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주이소”…명태균, 여론조사때 지시

이상헌 기자 2024. 10.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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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조작 정황 담긴 녹취록 공개… 與 대선후보 경선시기 직원에 지시
“젊은 애들 응답 계수 좀 올려갖고…”
격차 4%P… 明 지시대로 결과 나와
비슷한 시기 다른 여론조사와 차이… 여권 “明, 尹에 영향력 확대 노린듯”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가 20대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기 위해 수치를 조작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표본만 인위적으로 키우거나 윤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연령대 표본을 늘리는 방식을 쓴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만들어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제시한 후 정치적 조언을 하면서 영향력 확대를 노린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洪보다 尹이 더 나오게 해야 한다”

15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지던 2021년 9월 29일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이었던 강혜경 씨에게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2∼3%포인트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명 씨는 강 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며 “그 젊은 아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석열이) 더 나오게 해야 된다”고 지시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당시 청년층에서 홍 시장의 지지율이 윤 대통령보다 높았던 상황을 고려하면 조사에 응답한 20, 30대 표본 전체가 아니라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표본만 인위적으로 키운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과 홍 시장 간 격차가 약 4%포인트로 명 씨가 지시한 대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가 주도한 여론조사는 비슷한 시기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2021년 9월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보수 진영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홍 시장 25%, 윤 대통령 19%, 유승민 후보 10% 순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명 씨가 운영하는 PNR에서 윤석열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국민의힘 영남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명 씨가 지역에서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만들어 제시한 후 공표할 수 있는 여론조사도 해줄 수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明, 대선 본선 때도 여론조사 조작 정황

명 씨가 대선 본선 때도 여론조사를 조작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이 공개한 2022년 2월 28일 명 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A 씨의 전화 통화에서 명 씨는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라고 말했다. 이어 명 씨는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지시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2022년 2월 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실제 인구 구성비를 적용한 통상적인 여론조사 결과와 별개로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분석값이 나온다. 이 가중치를 적용하면 윤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50, 60대의 샘플 비율은 늘어나고 20∼40대의 샘플 비율은 줄어든다.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가 완성된 날은 2022년 3월 1일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심야 담판을 통해 3일 단일화 성사를 발표했다. 명 씨는 A 씨에게 “다 챙겨주라 하더라”라고 말했는데 정치권에선 누가 지시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결론적으로 보면 명 씨의 사기 여론조사로 대통령 경선 후보가 바뀌었다”며 “어쩌면 홍준표 대통령, 윤석열 대구시장이 될 수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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