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제품, 잠재적 간 손상 가능성 제기… 가르시니아, 강황도?

- 우리나라는 식약처 품질 관리로 인해 비교적 안전
- 개인차에 따른 문제 있을 수 있으니 맹신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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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라고 하면 보통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허브는 향신료, 또는 약으로 사용되는 식물의 잎이나 줄기 부분을 가리킨다. 차로 마시는 경우도 있고, 음식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 혹은 건강에 좋은 성분을 추가하기 위해 요리에서도 널리 쓰인다. 흔히 사용되는 것으로는 바질, 로즈마리, 민트 등이 있다.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로 인해 허브 성분을 활용한 보조식품 또는 보충제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허브 원재료의 효능을 앞세우며 홍보하고, 이를 토대로 꽤 커다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을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허브 성분을 활용한 보조식품이나 보충제들은 분명히 자연 상태의 허브가 아니다. 가공 과정에서 첨가물이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효능을 강조하는 대목만 볼 게 아니라 구체적인 성분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일부 허브 보충제, ‘간 손상’ 가능성 제기

국제 의학저널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성인 1,560만 명이 최근 30일 동안 간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허브 보충제를 하나 이상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미시간 대학의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 건강 영양조사(NHANES)에 참여한 성인 9,50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47.5세였으며, 이들의 의료 데이터에는 어떤 약을 처방 받았는지, 어떤 허브 보충제를 복용했는지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연구자들은 과거 연구를 통해 ‘간에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는’ 허브 보충제를 복용했다고 답한 참여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녹차 추출물, 강황 등이 포함된다.

미시간 대학의 간장학 및 간병학 분야 임상 조교수인 알리사 리키츠업 박사는 미국 건강전문 미디어 ‘메디컬뉴스투데이’를 통해 “이 제품들이 어떤 식으로 간 손상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섭취 후 간 대사 과정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언급했다.

간 손상을 일으키는 원리

허브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중 일부는 독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 간은 기본적으로 체내에 들어온 독성 물질을 해독하는데 주된 역할을 한다. 독성 물질이 과도하게 들어오는 일이 많아질 경우 그로 인해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미시간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뉴저지 해컨색 대학 메디컬 센터의 간장학 부문장인 로사리오 리그레시 박사가 검토했다. 리그레시 박사는 메디컬뉴스투데이를 통해 “식물 또는 식물 유래 성분으로 만든 제품이지만, 제조 과정에 대한 규제 감독 및 제품 테스트가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이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독성 물질에 의한 간 손상의 원리는 허브 보충제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순하게 말해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술이나 커피 등의 음료도 마찬가지고,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두통약 등의 약물 역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약물에는 일반적으로 용법과 용량을 비롯해 주의사항이 명시돼 있다. 보다 유의해서 취급해야 하는 약물의 경우 전문가의 처방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게끔 돼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제 시스템이 다르다

앞서 말했듯 위에서 언급한 성분들 중 일부는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유통되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성분 자체가 잠재적 위험을 갖고 있다고 해서, 해당 성분을 사용한 모든 제품을 동일하게 취급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미국와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규제 감독 현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식품의약국(FDA)에서 관리하며, 의약품이 아닌 보충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사전승인 없이 시장에 출시될 수 있고, FDA는 출시된 후 해당 제품을 검토한다는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관리하며, 건강보조식품이나 보충제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한다. 예외 없이 모두 사전등록과 심사를 받아야 하며, 검증을 마친 뒤에만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위에 언급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식약처 검수를 받은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즉, 정리하자면 미국의 연구진이 지적한 수준의 잠재적 위험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허브 제품, 꼼꼼하게 따져볼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안전하구나”라고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식약처의 인증은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기준일 뿐, 개인차에 의한 부작용까지 책임져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품질관리 기준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는 스스로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다이어트 보조식품이나 건강 보조식품 시장이 활성화 돼 있는 편이다. 동시에 여러 가지 제품을 복용하는 사람들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광고나 홍보물에 나오는 효능 등에만 집중하지 말고, 구체적인 성분으로는 무엇이 사용됐는지, 그것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부합하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태도를 갖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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