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카드부터 두쫀쿠까지…‘헌혈 수급’ 반전 이룬 마케팅 들어보니
‘보문산 메아리 빵’ 등 이색 증정품에 혈액 보유량 ‘껑충’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만성적인 혈액 수급 위기 겪어
영화관람권 지급 중단 여파로 꺼진 젊은층 관심 되살려
일회성 이벤트로는 한계…정기 헌혈자 확보가 관건

공중전화 카드부터 영화관람권,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까지....
대한적십자사의 헌혈 마케팅은 시대 변화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최근 ‘두쫀쿠’ 효과로 평상시 헌혈에 무관심하던 초회 헌혈자를 20배가량 늘린 대한적십자사의 권소영(사진) 혈액관리본부장과 만나 마케팅 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권 본부장은 최근 강원도 원주 본원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두쫀쿠 행사기간에 헌혈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체감했다”며“혈액 보유량을 안정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아이디어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겨울철은 한파와 독감, 해외여행 등으로 개인 헌혈자가 크게 줄고 방학으로 인해 단체 헌혈까지 줄어드는 1년 중 혈액 수급이 가장 어려운 시기다. 특히,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헌혈자 감소라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권 본부장은 “혈액 수급의 중심인 10~20대의 헌혈이 10년 전보다 절반으로 줄었다”며 “반면, 수혈을 필요로 하는 고령 환자들의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이른바 ‘구조적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을 독려하기 위한 방안으로 헌혈자에게 두쫀쿠를 시작으로 아이돌그룹 엔하이픈의 포토카드, 성심당의 인기 빵 ‘보문산 메아리’ 등을 기념품으로 증정하는 이색 마케팅에 나서면서 헌혈자가 단기간에 급증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권 본부장은 “가장 큰 효과는 헌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매일 자정을 기준으로 혈액 보유량을 파악해 공개하고 있다. 혈액보유량은 하루 평균 5일분 이상을 ‘적정’ 수준으로 보고, 5일분 미만 3일분 이상일 경우 ‘관심’으로, 3일분 미만일 경우 ‘주의’, 2일분 미만은 ‘경계’, 1일분 미만은 ‘심각’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권 본부장은 “혈액 보유량이 올 초부터 ‘관심’ 단계로 떨어져 긴장 상태였다”며 “두쫀쿠 등 각종 행사 이후 5일분 이상인 ‘적정’ 단계로 빠르게 회복됐다”고 전했다.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을 독려하기 위해 기념품을 제공하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다. 초기 헌혈 배지부터 수첩, 공중전화 카드, 목베개, 무릎담요, 손톱깎이, 도서 및 문화상품권, 영화관람권까지 시대별로 다양한 기념품이 등장했다. 헌혈 기념품은 두쫀쿠와 마찬가지로 그 사회와 시대상에 맞춰 변화해 왔다는 게 혈액관리본부의 설명이다. 권 본부장은 “헌혈이라는 본질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사의 의미로 기념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두쫀쿠는 지난해부터 인기 기념품인 영화관람권 지급이 중단되면서 시들었던 젊은 층의 관심을 다시 되살리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혈액 수급난이 반복되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헌혈자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헌혈 가능 연령(16세 이상)이 되기 전부터 헌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교재를 개발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권 본부장은 “현혈을 사회적 책임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접근하기보단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나가겠다”며 “헌혈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020세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30대 이상 중장년층을 끌어들여 헌혈 연령층을 다양화하는 노력도 병행해나가겠다”고 했다.
권 본부장은 일회성 이벤트로 만성적인 혈액 수급난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기 헌혈로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기적으로 헌혈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헌혈 공가 제도 확대,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등 다회 헌혈자가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 본부장은 국내에서 혈액이 필요한 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수혈받을 수 있다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혈액제제재의 안전성 측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는 만큼 희귀혈액형 등 특수혈액제제를 확보하는 영역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헌혈에 적극 동참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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