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확대와 스무스 모드로 불편함 사라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 이른바 ‘캐즘(casm)’에 직면해 브랜드마다 전동화 계획의 수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조금 이야기가 다른데, 캐즘이라고 이야기한 것 치고는 판매량이 상당한데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까지의 판매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5배 늘어나며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국내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역시 현대차그룹으로, 그 중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에서 판매량을 견인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캐스퍼 EV나 EV3, EV4 등의 신제품 투입과 함께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며 나온 첫 번째 모델인 아이오닉 5와 EV6가 지난해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며 판매량을 견인했다. 올해 역시 또 하나의 제품이 변신을 맞이했는데, 아이오닉 5의 뒤를 이은 전기차 아이오닉 6가 그 주인공이다. 드디어 본격 출시와 함께 시승회가 마련되어 행사장을 찾았다.

이번 모델은 부분변경이지만 변화의 폭이 상당하다. 가장 크게 체감할 부분은 역시 배터리로, 신형 아이오닉 5와 마찬가지로 4세대 배터리로 업그레이드하며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게 되어 항속거리가 크게 늘어났다. 기본형인 스탠다드의 경우 주행거리가 70km 늘어난 437km로 증대됐으며, 롱레인지 모델은 38km가 늘어난 562km를 달성해 전 세계 제품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긴 모델이 됐다.

여기에는 단순히 배터리의 용량을 늘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차량의 디자인으로, 공기역학을 고려한 설계는 0.21Cd라는 매우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세단의 평균적인 공기저항계수가 0.3Cd 전후라고 하고, 세계에서 가장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양산차의 수치가 0.20Cd로 양산 제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할 정도니 이번 신형 아이오닉 6는 디자인을 바꾸면서도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개발진들이 노력한 결과물인 것이다.

전체적인 형상에선 보닛 부분을 조금 더 얇은 디자인으로 바꿔 마치 상어의 머리를 연상케하는 모습이 됐다. 후방에서는 테일게이트 중간에 위치하던 스포일러를 삭제하고 끝단의 덕테일 스포일러는 크기를 키웠는데, 이 덕분에 차량 후방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줄일 수 있었다고. 이 밖에도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형상을 변경해 공기저항을 2% 낮추고, 범퍼로 부딪히는 공기의 흐름을 측면으로 유도하는 휠 에어커튼과 휠 캡 리듀서 등이 새로 추가됐다. 이 중 휠 에어커튼과 휠 캡 리듀서의 경우 지난 남양연구소 미디어 랩 행사에서 공개됐던 0.16Cd의 에어로 챌린지 카에도 반영된 부분이라고 한다.

외관에서도 변경점이 있다. 먼저 전면부 헤드라이트와 주간주행등이 하나로 합쳐져있던 이전과 달리 이번 신형은 헤드라이트와 주간주행등이 분리됐는데 주간주행등만 켜져있을 땐 어쩐지 좀 졸려 보이는 표정이다. 후면은 앞서 설명한 대로 덕테일 스포일러가 적용돼 한결 매끈한 모습을 보여준다.

실내의 변화가 조금 당황스러운데, 다른 곳보다도 센터 콘솔에 모여있는 버튼들 때문이다. 주요 기능 버튼들을 모아놓긴 했지만 1세대 넥쏘가 떠오르는 건 나뿐인 걸까. 도어 쪽으로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 이곳에 버튼들을 모아놓은 건 이해하지만 너무 한곳에 많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옆으로는 스마트폰 충전 패드와 컵홀더 등을 배치해놓았다.

이번 실내에선 재밌는 변화점이 있다. 새로 도입한 스마트 존 기능으로, 기존에는 별도로 버튼을 눌러야 운전자 쪽으로만 송풍을 보낼 수 있었지만, 이번 신형에서는 이 스마트 존 기능이 켜져 있으면 시트 내부 센서와 안전벨트 체결을 감지해 사람이 탑승한 곳에만 송풍이 이루어진다. 전기차인 만큼 전력 소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기능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아이디어가 좋다.

