배 수준으로 장부가치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6.35%에 불과하다. 경쟁사인 삼양식품의 경우 PBR은 7배 이상, ROE는 40% 이상으로 농심은 이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데다 주가 역시 극심한 저평가 상태다. 배당성향 역시 18.14%로 코스피 상장사 평균(20~35%)대비 낮은 수준이다.

이를 의식한 듯 농심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6000원을 결정했다. 이는 전년도 5000원 대비 1000원 인상된 수준으로 배당금 총액도 289억원에서 350억원으로 확대됐다. 농심이 주당 배당금을 인상한 것은 2023년 이후 3년 만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밸류업 공시를 통해 2030년까지 배당성향을 25%로 상향하고, 주당 최소 배당금을 5000원으로 설정하는 등 주주 환원 정책 강화를 약속했다”며 “이외에도 경영진들의 기업가치 제고 책임 강화와 자본비용(COE) 초과 ROE 달성 및 안정적 부채비율 유지와 같은 목표를 제시해 이행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달 신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지만 미래사업실장이라는 직책도 유지되기 때문에 기존 신사업 발굴과 '비전2030'추진 등의 업무와 더불어 등기임원으로서 주요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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