대략 살펴봤으니 이제 직접 달려볼 차례.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출발해 파주 카페를 다녀오는 왕복 약 80km의 코스다. 갈 때는 전비왕 선발대회를 한다고 해서 마음을 비우고 교통 흐름에 맞춰 달리기로 했다. 전비를 최대한으로 높이려면 에어컨까지 꺼야겠지만 아직은 그럴 수 있는 날씨는 아니니 에어컨과 통풍시트를 켜고 달리기 시작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오르기 시작하자 전비 수치가 조금식 오르기 시작해 어느새 7.0km/kWh를 넘겼다. 특별히 전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그저 앞차의 주행에 맞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따라갔을 뿐인데도 상당한 수치가 나온다. 이렇게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목적지를 앞두고 시작된 마지막 와인딩 코스에선 앞차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적당히 따라가는데도 오르막인지라 서서히 전비가 떨어진다. 최종 성적표는 6.5km/kWh로 약간의 기대를 했는데 막상 집계를 확인해보니 1위의 기록은 무려 7.2km/kWh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1등을 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평범하게 달렸는데도 이 정도라니, 주행거리 1위의 기록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싶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바삐 복귀길에 오른다. 목적지에 오는 길의 와인딩에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괜찮다. 이제부터는 신형 아이오닉 6의 진면모를 확인할 시간. 때마침 복귀길 코스에도 말머리고개 코스가 있어 즐겁게 달릴 수 있다.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벌리고 와인딩을 내달리자 여전한 아이오닉 6의 움직임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차량 크기와 무게를 잊게 만드는 경쾌한 핸들링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노면에 착 달라붙어 달리는 감각이 인상적이다.

민첩하게 움직이면서도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 신형 아이오닉 6에도 곳곳에 보이지 않는 변화점들이 숨어있다. 하이드로 G부시 로워암, 주파수 감응형 고성능 쇼크 업소버,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 등 새로운 변화점들이 시종일관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한다고. 또한 스태빌라이저 바의 강성을 최적화하고 댐퍼에 최적화 튜닝 적용, 저마찰 U조인트 적용, 카울 크로스바 강성을 보강하는 등의 변화도 더해졌다.

이번 신형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스무스 모드’의 추가다. 전기차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가속시의 울컥거림은 탑승자의 멀미를 유발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전기차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번 신형에서는 울컥거림을 줄이는 스무스 모드를 도입했다. 이는 스티어링 휠의 드라이브 모드 버튼으로는 선택할 수 없고 마이 드라이브 모드로 들어가 별도로 선택해야 하는데, 가속감을 완화하고 정속 유지 편의성을 높였다는 것이 개발진들의 설명. 예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탔을 때 마치 뒤에 고무줄을 묶은 듯한 느낌의 가속감이 드는데, 스무스 모드를 직접 선택해서 주행해보면 비슷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가속 페달을 밟아도 다른 에코나 노멀, 스포츠 등의 모드보다 한 박자 늦게 가속되는 감각인데, 이 과정에서 울컥거림이 싹 사라지는 점이 마음에 든다. 가능하다면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드라이브 모드 버튼으로 선택 가능하게 변경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고, 가능하다면 다른 차량에도 업데이트를 통해 적용해주면 좋을 듯하다.

그동안 전기차의 아쉬운 점으로 인해 선택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신형 아이오닉 6의 등장으로 이제는 그런 고민이 필요 없게 됐다. 국내 최장인 563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로 충전의 부담도 크게 덜었고, 멀미를 유발하던 울컥거림 현상을 해결한 스무스 모드가 더해져 아쉬운 점들을 싹 해결했기 때문. 이제는 보조금이 소진되거나 더 낮아지기 전 빠른 선택이 답이지 싶다.